노동관계법 직권상정, 대통령이 배후 조정?
김형오 의장, 12월 31일 밤 MB와 통화... 의장실 "독자적 결단일 뿐"
▲ 대통령과 통화(?)이명박 대통령이 여야가 대치중이던 지난해 12월 31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예산안과 '추미애 중재안'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를 독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31일 오전 야당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의장석에 앉은 채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 ⓒ 권우성
[기사 보강 : 5일 오후 3시 20분]
이에 따라 김형오 의장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던 기존 태도를 바꾼 게 이명박 대통령의 입김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 의장은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예산안 연내처리를 당부하고 준예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노동관계법 처리 지연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대통령과의 통화 후 김 의장은 밤 10시경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만났고 밤 11시 직권상정 결심을 밝혔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이날 의장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7월 미디어 법안 처리 때도 이 대통령이 김 의장에게 직접 전화한 일은 없었다,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 김 의장에게 '내가 언제 법안 가지고 부탁한 일이 있느냐. 이번이 처음이 아니냐. 꼭 애써 달라'고 호소했고, 그게 김 의장이 마음을 돌린 계기가 됐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의장은 "민주당이 절대 안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노조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국회 파행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맞섰고 두 사람의 대화가 달아 올라 김 의장이 이 대통령의 말을 끊고 세 차례나 '형님 내 말좀 들어보라'고 했다"고 <중앙>이 전했다.
▲ 김형오 국회의장이 1일 새벽 제4차 본회의를 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 남소연
노동관계법 직권상정은 MB 입김 때문?
하지만 의장실은 "노동관계법 직권상정은 김 의장의 독자적 결단"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의장실은 "김 의장은 노동관계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사회에 미칠 파장을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직권상정을 결단 한 것"이라며 "환노위에서 어렵게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법사위에서 논의도 않고 산회를 한 것이 결심을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중앙> 보도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국회의장이 된 이래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 전화 한 통으로 직권상정을 결심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과도 다르고 국회의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대치를 벌이고 있는 연말 국회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건 게 이례적인 일인데다 직접적으로 법안 처리를 당부하지 않았더라도 통화 사실 자체가 청와대의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야당 사령탑을 설득하는 대신 국회의장에게 우려를 전달 한 것은 사실상 직권상정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와대는 그동안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드시 통과 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새해벽두를 날치기로 물들인 까닭이 분명해 졌다"며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김 의장은 '독자적 결단'이었다고 우기고 있지만 언론악법 날치기 때도 전화를 하지 않은 이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려를 표한 것이 압력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회를 행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김형오 의장이 즉각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핵심 의제로 성역화 돼버린 4대강 예산을 강행 처리해 '청와대 거수기'라는 오명을 얻은 한나라당에 이어 국회의장 마저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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