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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이충연, 아버지 마지막 길 볼 수 있을까

용산 범대위, 장례 절차 발표... 철거민 구속집행정지 및 수배자 참여 보장 요구

등록|2010.01.05 17:09 수정|2010.01.05 17:40

희생자 영정 앞에 놓인 촛불용산참사 때 희생된 철거민 5인의 영정 앞에 미사 참석자들이 놓은 촛불들. ⓒ 김도균


"아버지의 장례는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용산참사 철거민들의 합동 장례 절차가 정해졌다.

오는 9일 '범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질 장례는 오전 9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발인으로 시작된다. 운구 행렬은 오전 11시부터 장충단공원 방향으로 진행되며 퇴계로를 거쳐 낮 12시 서울역광장 영결식장으로 이어진다.

그 뒤 오후 2시부터 행진을 해서 오후 3시 용산참사 현장에서 노제를 치른 뒤 오후 6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을 하게 된다.    

"구속·수배자 장례 참여 보장해야"...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 공식 요구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영결식 장소와 상주 이충연씨(용산참사 때 숨진 고 이상림씨의 아들)를 비롯한 구속자들의 장례식 참석 문제다.

▲ 용산참사 때 아버지를 잃은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의 가족들. 왼쪽부터 어머니 전재숙씨, 형 이성연씨, 부인 정영신씨. 상주 이충연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볼 수 있을까. ⓒ 권박효원


5일 용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장례 일정을 발표하면서, 구속된 철거민 9명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요구했다. 용산 철거민 변호인단도 이날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요청서를 제출했다. 범대위는 또한 수배된 남경남 전철연 의장, 이종회·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에 대해서도 장례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류주형 범대위 대변인은 "상식과 국민적 정서에 비춰볼 때 유가족인 이충연씨는 물론 철거민들과 수배자의 장례 참여를 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배자들은 장례식에 참석한 뒤 자진 출두할 예정이지만 경찰이 구속 방침을 강행할 경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또한 이날 범대위는 영결식 장소와 관련, 서울광장 사용을 서울시에 공식 요구했다. 일단 장소의 안정성을 위해 서울역광장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계속 서울광장 영결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남극체험 등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들어 서울광장 사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범대위는 "실제 이유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범대위는 "마치 자신이 협상 타결의 주역인 것처럼 거짓 공치사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나 경찰 측이 장소나 구속자 및 수배자 참여에 협조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장례일정에 대한 양쪽의 합의는 원활하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지난 4일 검찰이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재개발 공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철거민 9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을 놓고, 범대위는 "합의를 뒤엎고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장례식을 방해하는 패륜적 행위이며, 전철연과 범대위에 대한 사후 보복의 조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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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체험' 행사가 용산참사 영결식보다 중요? ⓒ 박정호



장례식 앞두고 철거민 9명 기소... "장례식 방해하는 패륜행위"

한편, 용산 범대위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를 '범국민 추모주간'으로 정했다. 이번 주 내내 일정이 바쁘게 진행된다.

일단 오는 6일에는 지난해 3월 8일부터 계속된 천주교 시국미사가 마무리된다. 이날은 마침 구속자들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범대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도 열린다. 7일은 오후 2시부터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4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기 시작한다. 이날 저녁 7시 30분에는 같은 곳에서 추도예배도 열린다.

장례 전날인 8일에는 오전 11시 순천향병원 영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후 2시 입관 절차를 밟은 뒤 저녁 7시 용산참사 현장에서 촛불추모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범대위는 정당과 단체를 중심으로 최소 5000명 이상의 장례위원을 조직하고 있으며, 이외에 시민 장례위원도 2000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야4당 대표들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문정현 신부와 명진 스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 등이 고문으로 나섰다. 세 명의 수배자가 호상(상례에 관한 일을 주선하고 보살피는 사람)을 맡았다.

용산 범대위는 "정부가 마침내 자신의 책임을 시인하여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 덕택이다, 상주가 되시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들이 가시는 길을 배웅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시민 장례위원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범대위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 범국민 추모주간(5~9일) 동안 분향소 조문과 '추모 기도회' 개최 ▲ 장례식 당일 낮 12시 정각 1분간 추모 묵념·타종·경적 ▲ 문자메시지 및 온라인 대화화면 추모 리본 달기 등의 행동을 당부했다.

▲ 5일 오후 2시 용산 범국민대책위가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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