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겉그림〈아침 미술관〉 ⓒ 21세기북스
나도 예전에 그것들을 몇 몇 분들로부터 받아본 적이 있다. 어떤 것은 일반 시인이 써 보내는 글이었고, 어떤 것은 저명한 목사가 써 보내는 글이었다. 때로는 나 자신이 특별한 사이트를 직접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글을 읽고 감명을 받은 적도 많았다. 물론 매일매일 새로 올라온 글들이라 하루하루가 생과일 음료를 마시는 기분처럼 신선했다.
"일상적인 업무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예술작품을 감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침미술관'은 예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미처 시간을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매일 미술작품 한 점을 감상하면서 잠재력을 향상시킨다는 동기에서 기획된 책이다."(서문)
보통 사람들은 2010년 새 해를 생각하면 '출발'이나 '기상'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명옥은 그런 흐름에 발맞춰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한 점씩의 미술 작품들을 통해 '시작'이나 '출발', '아침햇살'이나 '전진', '맹세'나 '질주' 등을 감상하며 읽어나가도록 도와준다. 물론 그 작품 옆에는 남다른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맨 밑에는 뭔가 압축시킬 수 있는 키워드를 메모형태로 하나씩 남겨 놓고 있다. 그야말로 생수처럼 시원한 키워드들이다.
더욱이 어떤 그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걸 엿볼 수 있다. 이른바 3월 달이 되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창밖에 피어오르는 초록 풀잎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명옥도 에드바르트 뭉크의〈봄〉을 시작으로,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창가의 연인〉, 페레 보렐 델 카소의〈비평으로부터 탈출〉을 연이어 소개하면서, 봄과 창문을 소재로 한 그 작품 속에서 '소생'과 '희망'과 '탈출'을 각각 연상토록 하는 해설들을 곁들이기도 한다.
한편 5월 달에는 가정이 대표되는 주제이듯, 이명옥은 윈슬로우 호머의〈스냅더 휩〉을 통해 산골마을에서 마음 놓고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을, 로히르 반 데르 바이덴의〈십자가 강하〉를 통해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예수를 보고 기절한 마리아의 모성애를, 이중섭의〈길 떠나는 가족2〉을 통해 행복이라는 달구지에 온 가족을 싣고 남쪽 고향으로 이사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각기 보여준다.
앞으로 2권이 나온다고 하지만, 1월 첫날부터 6월 30일까지 총 181점에 달하는 미술작품들이 들어 차 있는 이 책 속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것은 에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이었다. 그것은 그 그림이 뛰어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이명옥의 남다른 해설과 함께 그 밑에 다섯줄로 단 코멘트 때문이다. 이명옥은 그 그림을 통해 '늙은 선생'과 '젊은 무용수들'이 지닌 전혀 상반된 자세를 독특하게 읽어주고 있는데, 그 밑에 써 놓은 코멘트는 더 큰 울림을 전하고 있었다.
"수년 전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언론에 공개되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세련되고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그녀의 발은 충격적일 만큼 흉하게 변형되어 있었습니다. 한 시즌에 250켤레의 토슈즈가 해질 만큼 처절하게 연습한 결과였지요. 강수진의 발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습니다."(3월26일)
아무쪼록 2010년 한 해에는 여러 신문이나 잠언집, 또는 묵상집과 같은 여러 글들을 통해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 미술작품과 그에 따른 해설들과 코멘트를 통해 새로운 하루하루를 맞이한다면 아마도 요즘같이 바쁜 직장인들이 하루 한 조각 미술작품을 통해서도 전혀 뜻밖의 창의적인 영감을 얻는 최선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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