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5월 25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를 찾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조문한 뒤 경찰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분향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 남소연
검찰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된 당시 검찰 간부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오정돈)는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에 대해 일부 피의사실을 브리핑을 통해 공표한 것은 맞지만, 행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던 점 등을 감안해 불기소처분했다고 오늘(6일)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검찰의 논리는 피의사실 공표죄의 존재의미를 없애버리는 것이자, 검찰이 당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익목적'이 있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거론했다고 본다. 또 대한민국 검찰은 자신들의 조직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스스로 교정할 능력이 없음을 다시 보여주었다고 본다.
피의사실 공표죄를 무의미하게 만든 검찰
우선 검찰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 당시 거의 연일 이루어지던 브리핑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공익적 차원, 이른바 '알권리'의 차원에서 한 행위라는 검찰의 설명을 수긍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기관의 중간수사 브리핑은 수사기관의 실적을 자랑하고, 피의자에게는 사실상의 치욕형의 기능을 하거나, 피의자의 자백을 압박하는 언론플레이의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에도 피의자 및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피의자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기대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검찰은 당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공익을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의 말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국민의 상식과 생각과는 정반대의 검찰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상식을 가진 국민 중에 검찰의 설명을 얼마나 납득할지 검찰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공익목적' 있다면 피의사실 공표해도 된다?
설령 알권리 보장과 같은 공익적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결정은 부당하다.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처벌하려고 하는 이유는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수사단계에서 공표하지 못하게 해서 개인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피의사실 공표죄를 만든 이유는,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이 수사 도중에 피의자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정치인 같은 공인이 받고 있는 피의사실을 검찰이 일방적으로 밝히더라도 공인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보다는 추상적인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공인의 경우에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져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알 권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정당화했다. 이는 피의사실 공표죄의 존재의미를 없애버린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로 얻고자하는 추상적 이익인 국민의 알권리 실현과 피의사실 공표때문에 형사사법제도의 대원칙인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이 침해받는 것을 제대로 비교해보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하며 부실한 결정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며, 검찰이 제머리 깎지 못하는 점을 또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공표죄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어 검찰과 경찰 같은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근절할 뿐만 아니라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부당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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