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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박대기 기자를 보면서 느낀 단상

이 시대의 많은 '낚시꾼 기자'들은 박기자에게 배워야한다

등록|2010.01.06 17:22 수정|2010.01.06 17:22

▲ 쉽고 편하고 자극적인 것으로 낚시를 일삼은 이 시대의 많은 기자들은 박대기 기자를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 KBS 뉴스 캡쳐




폭설이 내리던 엊그제 아침, 막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침뉴스에서 여의도에 나가있는 중계차를 연결해 날씨를 전해주더군요. 폭설 때문에 그런지 여의도 현장날씨를 전해주는 기자와 스튜디오 사인이 맞지 않았던 듯 두차례나 연결이 안됐습니다. 스튜디오에서는 부르는데 박대기 기자라는 분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머리와 어깨에 한가득 눈을 뒤집어쓴 상태에서 두 번이나 매끄럽지 않은 즉 NG가 나는 상황이었죠.

"참으로 실감나게 날씨를 전해주는구나. 춥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폭설이 내린 탓에 저도 어제, 오늘 등산화 신고 솜털 잠바에 등에 등산용 가방 비슷한 거 메고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방문 수업을 했습니다. 겨울산 등산도 아니고 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불가피하게 수업을 하게 됐는데 어머니들께서 흔쾌히 이해를 해주시더군요. 그만큼 어렵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인터넷을 켜보니 아침 뉴스시간에 봤던 저 사진, 박대기 기자라는 분이 검색에 순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름이 박대기 기자라는 것과 이메일 주소가 waiting@kbs.co.kr  이라는 것, 그래서 날씨를 전하면서 그토록 오래 기다리고 대기하고 눈사람이 돼 가면서 보도를 했다는 재밌는 해석들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캡쳐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왼쪽 팔위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와 연결되는 순간 즉 '스텐바이 큐' 들어가는 순간까지 마이크 들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캡쳐 사진에 보이는 만큼팔뚝에 이 정도의 눈이 쌓이려면 저 자세로 최소한 몇분 동안 서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뉴스의 특성상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고 눈쌓인 모습을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언제 스트디오와 연결될지 몰라 저 상태로 '꼼짝마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정황상으로는 후자가 맞을 듯 싶지만 전자든 후자든 그것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는 이 모습을 보고 '실소'라고 표현했지만 실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지 저 현장을 전하는 박대기 기자의 모습에서 실소는 나오지 않더군요.

글쎄, 뭐랄까?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가장 모습이랄까? 양쪽 어깨에 쌓인 눈처럼 가장으로써 무거운 두 어깨를 얼굴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덜덜 떨며 그러나 맡은바 소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뭔지 모를 감동까지 느껴지더군요. 싫던 좋던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야하는 직업의 특성과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 같은거.... 그 모습에서 저는 이러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그냥 저만의 느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눈사람 기자' 박대기 기자. 컴퓨터 앞에서 자판 두둘기며 장사되는 기사 즉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으로 일명 '낚시' 하며 편하고 쉬운 것만 쫒는 이 시대의 많은 기자들과 크게 비교가 되더군요. 박기자의 그 정신을 높이 사며 배울 것은 확실히 배워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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