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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도 여운이 오래 남는 책 <그건, 사랑이었네>

등록|2010.01.06 17:42 수정|2010.01.06 17:42

책표지한비야 ⓒ 이명화

바람의 딸로 불리는 한비야는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통해서 책으로 처음 만났고 그 만남이 신선해 이어서 나오는 책들마다 궁금해 찾아서 다 읽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를 이어서 펴내더니, 어느 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며 세계 오지여행가에서 세계긴급구호현장 구호팀장으로 새롭게 변신해 또 한번 주목받았던 그녀가 어느새 9년이나 되었단다.

9년 여 동안 긴급구호현장에서 몸으로 뛰었던 그가 이제 또 한 번 도약하기 위해 긴급구호팀장을 내려놓고 유학의 길을 올랐다. <그건, 사랑이었네>는 한비야씨가 유학의 길에 오르기 전, 9년여 동안 긴급구호팀장으로 지내면서 겪었던 일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한 번도 풀어놓지 않았던 첫 사랑이야기를 비롯해 책 이야기, 자신의 일상 등 소소한 얘기들을 한데 묶어 펴낸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묵혀두었던 속마음을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서' 이 책을 펴냈노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한비야 바람의 딸이요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서 가난과 기아, 전쟁, 지진...재난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열악한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인간애 그 뜨거운 가슴이 느껴진다. 결국,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늘 고통 받는 자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지진과 전쟁, 기아, 질병 등으로 고통 하는 자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일깨워준다. 지구의 85%가 물이라지만 그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퍼센트뿐이라는 말, 그나마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쓰지 못하고 불공평하게도 현실은 15초마다 한 명씩 사람을 죽일 만큼 아프리카에선 절박하다는 물, 그야말로 물이 곧 생명이라는 이야기는 펑펑 써대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도 남는다.

아프리카에서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쓰는 물의 양은 10-20리터, 특히 이디오피아 등 극심한 물 부족국가에서는 1인당 5리터 미만인 곳도 수두룩하단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최소량이 하루 15리터인데 그것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란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우리가 양치한 번 할 때 흘려보내는 수돗물의 양은 10리터 정도로 이디오피아의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보다 두 배나 많고 샤워하면서 쓰는 물은 평균 50리터로 아프리카 한 가족이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씻는 물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한비야 자신의 첫 사랑을 만났던 이야기도 흥미롭다. 죽을 만큼 아프고 참담했던 실연의 추억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막상 다시 만나고보니 그때의 아픔조차도 그것이 있어 좋았다고,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다고 성숙한 사람으로서 고백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첫 사랑이야기를 비롯해 책 이야기, 한비야의 글쓰기 노하우 등 소소한 이야기들과 알찬 정보들도 한비야 특유의 수다로 가득하다. 고교시절부터 1년에 1백권씩 책을 읽고있다는 그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간결한 문장, 뜨끈뜨끈한 생생한 체험적인 글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해 낸 모든 일들이 그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통통 튀는 속사포 같은 어투로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듯 얘기하던 그녀는 막상 그동안 자신이 얘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 털어놓고 보니 세상과 그녀를 움직인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인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사랑이었노라고.

궁극적으로 사랑이... 인간을 향한 낮은 자를 향한, 인간애가 있어 긴급구호팀장으로서의 모든 체험 글에선 뜨거운 그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염시킨다. 한비야씨의 책은 언제나 뜨끈뜨끈하다. 맥박이 뛰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생생한 삶의 체험현장에서 얻은 체험을 글로 녹여서 냈기 때문이다. 그 안에, 그 삶에 열정이 펄펄 끓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후반전 5분을 뛰고 있다... 나이로만 따지면 나처럼 뭐든 늦게 시작한 사람도 드물 거다. 남들 이십대에 하는 배낭여행은 삼십대 후반에 했고, 첫 직장도 남보다 10년은 늦게 들어갔고, 구호 활동도 내 또래요원은 벌써 20년차도 넘는 베테랑인데 나는 이제 9년차, 햇병아리를 겨우 면한 상태다. 내가 마흔이 되던 해 중국에 어학여수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나이에 중국어를 배워서 어디에 쓰겠냐고 했다...

무엇을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내 경험상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성공할 기회는 0퍼센트다. 내가 만약 늦었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 중국말은 중국말대로 못하고 아까운 세월은 세월대로 흘러가버렸을 거다."

늦깎이란 없다고, 다만 사람은 '제철에 피우는 꽃'이라고 말하는 한비야, 세계 오지여행가로 이름을 떨치는가싶더니 어느 날 문득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으로 거듭나, 2001년부터 세계 긴급구호현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입사 첫날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터졌고 첫날부터 야근하며 일에 파묻혀 살았던 그녀다. 해마다 이어지는 초대형 재난 현장에서 구호현장에 있었던 그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새로운 길 위에 섰다.

그녀 나이 쉰 한 살이었다. 지난 9월부터 이제 학생이 되어 미국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학교의 인도적지원에 관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비록 기급구호팀장 자리를 놓고 유학길에 다시 올랐지만 그것과 동떨어진 일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나의 하나님은 늘 이런 식이다. 어느 분야에서 인정받고 안정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시며 그 길로 가라 하신다. 국제 홍보회사에 다니면서 그 분야에서 슬슬 두각을 나타내시고 사내에서도 부장 승진을 코앞에 두었을 때 세계오지 여행으로 날 이끄셨다. 세계 일주 후 오지 여행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중국으로 보내셨고 이제 바람의 딸보다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 인정받으니까 그걸 다 뒤로하고 또 공부하러 가라신다. 이번에도 기꺼이 순종할거다.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분은 이렇게 나를 주기적으로 거친 광야로 보내 거기에서 나를 성장시키시고 성숙시키신다는 것을..."

가장 닮고싶은 여성 인물 1위, 네티즌이 만나고싶은 인물 1위, 각종 인기차트 수위에 이름이 오르는 여자 , 멘토가 없고 영웅이 없는 이 시대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닮고 싶은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비야, 이 세상이 생각하는 세속적인 기준이 아닌 멘토요 닮고 싶은 인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건, 사랑이었네>(한비야/푸른숲)를 펴낸 한비야씨가 이 책의 인세수입 중 1억원을 월드비전에 기부했다는 기사가 얼마 전(2009.12.21)에 나와 추운 겨울에 훈훈한  사랑 소식이 되었다. '고통 하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라'는 주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그녀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돌아올지 기대가 된다.

이 세상에 열정, 행복바이러스, 사랑바이러스, 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린 그녀로 인해 조금 더 따뜻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빛으로 충만하고 더불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책을 덮고도 여운이 오래 남는 책...'그건, 바로 사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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