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상환제' 기다리던 대학생은 어떻게 하나
정부 여당, '취업 후 상환제' 2010년 1학기 도입 무산 시도
▲ '등록금넷' 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해 12월 22일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 열고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이 저소득층을 괴롭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권우성
"정부 여당의 '취업 후 상환제' 2010년 1학기 도입 무산 시도를 전면 규탄합니다!"
지난 연말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는 긍정적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을 수정·보완하고(기존의 저소득층 지원은 유지하고, 이자율을 최대한 낮추며 단리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취업후 상환제와 함께 '등록금액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애초에 내놓은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은 '무늬만 등록금 후불제'로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 지원을 폐지하는 등 오히려 서민에게 불리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미 폭등한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없었으며, 6%안팎의 높은 이자율을 '복리'로 적용하여 등록금 원금의 무려 3배까지 평생 갚아야 하는(교과부 시뮬레이션 결과) 등 도저히 그냥 통과시켜서는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등록금넷은 '취업 후 상환제'는 반드시 1) '등록금액 상한제'(등록금 책정 시 가계소득의 일정 범위 이상은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는 제도로 예전에 우리나라도 실시한 바 있고, 현재 영국·호주·독일 등의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음)와 함께 도입되어야 하며 2) 기존의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지원을 유지되고 나아가 확대되어야 하며 3) 취업 후 상환제 적용 이자율을 무이자 또는 '최소'로 하고 '단리'를 적용해야 하며 4) 수능 6등급 미만에겐 장학금 자격을 박탈하는 방침을 폐지하는 네 가지 내용을 반드시 충족해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창해왔습니다.
이에 정부 여당에서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매년 등록금을 책정할 때 물가인상률 100% 또는 150% 이상 인상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생-학부모 대표단과 등록금넷은 이는 이미 천정부지로 솟은 등록금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 결과, 인상률 상한제는 기본이고 가계소득의 일정 범위 또는 등록금 원가에 연동해 일정한 금액까지만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등록금액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교육선진국처럼 등록금 후불제(취업 후 상환제), 등록금 상한제(등록금액 상한제)라는 제도의 큰 틀을 도입하게 된 것이죠. 등록금넷은 이제 그 내용을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잘 구성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 국회에 제출된 안민석 의원, 권영길 의원의 등록금액 상한제 관련 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등록금액 상한제의 구체적 시행방안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취업 후 상환제' 시행 연기는 '질 나쁜 대형 사기'
그런데 '취업 후 상환제' 시행시기를 갑자기 2학기로 연기한다는 정부 측의 입장이 밝혀졌습니다. 오늘(6일)은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2학기로의 연기를 기정 사실화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정부여당, 청와대와 교과부까지 나서서 2010년 1학기부터 취업 후 상환제를 실시한다고 수십 번 약속해놓고 어떻게 갑자기 2학기로 연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정말 '질 나쁜 대형 사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등록금 반값 위원회까지 구성해놓고도,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뻔뻔스럽게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첫 번째 대형사기를 저지르더니, 이제는 국회가 관련 법을 늦게 처리해서 그렇다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는, 국민과의 중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두 번째 대형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써 정부 추산으로도 10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큰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당연히 취업 후 상환제를 통해 등록금을 납부할 준비를 하고 있었은데, 이를 어쩌란 말입니까. 벌써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2009년 안에 관련 법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여야 협의대로 1월 말 2월 초에 관련 법안과 함께 구체적 시행방안까지 확정해 2010년 1학기에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법안과 시행방안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시행을 미룬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부 여당이 7월에 제도 도입을 발표하고도, 2009년 국회 막바지에서야 관련 법안을 냈고, 또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수정보완 논의를 수수방관하며 시간을 보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여당이 져야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 약속대로 2010년 1학기 시행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교과부는 학생 등록기간이 겹쳐서 시행을 연기하게 됐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다. 재학생들의 경우는 보통 3월 말까지 등록기간이므로 충분히 이 제도의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입학 전에 등록금 등을 납부해야 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입학금 및 등록금 납부 연기 조치를 취해주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제도 도입에 맞춰 등록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간만큼만 납부 연기를 시켜주면 되는 것입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신입생들의 경우 실시가 어렵다면 재학생부터 실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 무엇 때문에 2학기로 연기하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야가 의견을 교환한 대로, 수정보완된 취업 후 상한제를 2010년 1학기부터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정부 여당은 수십 번 약속한 내용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약속대로 2월 초에 등록금액 상한제가 도입되고, 각 대학들의 예결산과 적립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용되며, 고등교육 및 대학재정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려나간다면, 수십 년의 '등록금 문제'가 정말 획기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2010년 1학기부터 취업 후 상환제가 실시되는 것이 그 전제입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피눈물나는 호소를 정부 여당이 외면하지 말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안진걸 기자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정책간사입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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