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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하직하는 길, 참 멀고도 멀다

[옛 소리 세태풍자 7] - 상여소리

등록|2010.01.07 14:19 수정|2010.01.07 14:19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간다간다 나는간다 이승길을 하직하고 저승길을 나는간다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어허어허 만당같은 집을두고 천근같은 자식두고 어화넘차 어허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문전옥답 다버리고 원통해서 못가겠네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동네분들 다모였으니 하직인사나 올리리다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이제가면 언제오나 오는 날이나 알려주오
(어허어허 너하넘차 어허∼)

상여소리다. 상여란 '행상(行喪)'이라고도 하는데, 장례절차 때 시신을 나르는 도구이다. 이 상여가 집을 나서면서 장지까지 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상여소리' 혹은 '행여가'라고도 부른다. 상여소리는 상여 위에 올라탄 선소리꾼이 먼저 메김소리를 주면, 상여를 맨 상두꾼들이 뒷소리를 받으면서 발을 맞추어 정지로 시신을 운송하게 된다.

상여소리 안에 녹은 한(恨)

이제가면 언제오나 돌아올길 전혀없네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참례하고
백년집을 뒤로하고 만년집을 찾아가네
여보시오 벗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초로같은 우리인생 한번가면 그만이라
북망산천 머다더니 대문밖이 북망일세
활대같이 굽은길을 쏜살같이 치달아서
일직사자 앞을서고 월직사자 뒤에서서
어서가자 재촉하니 흐르느니 눈물이라

참으로 한스러운 소리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살겠는가? 그 짧은 세월, 그리도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거리고 있다. 남들 생각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런 모든 모진 삶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 그 길을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데, 어서가자고 재촉하는 저승사자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참 그랬다. 이런 소리를 하면서도, 슬픔에 잠겨있는 상주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상여를 메고 뒷소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향두꾼'이라고 하는데, 이는 과거 신앙공동체였던 '향도(香徒)'조직이 변한 것으로 본다. 즉 조선조에 들어 향촌공동체가 그 기능이 분화되면서, 상례의 일을 담당하던 향도조직원들을 부르던 말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그저 편안하시길 

그동안 숱한 고통을 안겨주었던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9일 거행된다고 한다. 범국민장으로 치러지는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9일 오전 9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갖고 출발을 한다. 낮 12시에는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을 지낸 후, 오후 3시에 용산 참사 현장에서 노제를 진행한다. 그리고 오후 6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먼저 고 한대성, 윤용현, 이상림, 양화성, 이성수 다섯 분의 명복을 고개 숙여 빈다. 그리고 마지막 가시는 길 이제는 모든 해원 훌훌 벗어버리고, 편안히 가시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망자의 한을 소리로 담아 표출을 하는 상여소리는, 남은 가족들을 먼저 상각하는 사설도 있다. 그러한 뜻이 그 동안 찢어지는 아픔의 울음을 참아낸 유족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도 잊히지 않을 이름들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 분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길로 떠나셨으니. 참 멀고도 먼 길. 1년여를 그렇게 슬픔으로 우리와 마주한 다섯 분의 가시는 길이 편안하기를 빈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명년삼월 꽃이피면
너는다시 피련마는 초로같은 우리인생
한번아차 죽어지면 다시올길 전혀없네
병풍에 걸린닭이 홰를치면 오시려나
가마솥에 삶은개가 컹컹짖으면 오시려나

다시는 올 수가 없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다시 한 번 억울하게 희생을 당한 다섯 분의 가시는 길에, 상여소리 한 마디로 한을 삭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 다섯 분에게 마지막 가시는 길의 평안함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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