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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야기' 새로운 전형, 불완전한 역사 서술 아쉬움

[책 속으로 떠난 역사 여행 55] 청년 백범 <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

등록|2010.01.07 14:37 수정|2010.01.07 14:38
우리 근현대사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겨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 김구의

표지<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 ⓒ 한겨레 아이들



생애를 소개하는 어린이용 책 <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가 출간됐다. 기존 위인전이 가지던 고정된 시각을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인물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함이 돋보인다.

가난한 상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구는 어렸을 때 남다른 점이 없었다. 멀쩡한 숟가락을 부러뜨려 엿을 바꾸어 먹던 아이, 아버지가 넣어둔 엽전을 꺼내 떡을 사먹으려다 들켜 아버지에게 심하게 얻어맞으며 때리는 아버지를 미워했던 아이였다.

천대받는 상민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 매달렸지만 온갖 부정이 난무하던 과거장에서 낙방할 수밖에 없었고, 독학으로 관상을 공부하기도 하고, 동학에 들어가 황해도 지역의 동학농민군의 접주가 되어 활동했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좌절감을 딛고 일어선 김구의 삶을 소개한다. 스승 고능선의 가르침을 따라 성공과 실패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판단하고 꾸준히 실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그 힘이었다고 설명한다. 태어날 때부터 신비한 인물로 그려지거나, 일찌감치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성장했다는 기존의 위인전과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눈에 거슬리는 '모스크바 3국외상회의'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스크바 3상 회의' 내용이 눈에 거슬렸다. 우선 책 내용부터 살펴보자.

1945년 12월, 모스크바에 미국 ․ 영국 ․ 소련의 외무부 장관이 모였습니다. 이것을 '모스크바 3상 회의'라고 합니다.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는, 한국은 아직 독립을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미국 ․ 영국 ․ 소련 ․ 중국 네 나라가 5년 동안 대신 통치한다는 '신탁통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 132쪽)

그럼 '모스크바 3상 회의'는 실제 어떤 내용이었을까. 좀더 구체적인 사실로 접근해보자.

첫째, 한반도에 남북을 통일한 임시정부를 수립하여 38도선과 미․소 양군의 분할점령 상태를 해소한다.
둘째, 수립되는 남북통일 임시정부가 미 ․ 영 ․ 중 ․ 소 등 연합국의 감독과 원조 내지 후견  을 받으면서 최대 5년간 한반도 전 지역을 통치한다.
셋째, 5년의 신탁통치 이후 임시정부 관리로 총선거를 실시하여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정치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줌으로써 독립국가를 수립한다. (강만길, 20세기 우리역사 중에서)

회의의 결정 내용이 신탁통치 실시가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반도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최대 5년간의 신탁통치 실시 후 총선거를 통해 정부 수립을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가 '신탁통치 실시'만을 결정했던 것처럼 비판 여론이 높아진 배경에는 동아일보 오보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를 보도한 신문이 신문은 한반도에 대한 신탁통치는 소련이 주장하고 미국이 반대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신탁통치는 미국이 주장했다. 더구나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점은 외면한 채 신탁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점만 일방적으로 부각되었다. ⓒ 금성출판사




동아일보 오보를 계기로 신탁통치 실시만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극심한 반탁 운동이 일어났다. 회의의 내용이 알려진 뒤 좌익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은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관점에서 '모스크바 3상 회의'결정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익 세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신탁통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동조하던 친일파들이 반탁의 명분으로 친일의 과거를 희석시키기 위해 적극 뛰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이 시기, 김구는 반탁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반탁운동이 독립운동과 통일국가 수립운동에 전념했던 삶을 설명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김구가 반탁운동을 했다고 해서 독립운동과 통일국가 수립운동에 전념했던 그의 삶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 남북협상에 뛰어들고,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단독정부 수립은 안 된다'며 푸른 청년의 기개로 평생을 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어린이용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위인전의 틀을 벗어나려 애쓰면서 인물의 장단점을 고루 보여주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3상 회의' 내용의 불완전한 설명은 눈에 거슬린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덧붙이는 글 청년 백범 글, 박시백 그림/한겨레아이들/2009.12/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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