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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시민의식 논하기 전에 지도자의식 논하라!

폭설 이후 시민의식 지적 글 넘쳐, 이 정도면 양호하다

등록|2010.01.07 16:39 수정|2010.01.07 16:39

▲ 폭설이 내린 이후 시민의식 실종을 언급하는 기사들이 넘친다. ⓒ 캡처


최근 느닷없이 폭설과 관련하여 보수신문에서 시민의식 운운하는 기사가 등장하더니만, <오마이뉴스>에서도 시트콤의 유행어 '빵꾸똥꾸'를 빗대어 거리의 흡연자로 말미암은 간접흡연,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담아 <빵꾸똥꾸 같은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고쳐져야 할 시민의식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래서?'라는 불순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어떤 한 가지를 놓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일면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시민의식'이 없으니 '감히 그런 시민의식으로 남의 잘잘못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마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심히 불쾌한 것이다.

시민의식,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는가?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촛불 정국,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하여 기록적인 인파가 몰려 만일에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염려했지만, 집회를 마치고 주변정리도 하고, 공권력의 폭압적인 집회저지에도 큰 불상사 없이 치렀던 경험이 있다. 오히려, 그런 대규모집회를 훼방하고 혼란스럽게 한 것은 시민이 아니라 공권력이었으며, 그럼에도 큰 불상사 없이 치른 시민의식이라면 얼마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인가? 양호하지 않은가!

그런데 느닷없이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에 공공기관까지도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시민의식 운운하고, 눈을 치우다 싸운 일까지 기사화되는 현실은 뭔가 석연치가 않은 것이다. 언제까지 늘 남의 나라와 비교해서 다르면 의식의 결여라고 할 터인가? 물론 자기 집 앞 눈을 치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싸잡아 시민의식 운운하는 것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공공화장실 변기에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있지만 싸잡아 '빵꾸똥꾸'라고 한다면 대다수 사람은 억울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얼마든지 거리에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고, 공공화장실에서 예절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지엽적인 문제를 싸잡아 시민의식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지도자의식, 이 정도면 낙제점이 아닌가?

어디까지를 '지도자'의 군으로 묶을 것인지는 조금 난감하지만, 결재권을 가진 이들이나 정치권, 종교지도자들까지로 묶어본다.

며칠 전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출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반 시민이었다면 턱도 없을 사면에, 범죄자에게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써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나라 체신을 깎아 먹는 일인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 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이들 중에서 일반시민이 꼬박꼬박 지키는 법들을 너무도 당당하게 어긴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때문에 무너진 법치, 그 때문에 순진하게 법을 지켜오며 살았던 사람들의 상실감에도 '당당한 너무나도 당당한' 그들의 의식 수준은 어떠한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국민의 비난 여론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호들갑을 떠는 언론사 등등,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자연적인 연못일 경우의 이야기고 현실에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윗물은 진흙탕인데 아랫물이 흐리다고 호통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윗물의 더러움에 침묵하면서 아랫물의 혼탁함을 탓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부패해서 도덕 불감증에 걸리는 경우, 선량하게 살던 이들은 화병이 생긴다. 가진 권력 혹은 영향력만 덜했지 똑같이 부패한 짓을 하던 부류는 이제 양심의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나쁜 짓을 일삼게 된다. 그래서 기득권층의 부패는 어떤 전염병보다도 무서운 것이다. 그런 인사들의 큰 부패에는 침묵하면서 그들의 작은 선행은 뻥튀기하는 사회는 맑은 사회가 아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선행으로 자신들의 부패를 덮으려 하고, 여전히 그것이 통하는 사회라면 그 어찌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눈 내리는 날 눈을 쓰는 시민이 얼마며, 매일 새벽 장에 나가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는 이들이 얼마인가? 겨우 눈 한 번 쓸고, 목도리 감아주며 찔끔 눈물 흘리고, 뭐 이런 유치한 개그 같은 일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규뉴스 시간에 뻥뻥 터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일이 아닌가?

시민의식 논하기 전에 지도자의식을 논해야 한다

시민의식까지 운운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 집 앞 눈을 쓸 생각도 없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공공화장실에 가래침을 뱉는 그런 일들은 우리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지엽적인 것으로 시민의식 운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대다수 시민은 그런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싸잡아 시민의식 운운하며 모두를 죄의식에 빠져들게 하지 말고 정말 이사회를 심각하게 좀먹어가고 훼손하는 지도자의식을 논해야 한다.

공공화장실의 가래침은 고작 해야 청소하는 분이나 공공화장실을 사용하는 몇몇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물론 그것도 고쳐야 할 일이긴 하지만), 지도자의 한 마디, 행동 하나는 때론 전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시민의식 운운하며 침 튀기지 말고, 지도자의식을 논하면서 열변을 토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정도의 사회적인 여건 속에서, 이 정도의 시민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 시민의 의식이 결코 낮다고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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