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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만 승리하면 MB교육 OUT! 그런데 서울 인물이 없네"

[교육감 선거전망②-진보] 16개 시도에 단일 후보 낼 준비

등록|2010.01.08 15:13 수정|2010.01.08 15:13
2010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선거도 함께 진행된다. 이미 진보와 보수는 구체적인 후보군을 거론하며 교육감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각시도 '교육수장'을 둘러싼 양보없는 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오마이뉴스>는 교육감선거를 앞둔 보수와 진보의 고민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16개 전국 시도 무조건 다 나간다. 그것도 단일 후보로 만들어서 내보낼 생각이다. 솔직히 이중 5개 시도만 이기면 대성공이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도 교육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진보개혁적인 교육단체의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위의 말에는 교육감선거를 바라보는 진보개혁진영의 모든 게 담겨 있다. 에둘러 갈 필요 없다. 다시 한 번 명확히 정리해보자.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단일 후보를 낸다. 목표는 최소 5곳 승리! 그러면 MB교육 OUT!'

진보진영이 이런 '부푼 꿈'을 갖는 건 허황된 일만은 아니다. 나름의 근거와 판단을 갖고 있다. '적들'의 공포는 아군에겐 희망이다. '아직' 살아있는 김상곤 교육감은 보수우익에게는 무찔러야 할 적이지만, 진보진영에게는 꿈틀대는 희망의 증거다.

진보정당의 한 관계는 "김상곤 교육감이 이 정도까지 잘 해줄지 몰랐다"며 "진보 진영이 교육수장이 되면 교육 전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가 몸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은 무척 편안하게 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가 평가하는 건 단지 '뉴스메이커 김상곤'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경기도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하는 과정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후보를 내세우는데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교육감 탄생 뒤엔 연대와 단일화 있다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유성호


김 교육감 탄생의 뒤에는 시민사회 진영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김 교육감 스스로 여러 차례 "처음에는 교육감 선거에 나갈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즉 진보적인 시민사회진영이 먼저 적절한 인물 선정을 위한 '작전'을 짠 뒤 교수 김상곤에게 '작업'을 진행해 출마를 설득한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민사회 진영이 연대활동을 벌인 기간은 짧지 않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출범한 건 2006년 1월이다. 그리고 2008년 7월 촛불의 영향을 받아 '의료, 전기, 물, 가스, 방송 등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를 위한 경기지역 사회공공성강화 공동행동(경기공동행동)'이 결성됐다.

촛불이 꺼진 2008년 12월, 경기공동행동은 '2009년 경기도교육감선거 대응'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이어 집행위원회에서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그 결과 2009년 2월 '경기희망교육연대'가 결성됐다. 이 단체의 노력으로 당시 진보 진영의 김상곤 후보와 권오일(에바다학교 교감) 후보는 단일화를 이뤘다.

경기희망교육연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용한 한신대 외래교수는 '김상곤 당선' 최대 요인으로 "경기지역 운동진영 좌우, 중도, 통합파 등이 모두 단결해 후보단일화를 이룬 반면, 보수 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한 것"을 꼽았다.

이어 김 교수는 "서울대총학생회장과 민교협 의장, 교수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상곤의 화려한 경력과 일제고사 반대 등 진보적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주효했다"며 "진보진영 역시 분열하지 않고 통 크게 연대한 점도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경기도 다른 진보진영도 대체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서울... 인지도 있는 인물이 나와야 이긴다

현재 서울과 경기지역, 아니 전국의 진보진영은 다시 위와 같은 방식에 따라 후보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올해 교육감선거는 과거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는 '리틀 MB' 공정택과 진보진영 주경복의 대결로 대립각이 선명했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역시 보수 김진춘과 진보 김상곤의 대결이 뚜렷했다. 그렇다면 올해 선거는?

교육감 선거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대결 등의 '빅매치'에 파묻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6월 2일 당일에는 도지사(시장), 구청장, 도의원, 시의원, 구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투표용지에 8번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여야 정당 대결에 휩쓸려 교육감 선거 자체가 눈의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때보다 교육감 후보 개인의 인지도와 대중성이 중요하다. 진보정당의 한 관계자는 "정책 대결도 중요하지만, 눈길을 끄는 인물이 아니라면 분위기상 서울시장 등 굵직한 선거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 현재 거론되는 후보를 보자. 경기도에서는 김상곤 현 교육감이 다시 나올 것이란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아니 오히려 "당연히 나와줘야 하는 것 아냐?"라고 말한다. 현재 가장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보진영은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기도는 김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김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고, 경기도의회가 발목(?)을 잡고, 경기도청이 공격을 하는 배경에는 '김상곤 재선'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경기도는 김상곤, 충북은 도종환, 서울은 OOO!

▲ 도종환 시인. ⓒ 남소연

진보진영이 경기도 다음으로 크게 기대를 하고 있는 지역은 충북이다. 청주가 고향인 도종환 시인이 있기 때문이다. 도종환 시인은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낸 해직 교사 출신이다. 진보진영은 도종환 시인을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다.

진보진영의 한 인사는 "도종환 시인이 나서주기만 하면 충북 교육감 선거는 거의 끝"이라며 "물론 '전교조 딱지'가 부담스럽지만 시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작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서울광장 노제에서 사회를 맡아 얼굴을 더욱 많이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도종환 시인이 출마 의사를 밝힌 건 아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어떻게든 설득을 해서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진보적인 교육단체 대표는 "서울-경기-충북은 무조건 이기고, 광주·전남에서도 승리하면 'MB 교육'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쪽에서 바람이 불어준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광주와 전남의 경우 진보진영은 '개혁적 정서'와 민주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는 안순일 현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작년 10월 퇴임한 김장환 전 교육감이 3선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진보진영은 '교육개혁시민연대'를 출범시켜 시민후보 추대 형식으로 교육감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광주의 경우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장휘국(59) 교육위원과 이민원(52) 광주대 교수가 시민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즉 진보진영은 호남지역에서 교육감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보수에 맞서 시민사회연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진보진영의 가장 큰 고민은 서울이다. 여러차례 보도됐듯이, 진보진영의 서울시교육감으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조심스럽게 끼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부영 교육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본인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울의 경우 그 상징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어쨌든 진보진영은 서울교육감 후보를 찾기 위해 지금 분주하게 움직이고 이다.

"우리가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수의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진보진영 역시 "우리가 좀 더 유리한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도에서 김상곤이 버티고 있는 것도 크지만, 지방선거 자체가 심판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심판을 받는 쪽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승패를 가를 '허망한 변수' 역시 있다. 보수우익 쪽도 걱정하는 단일화 실패다. 그리고 분열은 패배를 낳는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그걸 보여준다.

경기도는 김상곤, 충북은 도종환, 서울은 OOO! 진보진영은 빈칸을 채울 중량감 있는 인물을 찾아 헤매고 있다. 서울이 특히 '맨파워'가 가장 중요한데, 걸맞는 인물을 아직 찾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진보의 움직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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