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희 세종대 총장님께
안녕하세요. 총장님!
서울에 지난 1669년 1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설이 내렸다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요? 눈이 가득 쌓인 캠퍼스를 바라보니 문득 취임하시고 각종 학생들의 행사와 초청강연 등에 바쁘게 교정을 돌아다니시던 총장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번 2010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세종대 교육학과 05학번 이민영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갑자기 총장님께 편지를 띄우게 된 까닭은 폭설 못지 않게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겠지요. 바로 지난 12월 22일, 교무회의에서 세종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학내 복지사업 전체 운영권을 모두 입찰하겠다는 공고 안을 통보했다는 소식입니다.
평범한 조합원 중 한 명이었지만 저는 누구보다 우리 대학의 생협에 자부심을 느끼며 학교를 다녔기에 그 소식에 먼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미 연말에 진행된 5주간의 감사를 통해 생협이 아무 문제없이 복지사업을 운영해 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궁금했던 것은 왜 학내복지와 같이 학생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사업이 진행 중인데 학생들에게 일언반구가 없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새로 개관할 학생회관의 목적과 쓰임은 오랫동안 학교와 학생들이 논의하여 결정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총장님도 충분히 들어오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토록 갑작스럽고 비공개적으로 학내 복지사업을 외부업체에 매각하신다고 하는 것인지 저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총장님께서도 들으셨겠지요. 바로 그 폭설이 쏟아지던 지난 4일,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에 삼삼오오 모여든 600여 명의 학생들이 추위에 언 손을 녹여가며 펜을 쥐고 복지사업 외부 업체 매각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일을요. 단 이틀 동안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임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종대의 당면과제는 "화해와 발전"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화해란 학내에 아직도 상존하는 불편과 불화를 우리 스스로 없애자는 것이라고, 내 편과 네 편 가르지 말고 네 편의 허물도 감싸 안는 너그러움을 서로 가지자고. 저 역시 그 "화해와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총장님은 또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화해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만나겠다고.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겠노라고. 그런데 한 명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도 없는 방학 중에 천 명이나 모였습니다. 길이 얼어붙고 미끄러워 찾아오기 불편하시다면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저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겠습니까?
학생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복지사업의 매각과 생협의 존폐 여부가 아닙니다. 물론 세종대학교 생협은 대학 생협 중에서도 단연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학내 구성원들에게 위탁받은 복지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해 왔습니다. 한일 간 대학생협 교류 시 일본학생들이 잊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바로 우리대학 생협입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렇게 의심할 여지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생협의 존폐 결정마저 한두 달 안에 뚝딱 학생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된다면, 과연 총장님이 누누이 강조하신 "화해와 발전"이 가능하겠냐는 것입니다. 복지사업처럼 학생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마저 암암리에 결정되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혹 발전과 관계없는 것에는 눈, 귀, 입을 모두 닫겠다고 하신 말의 대상이 바로 학생들입니까?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의 발전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총장님이 '생협은 학내 좌파 학생들의 배후조종자'라는 억측 담긴 루머 따위를 믿고 있으시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여 그 소문이 사실일지라도 학생은 좌파이든 우파이든 모두 학교의 구성원이기에 불화의 씨앗이 아니라 화해하고 함께 협력해 발전해 나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그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학교의 화해와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박우희 총장님! 우리 대학을 그토록 화해와 발전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저는 학생과 교수님들께 더 나은 학업과 연구를 위한 기회를 마련하여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적정한 가격 수준에 학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비용이 다시 학생들을 위해 투자되는 비영리조직인 생협을 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학교가 발전해야 할 이유인 학생들이, 외부업체가 아무리 학교 운영지원금을 준다 해도 결국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윤임이 자명하기에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차례의 기록적인 폭설을 뒤집는 또 다른 폭설이 오기까지의 40년간 세종대는 끊임없는 분규에 시달려 왔습니다. 총장님이 3년 간 힘쓰실 "화해와 발전"은 오랫동안 상처 입은 세종대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화해와 발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과 같은 일방적이고 비공개로 처리하는 학내복지사업의 외부업체 매각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배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educare'로 '이끌어 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모교의 총장으로서 학생, 교직원, 교수 모두에게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이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주십시오. 제가 졸업한 후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찾아오면 자랑스러울 학교는 3주체의 의견이 고루 반영돼 그것이 현실이 되어있는 학교입니다.
지난 11월 26일, '세종대학교 발전방안 공모' 표창식 때 총장님께서 저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언제든 기꺼이 의견을 들으시겠다고요. 총장님!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안녕하세요. 총장님!
서울에 지난 1669년 1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설이 내렸다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요? 눈이 가득 쌓인 캠퍼스를 바라보니 문득 취임하시고 각종 학생들의 행사와 초청강연 등에 바쁘게 교정을 돌아다니시던 총장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번 2010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세종대 교육학과 05학번 이민영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갑자기 총장님께 편지를 띄우게 된 까닭은 폭설 못지 않게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겠지요. 바로 지난 12월 22일, 교무회의에서 세종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학내 복지사업 전체 운영권을 모두 입찰하겠다는 공고 안을 통보했다는 소식입니다.
▲ 학생의견 없는 학생복지 웬말이냐세종대 캠퍼스 곳곳에는 학내 복지사업 외부업체 매각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 이민영
평범한 조합원 중 한 명이었지만 저는 누구보다 우리 대학의 생협에 자부심을 느끼며 학교를 다녔기에 그 소식에 먼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미 연말에 진행된 5주간의 감사를 통해 생협이 아무 문제없이 복지사업을 운영해 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궁금했던 것은 왜 학내복지와 같이 학생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사업이 진행 중인데 학생들에게 일언반구가 없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새로 개관할 학생회관의 목적과 쓰임은 오랫동안 학교와 학생들이 논의하여 결정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총장님도 충분히 들어오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토록 갑작스럽고 비공개적으로 학내 복지사업을 외부업체에 매각하신다고 하는 것인지 저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학생회관 모형도3월 완공예정인 학생회관에는 편의점, 푸드코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 www.sejong.ac.kr
총장님께서도 들으셨겠지요. 바로 그 폭설이 쏟아지던 지난 4일,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에 삼삼오오 모여든 600여 명의 학생들이 추위에 언 손을 녹여가며 펜을 쥐고 복지사업 외부 업체 매각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일을요. 단 이틀 동안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임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종대의 당면과제는 "화해와 발전"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화해란 학내에 아직도 상존하는 불편과 불화를 우리 스스로 없애자는 것이라고, 내 편과 네 편 가르지 말고 네 편의 허물도 감싸 안는 너그러움을 서로 가지자고. 저 역시 그 "화해와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총장님은 또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화해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만나겠다고.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겠노라고. 그런데 한 명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도 없는 방학 중에 천 명이나 모였습니다. 길이 얼어붙고 미끄러워 찾아오기 불편하시다면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저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겠습니까?
▲ 생협 폐쇄 반대 시위지난 4일, 학생들이 교직원 식당에서 한 시간 가량 학내복지사업 일방적 외부업체 매각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 세종대학보사
학생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복지사업의 매각과 생협의 존폐 여부가 아닙니다. 물론 세종대학교 생협은 대학 생협 중에서도 단연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학내 구성원들에게 위탁받은 복지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해 왔습니다. 한일 간 대학생협 교류 시 일본학생들이 잊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바로 우리대학 생협입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렇게 의심할 여지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생협의 존폐 결정마저 한두 달 안에 뚝딱 학생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된다면, 과연 총장님이 누누이 강조하신 "화해와 발전"이 가능하겠냐는 것입니다. 복지사업처럼 학생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마저 암암리에 결정되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혹 발전과 관계없는 것에는 눈, 귀, 입을 모두 닫겠다고 하신 말의 대상이 바로 학생들입니까?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의 발전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세종대학교 자유게시판복지사업 매각과 관련한 소식이 전해진 뒤로 학내 게시판은 생협을 지켜야 한다는 학우들의 목소리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 세종대학교 공식홈페이지
저는 총장님이 '생협은 학내 좌파 학생들의 배후조종자'라는 억측 담긴 루머 따위를 믿고 있으시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여 그 소문이 사실일지라도 학생은 좌파이든 우파이든 모두 학교의 구성원이기에 불화의 씨앗이 아니라 화해하고 함께 협력해 발전해 나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그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학교의 화해와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박우희 총장님! 우리 대학을 그토록 화해와 발전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저는 학생과 교수님들께 더 나은 학업과 연구를 위한 기회를 마련하여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적정한 가격 수준에 학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비용이 다시 학생들을 위해 투자되는 비영리조직인 생협을 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학교가 발전해야 할 이유인 학생들이, 외부업체가 아무리 학교 운영지원금을 준다 해도 결국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윤임이 자명하기에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생협지키기 서명운동지난 4,5일 이틀간 진행한 생협 지키기 서명운동에 일천명이 넘는 학우가 참여했다. ⓒ 세종대학보사
한 차례의 기록적인 폭설을 뒤집는 또 다른 폭설이 오기까지의 40년간 세종대는 끊임없는 분규에 시달려 왔습니다. 총장님이 3년 간 힘쓰실 "화해와 발전"은 오랫동안 상처 입은 세종대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화해와 발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과 같은 일방적이고 비공개로 처리하는 학내복지사업의 외부업체 매각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배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educare'로 '이끌어 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모교의 총장으로서 학생, 교직원, 교수 모두에게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이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주십시오. 제가 졸업한 후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찾아오면 자랑스러울 학교는 3주체의 의견이 고루 반영돼 그것이 현실이 되어있는 학교입니다.
지난 11월 26일, '세종대학교 발전방안 공모' 표창식 때 총장님께서 저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언제든 기꺼이 의견을 들으시겠다고요. 총장님!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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