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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가 제 길을 찾았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국내 첫 여성 교정기관장 최효숙 소장 인터뷰

등록|2010.01.08 16:45 수정|2010.01.08 16:45

▲ 최효숙 교정기관장 ⓒ 정선화



"소장으로서 1년 5개월간 청주여자교도소를 이끌었지만 남자 구치소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이 됩니다. 그러나 대전교도소, 성동구치소, 천안개방교도소 등에서 꾸준한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또한 있습니다."

최효숙 신임 소장은 통영구치소에 취임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국내 첫 여성 서기관(교정행정 분야), 국내 첫 여성 교정기관장 등 대한민국 교정행정의 역사를 새로 쓴 최효숙(56 교정간부 27기) 전 청주여자교도소장이 지난 1일자로 제6대 통영구치소장에 부임했다. 

1977년 9급 교정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기관장 자리에까지 오른 최 소장의 성공스토리는 해당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일로 통한다. 그 당시만 해도 여성 교도관은 9급으로 정년을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현재는 9급 공무원이 워낙 많아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부군인 김재곤 청주교도소장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내가 잘해야만 여성 후배들에게 더 큰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믿음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지요"라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영구치소에 와보니 어떠신지.
"통영구치소는 구치소라기보다는 휴양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관사에서 일어나면 아침마다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 부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통영구치소는 교도관이라면 누구나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첫 여성 교정기관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교정 공무원은 여성의 비율이 적은 편이다. 현재 만 5천여명 중 천명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소수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내가 처음 임용됐을 때만 해도 여자교도관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분위기라 낙심도 했다. 그런데 운 좋게 입사 2년 2개월이 지날 무렵 승진시험이 열렸다. 무려 7년 만에 열린 시험이었고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승진시험에 응시한 1200명 중에서 합격한 사람은 70명, 그 중 여자는 나 혼자였다. 그때부터 '초고속 승진''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늘 붙어 다녔던 것 같다. 그 뒤 승진시험이 있을 때마다 합격을 놓친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서기관이 되고 난 후 후배 여성 서기관도 여럿 배출됐다. 후배들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도록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업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성적이라고 들었다.
"끊임없이 공부를 했고 역할에 맞는 준비를 해왔다. 미혼일 때 담력을 키우기 위해 100여명의 남성 수용자에게 강의를 자원한 적도 있고, 결혼 후에는 충북대 법무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운동을 통해 늘 체력관리를 해왔으며, 정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감안하여 그림공부도 했다."

-모범 부부 교도관으로도 유명한데.
"공교롭게도 남편과는 6급부터 늘 같은 날 승진을 했다. 시험공부도 함께 했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양 기관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고심해서 혼자 결정해야 하는 위치가 기관장인데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늘 든든하다."

-교도관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여성 교도관으로서 여직원의 권익을 위해 늘 앞장섰고 청주여자교도소 재직 시절 추진한 여직원 숙소가 현재 건립 중에 있다. 이렇듯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한 모든 일들이 보람으로  다가온다. 그 중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은 수용자 교정·교화에 성공했을 경우다. 수용자들이 계속 소식을 전할 때, 여성 수용자가 결혼해서 잘 살 때, 아이들을 데려올 때 등 가장 큰 보람은 그것이다"

-앞으로의 목표.
"지난해 천안개방교도소가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는데 56개 기업이 참여해 120명이 취업한 사례가 있다. 직업이 있어야만 재범률이 낮아지고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직업교육, 정신교육, 자격증교육 등에 더욱 힘쓰는 것은 물론, 수용자가 가족들과 단란한 가족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다. 또 재래시장 이용, 1사1촌 협약, 봉사활동 등을 부지런히 진행해 시민들에게도 친근한 기관으로 다가고자 한다."

-시민들께 한마디.
"구치소는 시민들과 동떨어진 기관이 아니라 누구나 실수를 하면 올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곳에 수용되어 있다가 재활훈련과 교육을 받고 출소한 사람들을 전과자라는 선입견으로 멀리하기보다는 재범하지 않도록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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