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삼성전자 백혈병 '산업재해' 결국 법정으로

사망자 유족 등 11일 근로복지공단 상대로 산업재해 불인정 판정 취소 행정소송

등록|2010.01.09 11:49 수정|2010.01.09 11:49

"말하라 우리의 고통이 무엇 때문인지"삼성전자 백혈병 집단 발병 문제가 결국 법정에서 산업재해 여부를 가리게 됐다. 사진은 2009년 12월30일 밤 수원역 앞 촛불문화제 현장에 걸린 펼침막이다. ⓒ 이민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과 림프종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관련기사 : "제가 삼성한테 제대로 찍힌 거 같아요", 삼성반도체가 '벤젠 사랑상' 받은 까닭, 아이들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

삼성백혈병 문제를 파헤치고 산재 인정을 위해 주력해 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유족과 투병중인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판정에 불복해 오는 11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8일 밝혔다.

반올림과 유가족 대표, '삼성백혈병 소송단'(소송단)은 소송 당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2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소송의 의미와 공소장의 주요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소송단은 원진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전문의였던 박영만 변호사(메디컬법률사무소 의연),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한 노동사건 전문가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민주노총 법률원의 박숙란 변호사와 권동희 노무사, 반올림 활동가인 민주노총 경기법률원의 이종란 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의 김민호 노무사까지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중 약 10년 동안 급성백혈병 등 조혈계 암에 걸린 노동자는 23명이고, 그 중 7명이 사망했다. 이번 소송은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를 대신한 3명의 유족들과 투병중인 노동자 중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하는 것이다.

"벤젠과 방사선 동시 노출이 상승 작용해 발병한 것"

이번 소송단 단장을 맡은 박영만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됐느냐와 발암물질 때문에 병이 발생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소송한다기보다는 일을 하다 병이 발생했으니 산재로 인정하고 보상을 해 달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반도체 세척제 등에 발암물질인 벤젠이 들어가 있는 것이 국감 때도 밝혀졌고, 그걸 갖고 세척을 해 호흡이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 것으로 본다"면서 "반도체 검사과정에서 안정장치를 해제한 상태로 일을 하기도 해 방사선에도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됐음을 강조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벤젠 같은 발암물질은 낮은 농도라도 오랜 기간 노출되면 발병할 수 있는 것"이면서 "유해 화학물질과 방사선 동시 노출이 상승 작용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런 직업적 요인 말고 다른 발병 요인을 찾을 수 없다"면서 역설했다.

소송단은 사건의 내용과 경위, 관련자료 뿐만 아니라 직업성 암이나 백혈병 관련 논문과 번역서, 외국사례 수십개를 비롯해 백혈병 등 조혈계 암과 관련된 50여건의 판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작성한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소장엔 특히 제철소와 타이어회사, 제약회사, 항공기 제조회사, 중금속을 취급하는 방위산업체 등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이 발병한 사례들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례들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이 얼마나 유해한지도 소송 통해 문제제기할 것"

이번 소송단에는 지난 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이 발표된 날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이종란 노무사도 참여하고 있다. 이 노무사는 "언론에선 삼성전자가 매출 최고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삼성반도체의 신화, 그 이면에 가려 피해만 당했던 노동자들이 이제 최초로 집단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소송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반도체 사업이 깨끗한 사업이라고 포장돼 있지만, 얼마나 유해한지도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할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인정불인정한 것에 굴복하지 않고 산재 인정을 받아내겠다는 피해 노동자와 유가족들이 의지를 담아 꼭 승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에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제조, 가공 공정)에 다니던 중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씨(2007년 3월6일), 고 이숙영씨(2006년 8월17일). 고 황민웅씨(2005년 7월23일)의 유족과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박지연씨, 김옥이씨, 림프종 진단을 받은 송창호씨가 참여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