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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

너무도 다르게 자라는 두 마리 개를 보다

등록|2010.01.09 12:08 수정|2010.01.09 12:08

암자로 가는 길의 소박한 돌탑작은 소원들이 모여 하나의 기원을 이룬다. ⓒ 김진수


지난 초가을 경남 지역의 조그만 암자를 찾았을 때입니다.

암자엔 두 마리의 개가 있었습니다. 짐작컨대 두 마리를 동시에 데려와서 키운 것 같았습니다.보살에게 물어보니 두 마리가 같은 배에서 나온 쌍둥이 수캐랍니다.

그런데, 두 마리 개는 성격 및 표정이 영 딴판이었습니다. 태생적으로 겁 많게 태어난 개가 있는가 하면 붙임성 있게 사람과 잘 어울리는 개가 있습니다. 겁 많은 개가 자기 보호를 위해 끊임없이 짖어댄다는군요.

백구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다. ⓒ 김진수


황구사람을 경계하고 항상 거리를 유지한다. ⓒ 김진수


하지만, 두 마리 개를 대하는 나의 심정은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 동안의 성장과정을 짐작케 합니다.  흰 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반면에 누렁개는 그 반대겠죠. 태어난 성격 탓으로 백구는 인간으로부터 더욱 귀여움을 받았을 테고, 황구는 자연히 배척당하고 외톨이가 되었겠죠.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 두 개의 운명이 타고난 성격 그대로 완전히 굳어져 버렸을 것입니다.

흰 개는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며, 자꾸만 인간에게 구애를 하는가 하면 행동도 인간이 보기에 붙임성 있고 살갑게 다가옵니다. 반면, 누렁개는 사람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매우 공격적이고 외로우며, 표정 또한 딱딱합니다.

▲ "날 좀 잘 찍어 줘요!" 포즈까지 취하며 재롱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 김진수


▲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으며, 겁에 질린 표정이다. ⓒ 김진수


이들 두 마리 개가 이렇게 된 것은 선천적 성격 탓이 물론 큽니다. 동물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이 두 마리 개가 같은 어미에서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형성된 성격 못지않게  성장 과정의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더욱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백구는 반복된 행동과 반응으로 더욱 사랑 속에 커 갈 것이고, 황구는 잘못된 성격 탓으로 자꾸만 인간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갈 것입니다.
짐승들의 슬픈 운명일까요?

인간도 선천성 성격은 있을 테죠. 그러나 인간은 성장 과정의 교육과 학습, 보살핌 등으로
성격의 교정과 변화를 꾀할 수 있지만, 어디 집에서 기르는 개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백구는 점점 사랑 속에 자라게 되고 누렁개는 자꾸만 인간의 질시 속에서 미움을 쌓아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인간도 마찬 가지 아닐까요.
성장기에 덤뿍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그 사랑에 즉각 반응하고, 남의 사랑을 기뻐하며 또한 사랑을 베풀 줄도 알 것입니다. 혹 지독한 이기적인 사람으로 엇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은...

인간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더 나은 것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잘못된 성격 탓으로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가 주위 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따라서 이웃과 지인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더욱 완고하고 외로운 인생길에서 쓸쓸히 세월을 보내는 현실을 자주 본다.

칭찬과 사랑, 가장 기본적인 생활 철칙을 되뇌지만, 급박한 현실 속에서 이기심과 체통 때문에 또다시 굳은 마음이 되지는 않는지 스스로 되돌아봅니다.

▲ "뭐 더 먹을 거 없어요? 같이 좀..." 항상 배부른 백구. ⓒ 김진수


▲ 언제나 쓸쓸한 외톨이 황구, 목숨 다하는 날까지 그의 운명일까? ⓒ 김진수


두 마리 개의 운명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절 밖을 나서려는데, 흰 개가 꼬리를 치며 계속해서 따라왔습니다. 들어가라고 달래는데, 절 입구에 고개를 파묻고 앉아서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안 됐던지...
한동안 그 녀석이 머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백구를 생각하며 애완용 개를 키우는 분의 심정을 조금 알겠습니다.
인간보다 더한 진솔하고 댓가 없는 순수한 교감이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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