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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산물 '땀과 침'이 튀는 소극장 뮤지컬

[관람평] 블랙코미디뮤지컬 <4번 출구>

등록|2010.01.09 14:50 수정|2010.01.09 14:50

▲ <4번 출구> ⓒ 유성호



소극장 뮤지컬은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영웅>과 같은 초대형 뮤지컬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출연배우부터 시작해서 무대미술, 조명 등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대형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다름 아닌 배우들의 열정이다.

어찌 보면 소극장 뮤지컬은 배우들의 실력과 노력이 작품성의 8·90%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만큼 배우과 관객이 지근거리에서 들숨과 날숨을 함께 호흡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열정이 대형 뮤지컬 못지않게 뜨겁다. 외려 밀착된 관객의 시선이 요구하는 '섬세한 연기'를 위해 몇 배 더 짠 소금 땀을 쏟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 <4번 출구>가 공연되고 있는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극장. 맨 앞좌석 관객과 배우 사이 거리가 불과 50cm. 그 자리에 앉으면 배우 얼굴에 난 땀구멍과 코털까지 다 보인다.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면 땀이 튀고 침이 쏟아진다(?). 거친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고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 <4번 출구> ⓒ 유성호



관객과 배우 거리 불과 50cm... 들숨 날숨 함께 느껴

<4번 출구>에는 모두 7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자살카페 동호회원들이다. 6명의 '죽을 목숨'과 이들을 '죽여 줄' 시삽. 그러나 왜 죽어야만 하는지 사연을 소개할 때면 이들 모두 다른 배역으로 변신한다. 연 인원으로 따지면 30여 명 정도가 등장하는 셈이다. 그래서 무대가 꽉 차 보인다. 소극장 뮤지컬의 또 다른 볼거리며 매력인 셈이다.

<4번 출구>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한다. 그런데 코미디하지 않다. 자살카페동호회, 4(死)번 출구 정도의 단어만으로도 이 극의 결말쯤은 쉽게 추리할 수 있다. 해피엔딩이다.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길도 어느 방향인지 대충 짐작 간다. 그래서 코미디하지 않다. 대신  삶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진지하게 담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 극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현재 소극장 공연문화는 단기승부와 자극적 볼거리에 집착해 있다. 코미디, 에로, 폭소, 벗기기 등 단발성 웃음이나 성적 코드에 빠져있는 것이다.

극단은 '먹고사니즘' 때문에 관객들 코드에 맞추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 항변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연극판 상황이다. 속된 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비루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하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경외'를 주제로 삼은 <4번 출구>의 등장은 여러 극단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시연된 이 작품은 아직 관객들 입소문이 나질 않아서 빈자리가 많다.

▲ <4번 출구> ⓒ 유성호




한국뮤지컬진흥회 임동진 회장 관람 후 격려와 조언

그러나 이 극을 기획한 조이피플의 김창대 대표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만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달간 끌고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극을 연출한 손현미, 김종원 부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번엔 대학로로 무대를 옮길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 <4번 출구> ⓒ 유성호



지난 7일 공연에는 중견 탤런트이자 목사인 임동진 한국뮤지컬진흥회 회장이 관람을 하고 배우와 스텝들을 격려했다. 한국뮤지컬진흥회는 이번 작품을 후원하고 있다.

임 회장은 선배 입장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미술, 소품 사용 등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임 회장은 "극이 주는 교훈적 메시지가 무척 감동적"이라며 "배우와 관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런 소품 뮤지컬이 무대에 자주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4번 출구>가 주는 또 한가지 매력은 라이브 음악이다. 세션맨들이 무대 뒤편에서 직접 연주를 한다. 건반, 일렉트릭기타, 베이스, 드럼 등 록밴드다. 무대가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이들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이들이 직접 무대로 나온다면 관객 시선이 배우에게 집중되지 않는 단점도 있음직하다. 아쉬운 대로 어느 순간 기타 주자만이라도 나와서 현란한 애드립(ad lib)을 선보인다면 관객들이 좋아할 듯하다.

▲ <4번 출구> ⓒ 유성호




빼어난 시선 처리에 점수... 디테일한 연기는 숙제

이번 공연은 뮤지컬연극 전문극단인 이룸씨어터가 만들었다. 젊은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연기 경력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열정으로 뭉쳤다. 그래선지 극 중 시선 처리에서 결연함이 돋보인다.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는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그러나 연기는 좀 더 디테일하게 다듬어야 하는 숙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명색이 뮤지컬이라면 노래만큼은 완벽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니 작곡도 극의 일부란 측면에서 좀 더 변화무쌍함이 요구된다. 음악을 록밴드가 해서 그런지 주로 4박자 비트를 많이 사용하는데, 캐릭터를 보다 살리려면 작곡도 한번 쯤 되짚어봄직하다. 허나 어떠랴. 배우들의 땀구멍이 보이고 침이 튀는 작은 공간엔 이미 그들의 열정이 자리를 다 채우고도 남는걸. 배우들의 열연에 '후끈한' 관람이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시간 : 월~금 20:00 토요일 17:00/19:30(일요일 쉼)
- 관람연령 : 만7세 이상
- 관람요금 : 일반 3만원 대학생 2만5000 초중고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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