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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알고 보니 진짜 밥도둑이네!

고춧가루 듬뿍 넣어 자박자박 끓여낸 '갈치조림'

등록|2010.01.09 16:04 수정|2010.01.09 16:04

▲ 갈치조림, 이 녀석 알고 보니 진짜 밥도둑이다. ⓒ 조찬현


하루 삼시세끼 매일 먹는 게 음식이다. 음식은 각종 영양소도 중요하지만 그 첫째는 맛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우리는 흔히들 밥도둑이라고 말한다. 이 녀석 또한 그들 무리에 넣어도 손색이 없겠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자박자박 끓여낸 갈치조림이다.

모든 생선이 다 그렇지만 갈치조림은 겨울철에 먹어야 제값을 한다. 양파와 무를 도톰하게 썰어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뭉근하게 조려낸 갈치조림은 생각만으로도 입맛 당긴다. 살이 연한 갈치는 뭉개지기 쉬우므로 넓은 냄비에 끓여내야 한다. 갈치살은 간이 골고루 배어들어야 그 맛이 일품이다.

도어(刀魚)로 불리는 갈치는 <자산어보>에서는 군대어(裙帶魚)라고 했다. <난호어목지>에 갈치(葛侈)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 미나리를 듬뿍 넣고 자박자박 끓여낸 갈치조림이다. ⓒ 조찬현


▲ 갈치살은 간이 골고루 배어들어야 그 맛이 일품이다. ⓒ 조찬현


▲ 갈치조림을 먹는 도중에 가끔씩 국물을 끼얹어 주면 간이 골고루 배어들어 맛이 더 좋아진다. ⓒ 조찬현


갈치조림을 먹는 도중에 가끔씩 국물을 끼얹어 주면 간이 골고루 배어들어 맛이 더 좋아진다. 갈치조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다. 양념이 잘 배어든 큼지막한 무는 정말 맛있다. 갈치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그만이지만 갈치조림 국물에 밥을 비벼먹으면 밥 한 그릇은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이다. 이쯤 되면 '이 녀석도 진짜 밥도둑이 맞구나' 맞장구를 치게 된다.

이곳 '정가네 감자탕'은 사무실 근처에 있어서 점심때 종종 들리는 집이다. 아주머니 인심도 좋다. 실내는 허름하고 예스럽지만 음식은 깔끔하게 제법 잘한다. 갈치조림에 미나리를 넣어주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갈치조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미나리는 먼저 건져 먹는다. 미나리는 생선중독을 일으켰을 때 해독작용을 하므로 미나리와 갈치의 음식궁합이 썩 괜찮은 것 같다.

▲ 무나물은 무르지 않고 식감이 정말 좋다. ⓒ 조찬현


갈치조림 1인분에 6천 원으로 저렴한 편이나 1인분은 판매하지 않는 게 흠이다. 2인분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누군가 함께해야 먹을 수 있지만 함께하면 밥맛 또한 좋아지니까 좋게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겠다.

▲ 감태의 맛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 조찬현


▲ 찬은 감태가 눈길을 끌었다. ⓒ 조찬현


찬은 감태가 눈길을 끌었다. 해조류로 전복과 소라 등의 먹이가 되는 감태는 알긴산이나 요오드·칼륨을 만드는 주요 원료가 되며 식용으로도 많이 이용한다. 감태의 맛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감태 김치에서는 바다의 향이 솔솔 풍겨온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자박자박 끓여낸 갈치조림이 입맛을 되살려냈다. 갈치조림, 이 녀석 알고 보니 진짜 밥도둑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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