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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문학회 창립 30주년 맞아 회지 25집 발간

단일 학교 선후배끼리 결성된 문학회 중 가장 왕성한 활동

등록|2010.01.09 16:52 수정|2010.01.09 21:50

계성문학 제 25집계성문학회가 창립 30년을 맞아 회지 25호를 발간했다. ⓒ 정만진

대구 계성고등학교 졸업 동문들이 결성한 계성문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지 25호를 발간하고 1월 8일 자축 모임을 가져 화제를 모았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 문인들이 모여 문학단체를 결성하고 함께 회지를 발간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창립 연도가 30년을 경과하고 회지도 25집이나 발간한 경우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계성문학>이 이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개교 103주년을 넘긴 전통의 계성학교 재단과 총동창회가 계성문학회를 꾸준히 지원해온 덕분이다. <계성문학>의 편집후기는 이 사실을 두고 '향토 문학계의 소중한 성과이자 계성학교의 자랑 중 한 가지라고 자부하는 계성문학이 올해에도 멋지게 발간되었다'라고 자평하고 있다.

계성학교가 배출한 대표적 문인은 김동리와 박목월이다. 계성학교는 2006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자랑스러운 계성인 10인'을 선정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김동리와 박목월도 포함되었다. 박목월의 시 <계성 학교>는 왜 이 학교 졸업생 중에는 문학가, 화가, 음악인 등 예술가가 많은지를 잘 형상화해주고 있다.

어머니의 학교여, 우리들의 소년기는 고독하였다. 어둡고 부끄러운 하늘 밑에서 벽돌 냄새 시큰하게 풍기는 복도를 서성거리며...... 연하고 가볍게 열리는 교실 문만이 우리의 전부였다.
참으로 우리들의 소년기는 고독하였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동산에서 동산으로 내왕하는 핸더슨의 활달한 걸음걸이와 눈물처럼 어진 '돈낭이'의 인간성과 '말코'의 기침소리가 전부였다.
혹은 열 시에 시작되는 예배시간의 박영출의 걸걸한 기도소리와 안두화 목사의 구약 성서와 신앙으로 통하는 긴 복도로 멀리서 끌고 오는 슬리퍼 소리와.
물론 우리들은 그 자신이 무엇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혹은 자각하지 못했다. 다섯 시면 저무는 겨울날, 차가운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득 뒤돌아보면 연짓빛 놀에 검은 영상으로 화하는 본관과 앙상한 숲과 가슴에 서리는 상물 같은 향수 속에서.
어머니의 학교여. 개나리가 봉오리 맺는 3월 초순에 우리는 떠나왔지만, 그 날 미나리 냄새 풍기는 바람 속에서 우리가 다짐한 것은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 (중략)
오늘도 우리의 핏줄의 핏줄, 영혼의 水脈에 물줄기를 자아올리는 근원적인 샘, 신앙의 요람, 천진스러운 꿈의 바탕.
어머니여.
어머니의 학교여 (하략)

계성학교의 풍경고풍스러운 계성학교의 도서관과 교무실이 눈 내린 다음날, 말지만 찬 겨울바람 속에 서 있다. ⓒ 정만진


<계성문학> 25집은 다채로운 내용으로 편집되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을 역임한 김윤수 박사와 한국콜마 CEO인 윤동한 박사를 인터뷰한 기사로 권두기획 '사람답게 사는 법'을 꾸몄다. 1959년 수필집 <수평선>을 발간하여 영남지역 최초의 본격적 수필문학의 길을 개척한 고 정성표 수필가를 추모하는 '향토 수필문학의 원류'을 기획1로, 김익환 변호사와 정만진 소설가가 각각 집필한 두 편의 기행문으로 가다듬은 '만주 여행'을 기획2로, 영남일보 이춘호 기자가 쓴 '푸드 블로그'를 기획3으로 수록했다. 물론 이 기획의 필자들은 모두 계성 선후배 동문들이다.

그런가 하면 비동문의 글도 적지 않게 수록했다. 이렇게 외부 필자의 글을 많이 수록한 것은 '계성문학이 한 학교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뜻깊은 문화역량임을 확인'(편집후기)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 결과 2개의 특집이 모두 비동문의 것이다.

특집1은 고 정점식 화백을 추도하는 내용으로 박용규 수필가와 박학배 화가가 집필하였다. 향토가 배출한 걸출한 서양화가 정점식은 계성학교 졸업생은 아니지만 한때 계성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특집2는 대구여성문인협회의 역사 소개와 회원 작품 수록으로 꾸몄다. 그 외에도 김경원 노정완의 소설, 도광의의 시, 고희림의 수필, 박지극의 서평 등 비회원의 글이 상당수 실렸다.

축하의 폭죽김태동 계성학교법인 이사장과 이수남 계성문학회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정자 국제PEN대구지역 지회장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 정만진


계성학교는 해마다 가을이면 개교 기념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연다. 이날 젊은 동문들은 자녀와 함께 체육대회에 참석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총동창회 사무국은 어린이와 학생들은 위해 해마다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중에 백일장을 열고, 글을 열심히 쓴 학생들을 뽑아 시상해왔다. 그리고 입선 작품 중 일부는 <계성문학>에 게재하여 글 쓴 학생의 용기를 격려하고, 작품이 유실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도록 조치해왔다. <계성문학> 25집에도 백일장 참여 아이들의 작품이 여러 편 실렸음은 당연한 일이다. 서정우, 김지우, 정배균, 이채원, 윤혜정, 이재용, 이선민 등 서울 김천 대구 등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의 작품이다.

노오란 은행잎 (대구 문성초3 서정우)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
죽을까 봐 긴장도 하고 떨어진다.

은행잎은 무서워서
쉬를 싸고

은행잎의 몸은 노오래지고

그걸 본 아기는 호기심에
잡아 보고
나뭇가지로 글씨도 써 본다.

은행잎은 너무 아파 몸이
찢어진다.

은행잎아, 넌 죽었다.

계성학교의 본관으로 가는 길계성학교는 개교 10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답게 캠퍼스도 정말 아름답다. 계성학교 졸업생들은 본관으로 가는 이 길을 흔히 '50계단'이라 부른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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