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연기군 주민 독일 견학 추진
로타리 회장 등 여론주도층 상대... 각계 반발 "주민분열 공작, 더 큰 저항 부를 것"
▲ 세종시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토론회를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자유선진당 당원들이 대전KBS 정문을 막아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국정원 직원들이 세종시 수정을 관철하기 위해 연기군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가 주민 회유 해외견학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기군 의회 의원 등 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정부 기관에서 연기군 주민들을 상대로 선진지 시찰을 명목으로 독일 견학을 추진, 지역 주민들을 섭외해 1진이 다음 주에 출발한다.
독일행이 결정 된 연기군 주민 A씨(세종시 예정지 이주민)는 1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친구 동생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고 승낙했더니 3일 전에 정운찬 총리 사무실이라고 밝힌 여직원이 여권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해 보내줬다"고 밝혔다.
그는 "총 인원은 15명으로 알고 있고 오는 15일 또는 16일 출발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이장 및 로타리클럽 회장 등 지역 유지들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누구랑 같이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가기 뭐해 한 명을 추천했더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단체장이 아니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독일 견학에 참여하는 연기군의 주요 인사에 삼성 등 대기업에 땅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입주 예정지' 주민들이 상당수 포함 됐다고 말하고 있다.
연기군청 고위관계자도 "이들은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에도 연락해 '몇 명 같이 가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이름 모를' 정부기관의 '연기군 주민 독일 견학 추진'은 전 방위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행복도시건설청 번호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
정부에서 선진지 견학지로 결정한 독일은 '세종시 수정'을 위한 명분으로 거명되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와 관련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본-베를린으로 행정도시가 분할돼 있는 독일의 예를 들어 "행정부처가 분산되는 건 좋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정운찬 총리가 국회에서도 이를 인용해 발언하는 등 정부에서는 '효율성'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근거로 독일의 예를 적극 활용해 왔다.
또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민간위원 시찰단도 지난해 12월 독일을 방문한 뒤 보고서를 통해 "수도 분할에 따른 행정비효율을 확인했다"며,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부정적 의견을 내 놓은 바 있다.
확인결과 주민 해외견학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세종시기획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기군 주민 A씨에게 '정운찬 총리실'이라고 밝히며 여직원이 전화를 건 장소는 서울 종로 정부종합청사 내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서울사무소'('02-2180-2XXX')이다.
야당 및 지역 주민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특별 기관'에서 세종시 수정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연기군 주민들을 견학시킨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청 서울사무소 김아무개 주사는 "모든 건 (건설청) 본청에서 하는데…"라며 "그 번호로 연락이 왔다는 게 이상하다"고 자신들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특히 건설청 서울사무소에는 여직원 자체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주민-시민단체 "주민 분열 공작, 더 큰 저항 부를 것"
▲ 지난 12월12일, 정운찬 총리의 출입을 막으려는 자유선진당 당원들과 통로를 확보하려는 경찰이 대치하면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자유선진당 박상돈 세종시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의 결정판이 세종시이며, 법 시행 5년 동안 총 예산의 1/4이 투자된 세종시와 독일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정체 모를 기관의 자금을 이용해서 선진지 시찰이라는 명분으로 독일 여행단을 모집하는 행위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어두운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있을 수 없는 행태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행정도시무산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금홍섭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는 국정원 직원들의 주민 회유에 이은 또 다른 공작정치"라며 "정부는 지역민을 분열시키는 치졸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지역민 누구도 후안무치한 정부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작과 회유가 이어질 경우 법적 대응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성길 행정도시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지역주민들은 합리적 토론을 통해 세종시 해법을 찾을 것을 요구해 온 반면 정부는 주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는 군사독재 시절의 공작정치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는 세종시 원안수정이 잘못된 일임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분열책은 더 큰 저항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라면서 "지역주민들도 이 같은 제안을 받을 경우 이를 거부하고 대책위원회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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