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변했는데 '패떴'은 못 변했다
[TV리뷰] 2월 종영 앞둔 SBS <패떴>, '시즌2' 성공하려면
▲ SBS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 ⓒ SBS
<패밀리가 떴다>가 폐지된다.
지난 2년 가까이 일요일 저녁 예능을 석권해왔던 SBS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올 2월 종영된다. 최근 들어 꾸준한 시청률 하락세와 메인 MC인 유재석의 하차설 등이 거론될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며 폐지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던 <패떴> 제작진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그램의 종영 사실과 시즌2 예고를 공식발표했다.
이처럼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패떴>의 폐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식상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골 어느 마을로 떠나 누군가의 집을 하루 동안 대신 봐주며 그곳에서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번 비슷하고 단조로운 이야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질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식상해졌다는 문제의 책임을 프로그램 포맷의 한계로만 돌리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어느 정도의 틀과 형식 없는 예능 프로는 없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식상하다'는 비판을 이겨내고 몇 년 째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우리 주변에도 제법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KBS의 <해피선데이 - 1박2일>(이하 <1박2일>)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패떴>보다 1년 가까이 먼저 시작해 올해 방송 4년차에 접어든 <1박2일> 역시 어디론가 떠난다는 콘셉트 자체는 동일하다. <패떴>과 비슷하게 <1박2일> 역시 방송 2년차에 접어들 즈음 안팎으로부터 식상하다는 지적과 함께 시청률이 곤두박질치기도 했었다. 거기에 제작진이 돌파구로 찾은 '감동'이란 소재 역시 억지감동이란 비난에 직면하여 큰 위기를 맞았었다.
변화하려 한 <1박2일>, 변화하려 하지 않은 <패떴>
▲ <1박2일>의 시청자 특집은 식상함을 탈피하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 KBS 화면캡쳐
그러나 <1박2일>은 큰 고비를 몇 차례나 이겨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변화하려는 노력에 있었다. <1박2일>엔 있고 <패떴>엔 없는 것. 그것은 작은 변화, 그리고 거기에서 찾아지는 색다른 재미와 의미, 덤으로 얻어지는 작은 감동…. <1박2일>은 여기에서 프로그램을 살리는 해법을 구했다.
지난해 <1박2일>에서 보여준 시청자 특집이나 명사 특집, 친구 특집 등은 이런 변화의 일환이었다. 시청자 특집에선 수십여 명의 일반인들이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고, 명사 특집에선 대한민국 1호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등장해 전에 없던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친구 특집에선 <1박2일> 멤버들의 일반인 친구들을 초대해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또한 <1박2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복불복 게임 역시 때론 과감하게 배제됐다. 지난해 5월 3일과 10일 방영된 집으로 특집에서는 노인들만 사는 외딴 마을에서 하루 그분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담아냈다. 복불복 게임도 없었고 멤버들끼리의 눈치싸움도 볼 수 없었으나 그 날 방송은 시청자에게 재미는 물론 시골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해줬다.
전체적인 형식과 틀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에 대한 변화를 끊임없이 줘 식상함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1박2일>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그 덕분에 방송 4년차인 지금도 높은 인기와 시청률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패떴>은 변화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식상하다는 평이 많아질수록 <패떴>은 게스트에 신경을 썼다. 6인 고정 멤버 체제를 유지하는 <1박2일>과는 달리 매주 1, 2명의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는 <패떴>은 게스트를 십분 활용하여 난국을 타개하려 했다. 인기 아이돌 스타를 불러 기존의 멤버인 대성 등과 러브라인을 만들고, 톱스타들을 불러 굴욕을 주며 웃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게스트의 효용성은 그 한계가 뚜렷했다. 매주 한두 명의 얼굴만 바뀌고 하는 일은 늘 똑같은 상황. 게다가 게스트들은 기존 멤버들 사이에 공고하게 굳어진 특유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잦았다. 소위 예능감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게스트들의 경우에는 어색함이 부각됐다. <패떴>이 게스트에 기대어 변화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동안, 시청률은 점점 떨어졌다.
그들만의 리그와 모호한 캐릭터들
▲ 이천희, 박예진의 하차로 <패떴>은 캐릭터 공백을 여실히 느껴야만 했다. ⓒ SBS 화면캡쳐
여기에 <패떴> 특유의 '그들만의 리그' 분위기는 식상함과 리얼리티 부재에 한 몫 더했다. <1박2일>이 여행지에서 일반인들과의 친화력을 과시하며 강호동이 그들과 함께 "1박! 2일!"을 함께 외칠 때 <패떴>은 철저하게 멤버들만 카메라에 비췄다. 강호동의 매니저, 은지원의 스타일리스트,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등 스태프들도 총출동하여 <1박2일>이 그 특유의 팀워크를 자랑하던 것과는 달리, <패떴>에는 스태프의 자리가 없었다.
애초에 여행이 목적인 <1박2일>과는 다르게 <패떴>은 특별한 여행지가 아닌 일반 시골 마을로 떠난다. 특별히 볼거리에서 시선을 끌만한 요소가 적기 때문에 <패떴>은 오히려 일반인들을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움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패떴>은 철저하게 멤버들 위주로 돌아갔다. 광어 양식장에 가도, 고추 텃밭에 가도, 돼지농장에 가도, 멤버들만 보였다. 자연히 식상함은 더하고, 리얼리티는 떨어졌다.
여기에 캐릭터의 부재는 <패떴>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아갔다. 최초 <패떴>은 캐릭터 간의 힘의 균형이 제법 잘 맞았었다. 힘 센 악역 김수로를 정점으로 하는 캐릭터 사이의 균형과 조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김종국이 투입되면서부터였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와 김수로와 겹치는 캐릭터,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김종국은 <패떴>에서 늘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이었다.
이천희와 박예진의 하차는 결정타였다. <패떴> 최고의 스타라고 평가할만한 이천희와 박예진은 시청자들로부터 각각 엉성천희 및 천데렐라, 달콤&살벌 예진아씨라는 닉네임을 얻으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큰 키, 잘생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무엇을 해도 엉성하고, 선배인 김수로에게 꼼짝을 못하는 그의 캐릭터는 재미를 만들었고, 살아있는 동물과 생선을 아무렇지 않게 요리하는 박예진의 모습은 리얼함을 더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계약 만료와 더불어 프로그램에서 이천희와 박예진이 하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새로 합류한 박해진과 박시연이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존재감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설상가상 유재석과 함께 덤 앤 더머 캐릭터로 재미를 주던 멤버 대성이 교통사고로 한동안 프로그램에서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천희, 박예진의 하차와 대성의 불참은 단순히 그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패떴>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 간의 균형까지 깨뜨리는 효과를 낳았다. 박해진과 박시연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면 사정은 달라졌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박해진은 이천희의 엉성함을 물려받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만들어내지 못했고, 박시연은 모호한 캐릭터에 부상이 겹쳐 이효리를 견제할만한 캐릭터로 성장하는데 실패했다.
출연진 바꾼 <시즌2> 성공하려면, 콘셉트부터 고민해야
▲ 참돔낚시 논란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정성에 타격을 줬다. ⓒ SBS 화면캡쳐
숱한 논란과 그것들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패떴>이 보여준 태도 역시 영리하지 못했다. 최초 대본 논란부터 최근의 참돔 논란에 이르기까지, <패떴>에서 야기된 대부분의 논란들은 일관되게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나선 <패떴>이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리얼한가를 두고 시청자들은 석연찮은 부분이 방송될 때마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리얼함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성역으로, 이게 무너지면 그 이후부터는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패떴> 제작진의 다소 고압적인 해명 태도는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효과로 작용했다. 게임 점수 편집 의혹 논란이 일었을 때 <패떴> 제작진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모르는 소리"라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해명 태도는 사태를 진화하기는커녕 부작용만 낳았다. 이런 해명 기사가 보도된 이후 오히려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태도에 항의하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사태를 진정시키고 논란의 불씨를 꺼야 하는 제작진이 오히려 일을 더 키운 셈이 된 것이다.
결국 여러 문제들과 시청률 하락이 겹치면서 <패떴>은 종영이 결정되고 재도약을 위한 시즌2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멤버들은 전원 하차하고, 지금까지 윤상현, 김원희, 지상렬, 윤아, 옥택연, 신봉선 등의 합류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화려한 면면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는가가 아니다. 이들을 데리고 어떤 포맷과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것이다.
<패떴>은 유재석, 이효리를 제외하면 그다지 뛰어나거나 유명한 스타급 라인업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패떴>은 재미있는 내용과 빼어난 캐릭터화로 큰 성공을 거뒀다.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했음에도 구성의 빈약함으로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패떴> 시즌2 제작진이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화려한 캐스팅을 해내느냐가 아닌, 얼마나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드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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