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이 겨울에 운동회를 하냐고?
장애아동 위한 특별교육.. 장애인부모회 "험한 세상 살려면..."
▲ 8일 열린 '희망이 자라는 열린학교' 겨울운동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 부모들은 아이들이 움츠리지 않기를 바랐다. ⓒ 하병주
맹추위가 잠시 주춤하던 지난 8일, 사천읍 옛 동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때아닌 운동회가 열렸다. 사천시장애인부모회가 운영하는 '희망이 자라는 열린학교'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행사였다.
사천시장애인부모회 최준기 회장의 말이 인상적이다.
"겨울운동회는 겨울 이기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우리 아이들은 추위보다 더 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힘을 길러야 하는데, 이 정도 추위는 견뎌내야 한다."
▲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저렴한 시설이 갖춰지길 기대하고 있다. 운동회에 참가한 한 아이와 아빠 ⓒ 하병주
시린 날씨에도 아이들 표정은 밝았다. 짧은 30미터 달리기지만 최선을 다했고, 카드 뒤집기, 큰 공 굴리기, 줄다리기 등등 때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때론 혼자서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부모들 표정은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했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 때는 웃음을 머금지만 부모들끼리의 대화에서는 금방 '심각모드'로 바뀌었다. 그저 지켜보는 이로선, 그 마음을 다 헤아리기에 역부족이다.
사천시가 일부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개인과 단체가 있어서 여름과 겨울을 번갈아 9회째 이어오고 있다는 '희망이 자라는 열린학교'! 하지만 겨울철 난방시설은 턱없이 모자란다. 단열시설 제대로 없는 66㎡ 교실 1칸에 작은 가스난로 하나가 전부인 것이다.
이런 열악함에도, 달리 믿고 맡길 곳이 없기에 장애아동 부모들이 스스로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열린학교'다. 대신 새로운 원칙 하나! 하루의 수업 시작 전 30분 정도는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게 하는 것. 그래야 아이들이 움츠리지 않는단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어떤 위험에 빠질지 몰라 가슴 졸이는 게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 마음이다. 이날 특별한 겨울운동회에서 만난 부모들은 장애아동을 보살피는 일에 국가와 지자체가 좀 더 나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여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희망이 자라는 열린학교' 겨울운동회가 8일 열렸다. ⓒ 하병주
▲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간단한 체조로 몸풀기를 하고 있다. ⓒ 하병주
▲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하병주
▲ '카드 뒤집기' 경기에 열중하는 겨울운동회 참가자들. ⓒ 하병주
▲ 장애아동 부모들이 만드는 '희망이 자라는 열린학교'는 낡은 폐교를 이용하고 있어 난방시설이 취약한 편이다. ⓒ 하병주
▲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제 아이들이 춥다고 움츠리기보다는 더욱 활달하게 뛰놀기를 더 바라고 있었다.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다. ⓒ 하병주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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