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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세종시'에 낙동강 오리알?

분양가 최대 4배차... 인천상의 "형평성에 맞게 균형 있는 정부정책 시행해야"

등록|2010.01.11 18:44 수정|2010.01.11 18:49
"세종시 특혜조치, 인천의 기업유치 경쟁 심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인천경제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드러내놓고는 뭐라 못 하고 있지만 긴 한숨을 쉬는 게 역력하다.

가장 당혹해 하는 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인천상공회의소 또한 11일 정부 공식발표 후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써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인천상의는 '세종시 입주기업에 대한 특혜조치는 R&D 등 국내외 첨단과학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려는 인천지역의 기업유치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기업유치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표현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예상대로 '행정복합도시' 원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브리핑에서 '교육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충남 못지않게 술렁였던 곳 중 하나는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인천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뿐만 아니라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천은 송도지구, 청라지구, 영종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 세종시와 비교해보면,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혜택, 분양가격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사실상 기업 입장에서 인천을 택할 '메리트'가 줄어들게 되는 것.

발표 하루 전 '인천민심 달래기' 불구 논란 거셀 듯

때문에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천민심을 달래느라 분주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의식이라도 한 듯 10일 기획재정부장관을 인천에 내려 보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낮 12시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갯벌타워에서 인천지역 기자 10여 명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인천경향> 보도를 보면, 이날 윤 장관은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천이 잃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추진 중인 것을 빼앗아 오는 개념이 아니며, 세종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 추진에 임하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의 이 같은 민심 달래기 행보에도 불구 수도권 역차별, 경제자유구역 무력화 등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인천경제계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발표 후 인천상의는 "정부는 세종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각종 지원정책이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정부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선(국내기업 유치 허용 등)과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대한 규제완화(공장 신증설허용, 세제완화 등)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정부 정책이 형평성에 있어 세종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 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기업유치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게 인천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도 세종시 수정안이 인천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했다.

김송원 처장은 "인천에서 굵직한 대기업이 세종시에 내려 갈 가능성은 그닥 커 보이지 않지만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 미치는 영향과 세종시에 입주가 예상되는 대기업의 인천소재 협력업체"라며 "누가 봐도 세종시의 입주조건이 경제자유구역보다 나으니 인천경제자유구역 기업유치가 타격을 받는 것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인천은 제조업에 기반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부평공단과 남동공단 등에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제품, 휴대폰 관련 협력업체가 많다"며 "만일 이 분야 대기업이 세종시에 입주할 경우 인천에서도 기업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인천경제자유구역, 분양가 최대 4배 이상 차이나

세종시는 여러모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학 등을 다수 유치해 교육과학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내용은 인천이 그동안 기업유치와 대학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내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인천경제의 미래를 위해 외국기업 유치에만 국한하지 말고 국내 대기업을 유치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인천경제의 선도 산업기지로 자리 잡아 제조업기반이 강한 남동․부평․주안 공단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인천 경제계의 청사진도 퇴색할 위기에 놓였다.

물론 인천이 갖추고 있는 공항과 항만, 철도와 고속도로 등의 빼어난 물류 여건을 놓고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여전히 이점이 많은 곳이다. 게다가 중국시장과 개성공단, 해주공단 등 북과의 향후 교역을 예상했을 때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세종시-인천경제자유구역세종시 입주기업에게 주어지는 분양가와 세제혜택 등의 각종 인센티브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 <출처ㆍ인천경향 홈페이지>


그럼에도 3.3㎡(=1평)당 분양가와 입주기업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제 혜택을 보면 세종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특히, 3.3㎡당 최저 36만원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단연 두드러지는 차이다. 세종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분양가는 최대 4.38배에 이른다. 세제 혜택의 경우 세종시는 7년간 100% 감면인데 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혜택이 없다. 이밖에도 법인세와 재산세 등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인천의 지리·경제학점 이점 불구, '산업 공동화' 우려

이 같은 파격조건에 힘입어 세종시에 대기업의 '러시'가 이어질 경우 2단계 사업 시작과 더불어 외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구상도 위험해 놓이게 됐다. 외국 기업들이 투자처 선정 시 국내 대기업 유치 여부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 공개 후 이미 삼성전자, SK, 한화 등 대기업이 이전의사를 밝히고 있고, 이들 기업 외에도 현대기아차와 웅진그룹, 포스코 등도 세종시 입주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입지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천이 빼어난 물류환경, 노동시장, 배후시장을 갖췄음에도 매출 10억 원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 6년간 순 전출기업이 122개사에 달한다는 점이다.

인천상공회의소 매출액 기준 10억 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인천의 전출입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간 동안 인천을 떠난 기업은 613개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인천에 들어온 기업은 492개사로 순 전출기업은 122개사에 달했다.

이와 관련 문병호 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은 "세종시 수정안은 인천에게 매우 악영향을 끼칠게 자명하다. 더구나 인천을 떠난 기업이 산업용지 부족과 비싼 산업용지 탓에 떠난 터라 세종시의 파격적인 인센티브조건은 인천의 산업 공동화현상을 부채질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아직 국회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정치논리가 아닌 인천의 미래를 위한 전략, 국가균형발전 전략 차원에서 이(수정안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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