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기름유출사고 사정기관에 분노 표출
11일 비수산업분야 사정 촉구대회... "9140건 사정하는데 25년 걸린다"
▲ 비수산분야 피해주민 가두시위비수산분야 피해주민들이 사정기관의 무성의한 조사 관행에 불만을 품고 가두시위를 벌이며 사정기관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 김동이
"능력이 없으면 다른 곳에 맡기든가 월급 받아먹고 3년 동안 뭐했냐, 서류 다 내 놔라"
"우리는 불도 못 피우고 사는데, 이렇게 따뜻한데서 일하면서 지금까지 뭐했나"
기름유출 사고 3년째를 맞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힘겨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피해주민들이 이번에는 사정기관인 L&R과 스파크 인터네셔널, 인테코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 무릎꿇은 대책위 간부들"우리는 피해주민들에게 당당할 수 없다"며 피대위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 김동이
지난 11일 스파크 인터네셔널 앞 주차장에서는 비수산분야 피해주민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HS호 기름유출사고 완전한 피해 배·보상을 위한 사정 촉구대회가 열렸다.
태안군 비수산업분야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집회에서는 조사관들의 불성실한 조사와 인력 부족, 불합리한 보고서 작성 등 무책임하게 사고대처를 하고 있는 사정기관에 대해 규탄하고 조사관들의 성실한 조사와 인력 충원과 지역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보고서 작성을 요구하며 완벽한 피해배상과 조속한 사정을 촉구했다.
"피해주민 통곡한다! L&R은 들리는가!"
"피해민 우롱하는 스파크인터네셔널은 물러나라"
"클럽과 펀드에 피해민 팔아먹은 매국노같은 국제검정은 자폭하라"
피해민들이 절규하는 목소리 하나하나마다 사정기관에 대한 분노로 표출됐다.
▲ 고개숙인 피대위 간부들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피해대책위 간부들의 모습. ⓒ 김동이
국응복 태안군 관광분야 대책위원장은 "유류피해가 발생한지 2년이 넘도록 겨우 160건이 사정이 되었고, 그 중에 기각은 92건, 보상을 해 주겠다고 통장 입금이 된 건은 150건에 불과"하다고 운을 뗀 뒤, "이는 모두 조사관들의 많은 인력부족과 지역적인 접근성을 배제한 조사관들의 적극적이지 못하고 무성의한 조사 관행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총 9140건의 많은 피해조사를 겨우 32명의 조사관으로 언제 어떻게 하려고 하는건지 참으로 답답하고 분이 터진다"며 "이 때문에 태안은 여기저기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불충분으로 인한 기각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부족한 인력을 능력 있는 조사관으로 충원하여 빠른 시일내에 성의 있고,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한 사정이 진행되기를 요구하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주민 대표로 나선 이경희씨(안면도)는 호소문을 통해 "추운 겨울 따뜻한 방이 필요한데 빚더미에 앉아 있다. 대출이자, 학비도 못내 아이들한테 고개도 못들고 있다. 숨쉬고 있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며 "L&R, 스파크, 인테코 다 쳐들어가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저들도 고통을 느껴봐야 안다"고 호소했다.
호소문 낭독에 이어 피해주민들은 이날 ▲경험있는 조사관으로 전원 인력 교체 ▲피해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 요구 ▲유류오염사고와 관광손실간 인과관계 지속 근거 제시 ▲2400만원 미만의 무자료업체 전 업종 확대 ▲요구사항 관철되지 않을 시 모든 조사 및 사정 거부 등의 다섯가지 안을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피해주민들 사정기관 사무실 점거, 불만 폭발
▲ 사랑의 행복온도는 올라가는데...사랑의 행복온도계는 100도를 향해 올라가는데 피해주민들의 마음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피해주민들이 가두시위를 하며 사정기관인 인테코 사무실로 몰려가고 있다. ⓒ 김동이
결의문 낭독을 마친 피해주민들은 집회장소에서부터 스파크 인터네셔널-인테코-L&R을 잇는 도로를 따라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이 각 기관에 진입해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이날 집회는 과격 양상으로 치닫는 듯 했다.
하지만, 대책위연합회 간부들이 피해주민을 대표로 각 기관의 임원급을 대상으로 피해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서를 전달하고 원만한 해결책을 이끌어내 집회는 더 이상 과열되지 않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불만을 폭발시키며 화를 달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일촉즉발항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사정기관인 스파크 인터네셔널 사무실을 찾은 피대위 간부들이 스파크 간부에게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김동이
사정기관 사무실을 방문한 피해주민들은 흥분해하며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을 때까지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한 피해주민은 "330일 동안 160건 사정,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9140건 사정하는데 25년이 걸린다"며 "사정을 기각시키지 마라. 있는 사실 그대로를 신고했는데 거리성·접근성 없다고 기각시키는 건 옳지 않다. 우리가 있기 때문에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인데 시간만 끌고 있다"고 항의했다.
▲ 약속하기 전에는 절대 못나가...피해주민들이 사정기관인 인테코 사무실을 점거, 인테코 소장에게 주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사정 지연 이유를 댈 때까지 사무실에서 물러가지 않겠다며 항의하고 있다. ⓒ 김동이
이와 관련해 인테크 관계자는 피해주민들이 모여 있는 건물 밖으로 나와 "(사정과 관련해)전체적인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맡은 부분은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주민들이 이날 항의 방문한 사정기관인 스파크 인터네셔널에는 현재 22명, 인테코(국제검정공사)에는 10명 등 총 32명의 조사관들이 비수산업분야 피해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