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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국내 수주량 연속3년치 확보 합의' 미이행 논란

필리핀 수빗조선소, 벌크선 2척 수주... 금속노조 "합의서 이행하라" 촉구

등록|2010.01.13 08:34 수정|2010.01.13 09:58
정리해고 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최근 대만으로부터 벌크선 2척 건조를 수주했는데, 부산 영도공장이 아닌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 INC)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설립 뒤 한진중공업 사측과 2007년에 맺은 '해외공장 관련 특별 단체교섭 합의서'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진중공업은 대만 선주사로부터 18만톤급 벌크선 2척(척당 가격 6000만 달러)을 최근에 수주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법인 수빅조선소에서 수주한 벌크선을 생산해 2011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해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펼침막을 들고 거리 행진하는 모습. ⓒ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이 초대형유조선(VLCC)을 수주하기는 2008년 9월 이후 15개월여 만이다.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영도조선소의 10배가 넘는 80만평의 부지에 들어서 있다. 수빅조선소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생산·관리직을 30%(750여명) 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350명가량 명예퇴직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진중은 이달 하순경 정리해고 명단을 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합의서 이행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한진중공업은 불법 집단해고를 중단하고, '국내수주량 연속 3년치 확보'한다는 노사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빅조선소는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과 '특별 단체교섭'을 벌여 2007년 3월 14일 '해외공장 관련 특별 단체교섭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회사는 국내수주량 3년치를 연속해서 확보토록 최대한 노력한다"와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특히 해외공장 운영으로 인해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불안이 발생치 않도록 한다", "회사는 해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노조 지부는 12일 낸 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은 국내 공장 노동자들을 일부러 정리해고 시키기 위해 국내 물량 수주를 미루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 3년이 되지도 않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한진중공업은 노사합의를 어기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지부는 "이번에 대만으로부터 수주한 물량을 노조와는 아무런 의논도 없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배치해 버렸다"며 "특별단체교섭 합의서에 명시된 '국내수주량 3년치를 연속해서 확보'한다는 노사합의는 온데간데 없고, 국내에서는 '수주물량이 없다'며 불법적인 집단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 사측 "호황일 때와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조선 수주 경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진중 관계자는 "영도조선소보다 수빅조선소가 가격 경쟁력이 괜찮다"면서 "조선업은 2004~2006년 사이에는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저가로 입찰하면서 물량이 몰리다 보니 한국의 조선소는 수주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들어 몇몇 조선업체 밖에 수주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그것도 저가다"면서 "한국 조선업체는 불과 3~4년 전과 비교할 때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노조와 맺은 합의서에 대해, 한진중 사측 관계자는 "당시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금융위기로 조선소의 조선 수주 단가가 틀리게 되었다. 그 때는 호황이었고, 선주들은 80%의 선금을 주면서 수주를 해올 정도였지만, 금융위기 이후부터 지금은 선주들이 배짱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거의 저가가 아니면 수주가 안 된다"면서 "당시 단체협약도 이해를 하는데, 수빅조선소가 경쟁력이 있으니까 이번에 수주를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리해고에 대해, 그는 "노조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는데, 근로기준법에 따라 협의를 하면 된다"면서 "이달 하순 안으로 정리해고 명단이 나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홍의덕 의원 참가 '집회' 13일 오후 영도공장

12일 금속노조 부양지부․한진중지회는 "회사의 불법적인 정리해고 추진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없이 계속 투쟁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지부는 지난 7일 오후 한진중공업 식당에서 긴급 지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한진중공업의 불법 집단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지부 총회와 지부 파업 등 모든 투쟁수단을 동원한다"는 결정을 하고, 그 내용과 시기는 지부 운영원회에 위임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 부산에서 조선분과 대표자회의를 열고 최근 우려되고 있는 조선부문의 인력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20일·21일 사이 부산에서 '(가칭)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한다.

노조 지회는 부분파업과 거리행진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노조 지회는 '4시간 부분파업'을 통해 12일 오후 부산시청→서면 천우장, 13일 영도 공장→중앙동 R&D 센터, 14일 부산역→남포동, 15일 조합원 총회(영도공장 사내마당)를 벌이고 있다.

또 노조 지회는 12~15일 사이 매일 아침 허남식 부산시장 관사(대연동)와 부산시청에서 '항의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 지회는 "한진중공업의 불법 집단해고중지와 한진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촉구, 시장면담 추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지부는 13일 오후 영도공장에서 '확대 간부 결의대회'를 연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노조 지회 조합원 1200여명이 부분파업을 벌이고 참석한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홍의덕 의원이 참석해 연설하고, 노조 지회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한편 노조 지회는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형오 국회의장한테 공개서한을 전달하고, 부산지방노동청장 면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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