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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나온 3색진미

[맛객의 맛] 해삼창자젓, 대구정소, 아귀간

등록|2010.01.13 10:08 수정|2010.01.13 10:08

▲ 해삼창자젓의 풍미는 말해 뭣하랴. 일본인이 자국의 3대 진미로 손꼽을만 하다 ⓒ 맛객


일본인들이 환장하는 해삼창자젓(고노와다)은 요즘 이자까야(일본풍선술집)마다 없는 곳이 없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허나 이곳의 고노와다는 어찌 그런 싸구려에 비하랴. 아마도 수작(手作)요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은 진했고 향은 코를 자극했다. 도미회 한점을 고노와다에 담가 잇새에 안기었다. 질감에 풍미가 더해진 맛이라. 그대, 도미도 먹어봤고 해삼냄새도 알 터이니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긴다.

내가 이 가게(00스시)에 반한 건 꼭 사시미 때문만은 아니다. 사시미집마다 저마다 조리장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작요리가 나온다. 허나 나오는 수작요리마다 혀를 발라당 뒤집어 놓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남가스시, 그리고 밴쿠버에 있는 도조의 레스토랑 외 그런 경험을 한 곳은 이 가게 정도다. 첫 경험만으로 단정 짓기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그때 내가 먹었던 요리들은 분명 수작(秀作)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자 보자.

▲ 대구 정소를 해체하여 새로운 요리를 창조했다. 정소두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 맛객


이게 무엇으로 판단되는지. 두부라 짐작들 하시겠지만 건 아니다. 대구 정소를 풀어서 찐 다음 두부모양으로 썰어서 땅콩소스를 곁들인 요리다. 정소는 흔히 곤이라고 부르는 부위다. 백색의 꼬불꼬불한 게 그것이다. 맛은 담백하면서 뒷맛은 고소했다. 평범한 곤을 진미로 재창조해서 내놓는 아이디어가 쌈빡했다.

▲ 겨울철에 풍미가 배가되는 아귀간은 일본 선술집에서 먹고 싶은 넘버1을 차지하였다 ⓒ 맛객


요건 아귀간(안키모)요리다. 이것 역시 중국산이 범람해서 이자까야마다 뿌려져 있다. 요것도 그렇다면 굳이 이집의 수작요리에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다. 싱싱한 아귀에서 꺼낸 간을 이용해 만든 수제품이다. 물론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붉은기가 도는 걸로 봐서는 피를 제대로 빼내지 못한 듯하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의 한 조사에서 선술집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조사했다. 넘버 1을 차지한 게 바로 이 안키모였다. 이 사실만 봐도 일본인이 얼마만큼 안키모를 좋아하는지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자까야 붐을 타고 안키모가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공산품을 가져다가 내 놓는집이 많기에 자칫 지뢰를 밟을 각오는 해야 한다. 안키모는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비린내가 역겨운 요리다. 안키모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고보다는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아귀간만 있다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이기에 만드는 방법을 잠시 설명 드리겠다.

먼저 커다란 아귀간을 준비한다. 큰 것일수록 지방이 많고 맛있다. 요리의 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피 빼기. 피를 완벽하게 빼내지 않으면 가열했을 때 전체에 피가 돌고 비릴 뿐 아니라 갈색이 되어 맛이 없다.

먼저 아귀간의 불필요한 부분을 식칼로 제거한다. 가장자리 혈관에는 피가 쌓여있기 때문에 밀어내는 방식으로 제거한다. 다음은 5~6시간여 물에 담가 남은 피도 빼야 하지만 하룻밤 담가둔다 생각하면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충분히 피가 빠진 아귀간은 백변종처럼 흰색이 된다. 키친타올을 바닥에 깔고 물기를 제거한 아귀간을 올려놓은 후 소금을 넉넉하게 뿌려 30여분 둔다.

얕은 용기에 다시마를 깔고 아귀간을 놓은 뒤 청주를 찰랑찰랑 따른 뒤 키친타올을 올리면 술이 전체에 돌게 된다. 이것을 냉장고에 2시간 보관한다. 아귀간을 술에서 꺼내 쿠킹호일로 빙글빙글 말아 원통형으로 만든 뒤 양쪽 끝을 비틀어 봉인한다.

끊는 찜통에 넣고 분이상 찐다. 완선된 아귀간을 얇게 썰어 그릇에 예쁘게 담고 폰즈소스를 붇는다. 위에는 고춧물들인 무즙과 얇게 썬 실파를 얹으면 완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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