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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산천어축제, 알고 가면 속 편하다

이달 31일까지 개최, 대형 행사인 만큼 사전 정보 수집이 필수

등록|2010.01.13 18:30 수정|2010.01.13 18:30

▲ 축제 장소인 화천천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다. ⓒ 성낙선




9일 개막한 화천산천어축제는 올해도 첫날부터 인기 폭발이다. 주말에만 20만 인파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보도가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를 기다렸다는 것이 지난 주말 그렇게 입증됐다. 2003년 25만여 명의 인파를 불러들인 것을 시작으로 대성공의 서막을 연 이 축제는 지난해 1월에도 100만여 명이 축제에 참가함으로써 명실 공히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서는 화천산천어축제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해마다 이 축제에 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 그만큼 기대도 크기 마련. 그렇다 보니, 기대와 현실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일기도 했다. 평소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한 평범한 시골 읍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주차나 숙박 문제 등으로 소소한 소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에는 축제를 주관하는 쪽에서 '산천어 반출 마릿수 제한'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마릿수 제한은 예전부터 있어온 규정이다. 그동안 별다른 강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그러다 올해 얼음구멍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비닐주머니(일명 복주머니)를 하나씩 나눠주면서 마찰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이스박스에 산천어를 '마음껏' 담아갔던 기억이 생생한 사람들에게 올해부터 A4 크기의 주머니에 '조금만' 잡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려웠을 법하다.

굳이 이런 문제들이 아니더라도, 별다른 생각 없이 축제 장소를 찾았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라는 게 으레 그렇듯이, 화천산천어축제에서도 역시 여러 가지 '뜻밖의 곤경'과 맞닥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축제에도 잘만 대비하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큰일'일수록 그에 적절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런 대규모 축제의 경우, 미리 여러 정보를 확인해 두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과 만나게 되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겠다고 미리 작심하고 가면, 그만큼 덜 괴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이달 말(31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수의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축제 현장 주변 장식물들. 선등. ⓒ 성낙선




[화천천 가기 전 북한강 감상하기]

일요일 아침 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천까지 가는 직행 시외버스를 탔다. 상봉에서 버스를 탈 때까지만 해도 사실 조바심 반 걱정 반이었다. 중간에 차량 정체에 밀리면 어쩌나,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버스를 타고 화천을 탈출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외버스를 탄 것은 행운이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뜻밖의 '곤경'이 아니라 뜻밖의 '장관'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가 춘천을 지나 북한강가로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5번 국도를 달리던 버스가 어느 순간 북한강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 내가 그 길에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면, 그런 장관과 마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굽잇길이 자주 나타나는 2차선 산길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을 터이고, 그 와중에 곁눈질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눈 덮인 산과 산 사이 두터운 얼음장 아래, 잠든 듯 고요하게 누워 있는 북한강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산은 높고 강은 깊었다. 그 장면을 버스 차창을 통해,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느긋한 마음으로 내려다보았다. 버스는 때때로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도로를 힘겹게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마다 산은 점점 더 높아지고, 강은 점점 더 깊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습기 찬 창문을 닦고 또 닦았다.

그 강가에 빙어를 낚는 사람들이 겨울 철새처럼 나붓이 앉아 있었다. 눈 내린 북한강가 여기저기 겨울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버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북한강이 용꼬리처럼 세차게 휘말리는 곳에 화천천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얼음구멍낚시터. 갖가지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낚시꾼들. ⓒ 성낙선




[천태만상 산천어 얼음구멍낚시]

이처럼 궁벽한 산골에서 이렇듯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것도 기이한 체험 중에 하나다. 그곳에 확성기 소리 요란하고, 그 확성기 소리를 가리려는 듯 높은 톤을 유지한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산을 울린다. 마치 그 소리들이 '이것이 축제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얼음구멍낚시다. 수천 명이 강 위에 올라서서 호떡 크기만한 구멍 안으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광경은 그것 자체로도 큰 구경거리다. 30cm 두께로 얼어붙었다는 강 위에서 사람들이 갖가지 진기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조그만 얼음 구멍 아래 뭐가 들어 있다는 건지 모두들 그 구멍을 집요하게 내려다보고 서 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자세가 점점 더 얼음바닥과 가까워진다. 쪼그려 앉아서 들여다보다가, 그 앞에 얼굴을 바짝 대고 엎드린다. 엎드린 자세가 불편하다 싶으면 옆으로 눕는다. 옆으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아주 편안한 자세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태공의 여유가 느껴진다.

얼음구멍낚시의 마지막 자세는 상상 초월이다. 얼굴이 얼음구멍에 밀착해 있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금방이라도 얼음구멍 안으로 들어갈 자세다. 대담무쌍하다. 이곳이 내 집 안방인들 그런 자세를 취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때가 되면, 이곳 화천천에도 서서히 어둠이 내린다.

한 사람이 잡아들이는 산천어 수를 제한하기 위해 축제주최측에서 비닐주머니(일명 복주머니)를 하나씩 나눠준다. 공식적으로 이 주머니에 몇 마리 이상은 담지 말라고 제한은 두고 있지만, 실제 강제는 하지 않고 있다. 주최측은 마릿수 제한이 자율적으로 지켜지기를 원하고 있다.

주최측에서 한 사람 당 마릿수를 제한한 것은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고루 '손맛'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필요 이상의 고기를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너무 많이 잡았다 싶으면 주위 사람들과 나눠 갖는 것도 축제의 미덕이다. 잡은 고기는 현장의 회센터나 구이터 등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 얼음썰매를 타는 사람들.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 ⓒ 성낙선




[그 외 이러저러한 놀거리 구경거리]

얼음구멍낚시는 화천산천어축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축제 프로그램은 그 가짓수만 늘어놓아도 한참 말이 길어진다. 그 내용을 대략 적어보면, 놀거리로는 루어낚시, 피겨스케이트, 얼음썰매, 얼음축구, 산천어맨손잡기, 눈썰매, 사륜오토바이 등이 있다. 이것저것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들이 잔뜩이다. 특히 눈썰매에 어린아이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구경거리로는 아시아빙등광장과 세계겨울도시광장이 있다. 두 광장은 일부러 축제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시가지에 마련했다. 거기에는 축제에 참가하는 인구를 분산하고, 축제로 얻은 소득이 지역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자는 뜻이 있다. 그런데 이들 행사장이 '광장'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공간도 협소하고 내용도 빈약하다는 느낌이다. 주택 지대 안에 행사장을 만들다 보니,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화천산천어축제 볼거리 중에 하나로 '산천어 선등거리'를 꼽을 수 있다. 밤이 되면, 산천어들이 떼 지어 육지로 올라온다. 거리 곳곳에 산천어들이 어두운 밤물결 따라 여기저기 둥실둥실 헤엄쳐 떠다닌다. 무려 1만 7천여 개의 선등이 5km 거리를 다채롭게 물들이고 있다. 선등이라는 이름은 '선계로 안내하는 등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산천어 표면에 여러 가지 소망이 적혀 있다. 보면 볼수록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여유가 있다면, 해가 진 뒤의 마을 안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곳곳에서(주로 축제장소 이동 경로) 뜻하지 않은 재미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갈 것을 계획하고 오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하지 않을 바엔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축제장을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 너무 늦은 시간, 강원도의 어두운 산길을 달려 내려가는 것은 그다지 권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선등거리 앞. 축제 무대 배경의 대형 산천어 선등. ⓒ 성낙선



▲ 세계겨울도시광장의 호랑이 등. ⓒ 성낙선



[이것저것 알아두면 쓸 만한 정보들]

주차하기 : 주차요원이 길목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화천에 너무 늦게 도착하면 축제 현장 근처에 차 대기가 힘들다. 주말에는 여기저기 '만차'로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주차 장소로는 학교 마당, 관공서 주차장, 읍내 시가지, 시외곽도로 모두 사용되고 있다. 차를 어디에 세워둬야 좋을지 모를 때는 주차요원에게 자신이 찾아가고자 하는 축제 장소를 말하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지난 주말 토요일에 축제장을 찾은 사람이 8만 9천, 일요일에는 9만 2천이었다. 주중에는 3~4만 명 정도가 화천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할 수만 있다면, 주중에 방문 계획을 잡는 게 가장 속이 편하다.

숙박장소 구하기 : 숙박장소로는 여관, 민박, 홈스테이 등이 있다. 보통 여관 객실료는 3~4만 원 정도 하고, 민박은 4~5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객실료는 기본이고, 숙박 인원수에 추가 요금이 붙는다. 여기에 주말 관광객들이 넘쳐날 경우, 객실료가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다. 이도 저도 미덥지 않아 어디를 숙박 장소로 정해야 할지 모를 때는 종합안내센터(전화 1688-3005)를 찾아가자. 그곳에서 다양한 숙박 정보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직접 숙박업소를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홈스테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참고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숙박 장소를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얼음구멍낚시하기 : 얼음구멍낚시에는 현장접수 낚시와 예약접수 낚시가 있다. 아예 낚시터가 분리되어 있다. 예약을 못하고 현장에서 그날 접수(오전 9시 이후)를 하게 될 경우, 주말에는 오전 중에 접수가 마감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날의 현장 낚시터 입장객 수는 9000명 선이다. 물론 오후에 자리가 날 수도 있다.

▲ 횟집 어항 속의 산천어들. ⓒ 성낙선



모든 낚시가 다 그렇듯이, 남이 잘 잡는다고 나도 잘 잡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낚시 도구를 파는 곳 근처에 낚시 초보자들을 위한 낚시 교실이 있다. 얼음구멍낚시가 처음인 사람들은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이곳을 찾아가 요령을 배우는 게 좋다. 산천어는 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으므로, 너무 한자리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있다. '훌치기'는 금지다. '견지대' 등의 낚시 도구는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얼음판 위에 깔고 앉을 돗자리나 낚시용 의자는 필수.

기타 :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여행을 떠날 때 미리 준비를 해가는 것이 좋겠다. 사먹을 음식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저러한 불편을 겪고 싶지 않다면, 간단한 음식 같은 건 집에서 준비해 가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축제 현장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축제 공식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여러 가지 불만 사항이 올라와 있다. 마릿수 제한에서 시작해, 예년과 다르게 산천어를 잡기 힘들고 어쩌다 잡은 고기도 씨알이 너무 작다는 불만이다. 그 한편으로는 마릿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고, 또 산천어를 잡을 만큼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저런 점, 미리 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제 현장이 굉장히 넓고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해, 무턱대고 갔다가는 헤매기 딱 좋다. 행사 안내도를 눈여겨보고, 이러저러한 프로그램들을 잘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다. 프로그램 이용에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비용의 40~50% 정도를 '농특산물나눔권'이나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 축제 현장 부근. 선등으로 밝힌 거리. ⓒ 성낙선



화천 산천어축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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