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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궁리미술촌의 미래는 없다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시 '오궁리미술촌 16년, 그 위상전'

등록|2010.01.13 18:21 수정|2010.01.13 18:21
"오궁리미술촌 창작 스튜디오가 가동된 지 16년이 됐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아실 테지만, 이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폐교를 활용해 비슷한 시기 시작한 전국 거의 모든 예술촌이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오궁리도 지금 그 끝자락에 와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작공간지원사업도 오궁리처럼 이미 가동되고 있는 곳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일체의 지원 없이 작가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작금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더 이상 미술촌의 미래는 없습니다."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는 김창수 한국예술촌연합회장의 말이 뜨끔하게 다가왔다. 전병관 오궁리미술촌장도 "폐교의 주인인 교육청이나 미술촌이 위치한 임실군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줘도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름도 거창한 '오궁리미술촌 창작 스튜디오 16년 - 그 위상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 ‘오궁리미술촌 16년, 그 위상전’ 현장 ⓒ 김상기




전북도립미술관이 11일부터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오궁리미술촌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오궁리미술촌'은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지역 폐교를 활용, 1995년에 개관한 창작활동 공간이다.

이곳은 개관이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는 창작활동과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통해 미술문화의 저변확대와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해 오고 있다. 미술이해를 위한 워크숍,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강좌, 일요미술학교 운영, 폐교활용 문화공간 활성화방안 모색 세미나, 폐교재산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폐교활용방안 공개토론회 등이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또한 오궁미술관 개관 기념전을 필두로 개인 초대전을 9회 개최했고, 입체ㆍ설치예술제, 대학원미술제, 미술촌연합전, 전국 문 닫은 학교 연합회 창립 및 예술제를 개최하는 등 지역미술에 활기를 불어넣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그 이면의 현실은 참담하다. 오궁리미술관 건물은 지은 지 42년이 됐고, 창작스튜디오로 쓰고 있는 본관 건물도 24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 속에 노후화된 건물은 비가 세고 침하현상이 심하다. 비는 고무대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받기만 해야 한다. 건물을 임대한 입주 작가들에게는 학교건물에 손을 댈 권리가 없다. 만약 손을 댄다면 후에 원상복귀를 시켜야한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혹한의 겨울은 그야말로 참기 힘든 시기다. 입주 작가 중 상당수가 조각가다. 소음이 심하고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오궁리처럼 외진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지작거리는 돌은 겨울이면 더 차갑게 변한다. 건물은 외풍이 심해 쌀쌀하기 그지없다. 난방비가 보통을 넘을 수밖에 없다. 오직 작품을 팔아 생활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작업공간이란 그림에 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장에 나와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가지 더, 작품을 출품한 작가는 16명이지만 이 중 현재 미술촌에 입주해있는 작가는 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명은 한때 이곳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함께 초대된 것이다. 그들 모두가 오궁리에 있었을 때는 지금보다는 좋았다. 그 7명이 얼마나 더 이곳에 머무르며 창작의 고독을 씹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김창수 예술촌연합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의 지원 없이, 외진 곳에서, 임대비를 내고 작업공간을 빌려 쓰는데, 건물은 노후화되고, 그 노후화된 건물은 수리할 수도 없다. 물론, 수리할 수 있다고 해도 오래된 건물에 개인의 사재를 털어 넣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 건물주의 입장에서 볼 때, 입주가가 괜찮아서 그로 인해 건물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건물주는 갖은 편의를 제공해서라도 그 입주자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곳 오궁리에서는 그 간단한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다.

입주 당시 젊은 혈기로 들어왔던 작가들도 16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다 어른이 되고 말았다. 건물 낡고 날씨 추운 건 어떻게 견뎌본다 해도, 결혼도 하지 않고 작품에만 매달려 살아간다면 모를까 자녀교육 등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뭔가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 전시 개막식에는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 김상기




지난 12일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전북도와 임실군 등의 관계기관을 포함해 정치, 교육, 예술 분야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립미술관은 전시기획 취지가 '오궁리미술촌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전국적인 예술창작 명소로도 자리매김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술촌의 발자취는 이미 선명하고, 예술창작 명소로도 소문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시가 오궁리미술촌의 현실을 직시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전라북도청 1층 기획전시실에서 22일까지 전시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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