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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2년째... 약 안 먹으니 편안해요

등록|2010.01.14 14:28 수정|2010.01.14 14:28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들매일 세 차례씩 먹으라고 한다. ⓒ 김현숙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나는 골수암 투병 2년째로 항암주사를 58회 맞고 호전되어 중단한 상태다. 의사는 또 약을 한 보따리 처방해 주었다. 무릎 아래가 무겁고 몹시 아파서 밤이면 끙끙 앓는데 이는 항암제 때문에 오는 증상으로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달부터 약을 모두 끊었다. 한 달 동안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의사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또 처방해 주었다.

나는 힘들겠지만 이 약을 먹지 않고 견딜 생각이다. 이 약들이 치료제가 아님을 알기에 내 몸 스스로 이겨내도록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줄 알고 지난 2년여 동안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것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인 줄 알았다. 그래서 실수로 부족하게 처방해 줄 때는 예전에 남아있는 약봉지에서 찾아 맞춰서까지 먹었다.

그러나 약을 먹으면 부작용도 많았다. 늘상 약에 의지하니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고 숨쉬기도 불편했다. 통증을 잊기 위해 진통제를 먹으면 변비를 유발하게 되었고 그러면 또 마그밀 등 변비약을 꼭 먹어야 하니 배설에도 문제가 많아 고생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서 그런 문제들은 말끔히 사라졌다.

<면역혁명>의 저자인 아보 도우로 박사에 의하면 약 중에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등은 교감신경을 서서히 긴장상태로 만든다고 한다. 증상에 따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감신경이 긴장상태에 놓여 몸이 야위면서 암이 생길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한 면역활성 치료과정에서 불쾌한 증상이 나타나면 그저 막으려 하지 말고 치유반응일 가능성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치유반응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이 증상을 견뎌야 하며 그렇게 하면 암은 자연히 퇴치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면 약이나 병원이 만능인 것처럼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몸이 말하는 신호를 잘 살피면 전혀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존엄사를 공론화하게 했던 김할머니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병원측에서 부착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201일을 살았다. 병원 측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면 금방 사망할 것처럼 말했으나 김할머니는 오랫동안 놀라울 정도로 자가호흡을 계속했던 것이다.

요즘 양쪽 다리 특히 오른쪽 다리와 발가락에 저림 증상이 심하다. 이것은 상피에 신경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암이 공격당하면 곧바로 신경도 자극을 받는데 이 말초신경의 자극이 흥분상태가 되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저리는 현상이 항암제 때문이라는 주치의 말과도 일치한다. 그러니 약으로 이 증상을 잊도록 진통제를 먹어서는 안되고 인내심을 가지고 견뎌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먹는 약들은 마약성 진통제, 안정제, 수면제, 항우울제, 변비약 등 치료제가 아니므로 꼭 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남편은 아프면 진통제 먹고, 잠이 안 오면 수면제를 먹고, 수치가 올라가면 항암주사 맞으면서 그냥 살자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다 보니 몸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어져 버렸다. 우리 몸은 오토매틱으로 스스로를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데 약을 복용함으로써 그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것을 아는 순간 약을 끊어야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고 실천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통증 때문에 밤새 끙끙 앓고, 잠자기가 어려워 아직도 많이 고생하고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은 의사가 알아서 처방해준 약을 안 먹는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내 의지로 버티고 있다. 언젠가 면역력이 생겨서 진통제나 수면제 등의 약을 먹지 않고도 통증없이 잠을 잘 수 있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리라 믿으며 힘들지만 무작정 병원의 처방에만 따라가지 않고 몸의 신호를 따라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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