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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춤 추더라도 김연아가 수억 원 받는 이유

[최진기 특강②] 미시경제학으로 살펴본 경제현상

등록|2010.01.14 14:06 수정|2010.01.14 14:06

▲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가 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특강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많은 재벌 회장 부인들은 미술관을 운영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아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최진기경제연구소의 최진기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품의 공급곡선이 일직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요가 많아도 공급이 늘지 않으니,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시장 가격은 쉽게 오를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강남 부동산 가격이 쉽게 오르는 이유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시경제학의 기본개념인 그래프 위의 수요공급 곡선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별강좌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두 번째 강의에서 최 대표는 강의 참석자들을 미시경제학의 세계로 초대했다.

미시경제학의 탄생

일반적으로 경제학 원론에서 소개되는 미시경제학은 국민경제의 분석틀을 제공하는 거시경제학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별주체의 행위나 행태를 파악해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을 뜻한다. 수학과 그래프가 그 바탕에 깔린다.

최진기 대표는 미시경제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게 되면 미시경제학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그는 '국부의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경제학 최초의 논쟁이 벌어진 과거로 시간을 되돌렸다. 그리고는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의 이름을 꺼내들었다.

최 대표는 "프랑스를 예로 들며 국부의 원천을 토지로 꼽은 중농주의자와 스페인을 보며 금은이 국부의 원천이라고 생각한 중상주의자 사이에서, 아담 스미스는 산업혁명 이후 왜 영국의 국부가 크게 늘었는지 조사해 저 유명한 <국부론>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국부론>에서 아담 스미스는 국부의 원천이 분업화된 노동과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라고 지목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을 두고 노동이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노동가치설'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노동가치설은 데이비드 리카도로 이어지고 결국 칼 마르크스에게까지 계승된다"고 했다. 마르크스는 "가치는 오로지 인간의 살아 있는 노동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생산수단은 개인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노동가치설을 반박했다. 최 대표는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춤을 추더라도 김연아 선수는 수억 원을 받고 일반사람은 비웃음을 사는 이유는 노동가치설로 설명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셜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똑같은 춤 추더라도 김연아가 수억 원을 받는 이유는?

다시 말해, 국부의 본질인 가치를 확인할 수 없고, 다만 그 현상인 가격만 살필 수 있다는 게 마셜의 생각이었다. 이는 곧 미시경제학의 탄생을 의미한다.

최 대표는 "모든 것을 수치화해 이를 그래프로 옮겨 그 위에 수요와 공급곡선을 그리면 김연아 선수가 수억 원을 받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결국 김연아 선수와 같은 재능의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돈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시경제학은 수요와 공급곡선으로 이뤄진 그래프로 대부분의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이 가격에 민감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주중에는 점심을 싸게 공급하고, 가격에 둔감한 주말 가족 손님에게는 가격인하보다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이는 미시경제학에서 경영학이 태어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미시경제학에 많은 장점이 있지만, 현재 미시경제학은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화폐는 미시경제학의 시장가격(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며 "지금의 금융위기는 새로운 경제학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강의는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세 번째 강의는 오는 20일 저녁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경기순환곡선과 정부 대책'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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