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만나라"는 원로 제안에 이 대통령 '....'
'국민원로' 37명,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 '세종시 원안 지지자' 한 명도 없어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세종시 수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원로' 37명과 오찬 간담회를 했는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시는 게 좋겠다. 박근혜 전 대표도 한번 만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에 차질을 빚는 우는 범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어느 하나의 문제 때문에 다른 일들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인 얘기"라며 "그 일(세종시 수정안)은 그 일대로 추진하지만 나머지 일들도 계획한대로 뚜벅뚜벅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릴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세종시 문제를 자꾸 언급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 흘러나왔던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이틀 전 "저는 제 입장을 밝혔고 달라질 게 있겠냐"며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이 대통령의 '침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에 초청한 원로들이 하나같이 "수정안이 잘됐고 원안이 문제"라는 발언을 이어간 상황에서 대통령도 굳이 말을 보탤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박선규 대변인은 "(원로들 중에서)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는데, 이날 원로들의 세종시 관련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
"대학 4학년 때 6.25 동란이 일어났다. 그래서 서울이 완전히 부서지는 것을 목격하고 많은 아픔을 겪었다. 4번을 당기고 밀려서 서울을 지켜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이 마침 지역도 넓고 강과 산도 있고 아름다운 도시여서 우리의 도시로 가다듬어서 얼굴로 삼고 손님을 모셔오고 50년 동안 혼신을 다해서 심장과 기쁨과 아픔을 박아 넣어서 대도시를 만들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수도의 가장 중심기능인 행정권이 다른 데로, 황량한 새 도시 짓기로 했다는 얘기는 제겐 납득하기 어렵고 그것을 바로잡기도 어렵다."
▲ 노신영 전 국무총리
"수도분할은 국익을 포기하는 행위다. 정부가 지금 뒤늦게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수고를 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국가에 큰 플러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김수한 전 국회의장
"대통령 선거기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대통령께서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당장의 상황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좀 더 큰 안목으로 살펴봤으면 좋겠다. 감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는 문제가 있다."
▲ 조순 전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세종시 문제를 한마디해야 되겠다. 수도를 분할하는 원안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수정안 추진을) 성공리에 착수하시고 추진했으면 좋겠다."
▲ 이만섭 전 국회의장
"충청도민들은 지금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속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출발이 잘못된 것이 맞다. 그것이 꼬이고 꼬여서 더 복잡해졌고, 지금은 풀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 충청도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제기되는 역차별론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지자체장들이 분명하게 판단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나눠 맡아야 한다."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역사적으로 충청은 삼국(백제ㆍ고구려ㆍ신라)의 중심지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반도를 지정학적으로 볼 때 중심에 위치해 있다. 수도를 옮긴다고 했을 때 충청지역 사람들은 변방에 있던 충청이 중심지가 되는구나 하는 기대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이름에 중심도시라는 말을 쓰면 어떨까. '충' 자는 풀어서 보면 중심이라는 한자가 된다. 그래서 이번 수정안을 통해서 세종시가 중심이 된다고 하는 그런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 김시중 전 과학기술처 장관
"세종대왕은 원래 과학자다. 그래서 이름으로 보면 과학도시라고 하는 것이 맞는데 그런 만큼 훌륭한 과학비즈니스 허브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세종시 수정에 시동은 걸렸는데 지금같이 평행선으로 가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게, 더 낫게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절차와 순서에 있어서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고 그것을 조금 바꿔본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도민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셨으면 좋겠다."
▲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어제 대전시에 가서 수정안 관련 집회를 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뛰어나오더라. 그 사람 얘기가 '지금 이렇게 한다고 하고 나중에 또 바꾸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거 어떻게 믿겠느냐'고 묻더라. 또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기업들에 특혜를 주면서 들어오면 나중에 전체적으로 지역의 땅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이런 걱정들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 주셔야 한다."
▲ 이홍구 전 국무총리
"국가를 이끌려면 계속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인 것 같다. 민주국가로서 중대한 선택을 절차에 맞춰서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비단 세종시 문제뿐 아니라 국가 운영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선택을 하고 선택한 것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세종시 문제를 확대시켜서 국정 전반의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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