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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86) 기형적

―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기형적으로 보이지만' 다듬기

등록|2010.01.14 18:52 수정|2010.01.14 18:52

ㄱ.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 이렇게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발에 신을 신으면 보행 자체가 불편해지면서 집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하인리히 슐리만/이승희 옮김-고고학자 슐리만, 150년 전 청일을 가다>(갈라파고스,2005) 41쪽

 "보행(步行) 자체(自體)가 불편(不便)해지면서"는 "걷기 힘들어지면서"나 "제대로 걸을 수 없으면서"로 다듬어 봅니다. "걷게 된다는 것은"은 "걷게 됨은"이나 "걸을밖에 없음은"으로 손질하고, "말할 것도 없다"는 "말할 나위도 없다"로 손질해 줍니다.

 ┌ 기형적(畸形的)
 │  (1) 사물의 구조, 생김새 따위가 정상과는 다른 모양인
 │   - 기형적 발전 / 도시만 기형적으로 팽창하는 부작용 / 기형적인 교량 구조
 │  (2) [생물] 동식물에서, 유전적인 이상이나 발생 및 발육 과정에서 이상이
 │      생겨 정상의 형태와는 다른
 │   - 기형적인 손가락 하나가 더 붙어 있는
 ├ 기형(畸形)
 │  (1) 사물의 구조, 생김새 따위가 정상과는 다른 모양
 │  (2) 동식물에서, 정상의 형태와는 다른 것
 │   - 농약 공해로 인한 기형 물고기
 │
 ├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발
 │→ 기형으로 작게 만든 발
 │→ 여느 발과 달리 작게 만든 발
 │→ 못 자라게 하면서 작게 만든 발
 └ …

 지난 2006년에 국어사전을 살펴보았을 때에는 '기형적'이 국어사전에 안 실려 있었습니다. 올 2009년에 다시 살펴보니 '기형적'이 새롭게 실립니다. 그만큼 널리 쓰는 낱말이라는 소리로 여길 수 있고, 그동안 국어사전이 사람들 말씀씀이를 제대로 못 살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형'이라는 낱말로도 넉넉한데 굳이 '-적'을 붙인 낱말까지 군더더기로 다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릅니다. 생각한 이모저모를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시금 달라집니다. 받아들인 여러 가지를 어떠한 말과 글로 담아내느내에 따라 거듭 달라집니다.

 우리는 '장애아(-兒)'라 할 수 있으나 '장애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형아(-兒)'라 할 수 있으며 '기형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형적 발전"이라야 알맞다고 여기는 분이 있겠지만, "기형 발전"이면 넉넉하다고 여길 분이 있을 테고, "비뚤어진 발전"이나 "일그러진 발전"이나 "치우친 발전"일 때 한결 알맞고 싱그럽다고 여길 분이 있습니다.

 ┌ 기형적 발전 → 기형 발전 / 비뚤어진 발전
 ├ 도시만 기형적으로 팽창하는
 │→ 도시만 기형처럼 커지는 / 도시만 얄궂게 커지는 / 도시만 뚱뚱하게 커지는
 └ 기형적인 교량 구조 → 기우뚬한 다리 얼개

 우리 말이 우리 말다움을 고이 빛내면서 뻗어나가는 길은 한 갈래가 아닙니다. 우리 글을 우리 글답게 알차게 가꾸면서 솟아오르는 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든 우리는 우리 깜냥껏 우리 말과 글을 빛내거나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우리 넋을 돌아보는 마음이 있고, 우리한테 우리 얼을 톺아보는 생각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말글을 빛내거나 가꿉니다.

 내 온 삶이 고루 드러나는 말임을 헤아리면 됩니다. 내 온 사랑이 두루 스며드는 글임을 생각하면 됩니다. 내 온 삶을 알뜰살뜰 꾸리면서 내 말마디를 알뜰살뜰 꾸리면 됩니다. 내 온 사랑이 따사로울 수 있게끔 슬기로이 엮으면서 내 글줄을 따사롭게 엮으면 됩니다.


ㄴ. 기형적으로 보이지만

..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훨씬 큰 고전적인 스타일의 빅 휠 자전거는 비대칭의 구조 때문에 다소 기형적으로 보이지만, 예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전거다 ..  <장치선-하이힐을 신은 자전거>(뮤진트리,2009) 27쪽

 "고전적(古典的)인 스타일(style)의 빅 휠(wheel) 자전거"는 "예스러운 바퀴 큰 자전거"나 "예스러운 큰바퀴 자전거"로 손봅니다. "비대칭(非對稱)의 구조"는 "비대칭 얼개"나 "대칭 아닌 얼개"나 "앞뒤 다른 얼개"로 다듬고, '다소(多少)'는 '적잖이'로 다듬으며, '선풍적(旋風的)인'은 '크게'나 '대단히'로 다듬어 줍니다.

 ┌ 다소 기형적으로 보이지만
 │
 │→ 적잖이 기우뚱하게 보이지만
 │→ 왠지 엉뚱하게 보이지만
 │→ 뭔가 생뚱맞게 보이지만
 │→ 좀 엇박자로 보이지만
 └ …

 앞바퀴와 뒷바퀴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기형'이라고까지 할 수 있으랴 싶습니다. 그저 바퀴 크기가 다를 뿐이지, 어느 한쪽이 '정상'이고 다른 한쪽이 '정상 아님'이라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월을 살피면 '비대칭'이라는 낱말이 나오는데, 차라리 이렇게 '비대칭'이라고 한 번 다루어 주면 됩니다. "빅 휠 자전거는 비대칭 구조로 보이지만"처럼요.

 그러나 우리들은 굳이 '기형적'이라는 낱말을 넣고 맙니다. 같은 사람을 놓고도 '정상-비정상'을 나누고 '장애-비장애'를 나누는 버릇 때문일까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나누며, 서울이니 서울 밖이니를 나눕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와 돈이 많고 적음을 나눕니다. 잘생겼다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요, 돈이 많다고 한결 나은 사람이 아니며, 공부를 잘한다고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 텐데,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에 얄궂은 자를 꽂아 놓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 얄궂은 자는 세상을 바라볼 때를 비롯하여, 사람을 사귀거나 말 한 마디를 나누는 자리에까지 얄궂게 스며듭니다.

 ┌ 비대칭 얼개 때문에 남달리 보이지만
 ├ 대칭이 아닌 얼개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지만
 └ …

 앞뒤 바퀴 크기가 같아야 좀더 잘 굴러간다고 생각한다면, "대칭이 아닌 얼개 때문에 아슬아슬해 보이지만"이나 "대칭이 아니라서 쉬 넘어질 듯 보이지만"처럼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굴러가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담은 말마디를 넣어야 비로소 알맞춤한 흐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전거가 '정상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대목이 아니라, 자전거 '바퀴 크기가 다를 뿐'임을 들며 이와 같은 자전거 달림새가 걱정스럽지 않느냐고 묻는 대목임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눈길은 걷어내고, 우리 삶을 골고루 껴안는 눈길을 붙잡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꾸밈없이 생각하며, 차분하게 말과 글로 담아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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