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에서 ⓒ 송유미
관(棺)처럼
덜컹거리는
지하철 자동문이 열리자,
신발을 손바닥에 신은 사내
엉덩이로 기어다니면서
무릎마다 때묻은 편지 한장 올려 놓는다.
핸드폰 문자를 하거나
끄덕 끄덕 졸거나
MP3 이어폰 끼고 감은 눈을 뜨지 않거나
신문 보거나 내릴 준비 바쁘다.
그래도 개중에는 맞춤법도 틀리고
철자도 다 틀린 때묻은 편지와
천원 짜리 지폐 한장을 교환하는
손으로 쓴 편지에 감동한 얼굴도 드문드문 있다.
나는 내릴 역이름 떠올리며
지하철 노선안내지도를 올려다보면서,
하나 둘 내리면서 경로석 빈자리에 올려 놓은
흩어진 편지들 위에 받은 편지 한장
조심스레 지폐처럼 올려 놓으며,
무덤덤한 곁눈질로 읽는다.
(저는 불과 몇 달전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아내는 가출을 했고,
아이들은 보육원에 맡겨져 있고,
집에는 있는 눈 먼 모친이
저를 매일 아침마다 업어다
지하철 역에 데려다 줍니다…)
인파들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윤회 같은 1호선 지하철이
덜컹 흔들리면서 출입문 열리고
엉덩이로 8량 지하철 구석구석
걸레처럼 닦고 돌아온 사내는
바닥에 짓밟혀서 흩어진
때묻은 편지 몇 장
지폐처럼 소중히 챙겨들고,
그는 마치 멀리 뛰기 위해
오래 웅크린 개구리처럼
신발 신은 손바닥으로
유난히 간격 넓은
승강구 폴짝 나는 듯 건너 뛰어
저 만큼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총총히 소인(消印) 같은
땀내 나는 손바닥 신발 자국
몇 개 바닥에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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