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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판매 영업사원 무조건 업무상배임 아냐"

대법, 덤핑판매 업무상배임 혐의 유죄로 인정한 1ㆍ2심 파기환송

등록|2010.01.17 15:08 수정|2010.01.17 15:08
회사가 정한 할인율보다 싸게 제품을 거래처에 덤핑으로 판매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어도 시장가격에 비춰 거래처에게 재산상 실익을 준 것이 없다면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명 제과업체 H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L(35)씨는 판매 실적을 올려 월급 외 시상금 등을 받을 의도로 2002년 10월~2005년 6월까지 모두 913회에 걸쳐 회사에서 정한 할인율 28.2%보다 1.8% 높은 30%의 할인율로 거래처에 싸게 납품해 회사에 2371만 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부산지법 형사5단독 정윤형 판사는 2006년 11월 L씨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적용한 할인율과 회사에서 정한 할인율의 차이가 1.8%에 불과하더라도 전국적인 영업소를 통해 다량의 물품을 판매하는 회사로서는 할인율의 근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입게 되는 손해는 매우 컷을 것이며, 또한 피고인이 판매실적이 떨어진다고 해서 회사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판매실적을 높이는 것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천대엽 부장판사)는 2007년 3월 L씨에게 업무상배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다만 범행동기에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며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300만 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른 것은 회사가 책정한 영업목표를 통상의 방법으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과다했던 데에도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요소가 있고, 또 피고인이 범행을 통해 얻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 "회사 규정 어겼어도 시장가격으로 판매했다면 책임 못 물어"

하지만 업무상배임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회사에서 지정한 할인율보다 높은 할인율로 거래처에 납품,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L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업무상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해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할지라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덤핑판매로 거래처에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회사가 정한 할인율 제한을 위반했더라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따라 제품을 판매했다면, 회사가 지정한 할인율에 의한 제품가격과 피고인이 판매시 적용한 할인율에 의한 제품가격의 차액을 거래처가 얻은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은 피고인의 판매행위로 제3자인 거래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를 따져봤어야 함에도, 회사가 정한 할인율에 의한 제품가격과 그보다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판매가격의 차액 상당이 거래처의 재산상 이익이라고 봤다"며 "이런 원심의 판단은 업무상 배임죄에서 제3자의 재산상 이익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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