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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학교- 4> 폭설과 난민촌

등록|2010.01.17 15:47 수정|2010.01.17 15:47
폭설과 난민촌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들녘으로 나가보았다
논과 밭 경계마저 구분 안 되는 폭설의 현장
바람은 관목의 숲부터 조금씩 눈을 털어내고 있다
나무는 체온으로
몸통을 휘감은 눈을 밀어내고  
논두렁 밭두렁 양지쪽에선 햇살이 부지런히 눈을 녹이고 있다
뽕잎을 먹어치우는 누에처럼
사각사각 연실 눈을 먹어 치우고 있다
복구가 끝난 저쪽
햇빛에 환하게 빛나는 난민촌
사방에서 몰려온
참새, 멧새, 멧비둘기 어우러져
피난민처럼 옹기종기 배급받은 식량을 나누고 있다
폭설에 잠긴 마을
저만치 정적 속에 묻혀 있을 때
멀리서 달려온 햇살과 바람 온종일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바람이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리면
햇빛은 걸레로 구석구석 닦아내고 있다
들판은 서서히 평화를 되찾아 간다
그렇게
폭설이 내린 산간에선
토끼의 난민촌
족제비의 난민촌
노루와 너구리의 난민촌도 세워지고 있을 것이다
                                             -최일화


시작노트

폭설이 내린 들판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갑자기 한 무리의 새가 날아올랐습니다. 새들이 날아 오른 들판을 살피니 유난히 관목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눈은 양지쪽부터 녹고 있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 양지쪽은 벌써 녹아 마른 풀 섶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한 무리의 멧새들이 거기서 열심히 먹이를 쪼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폭설 속에서 새들이 어떻게 먹이를 구하는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자연은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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