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키우며 ⓒ 송유미
햇볕 좋은 겨울 창가에
신문지 한장 깔고 앉아,
제법 묵직한
미나리 한 단 다듬어
물김치 담는데
총총 썰어 넣고
뿌리 쪽은 물컵 서너 개에
나누어 심었다.
아기 이빨에 덧니 나듯이
파란 싹이 쏙쏙 올라와
겨울 창가에
푸른 색칠을 한다.
정말 신기도 해라.
줄기가 올라오면
잘라먹고 또 잘라먹어도
금세 쑥쑥 올라온다.
콩나물국, 무국
명태국 끓이는데도
살짝 양념처럼 넣으니
보기가 꽃잎 띄운 듯 좋다.
하 심심해 잎새 뜯어서
껌처럼 씹어 먹으니
입안이 향긋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새콤하게 입맛이 돌아오네.
잘라낸 자리 언제 그랬다는 듯
금방 금방 고개를
쏙 까치혀처럼 내밀고
파릇파릇 올라온다.
세계문화유산, 동의보감에도
미나리는 상찬의 약재라지.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고
여성 냉증에 좋고
여름철에 아기들
땀띠나는 곳에
즙을 내서 발라주면
씻은 듯이 낫고,
난치병 간암에도 좋다지.
미나리 한단으로
텅 빈 집안이
갑자기 번창한
종가집처럼
미나리 화분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쓸쓸했던 겨울 회색빛 창가에
파란 색칠이 바쁜
겨울 애기 미나리들
난(蘭)보다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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