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길과 마을, 길신제로 대신하면서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여행 4] 필자가 찾고자 하는 것은 마을의 가치
▲ 바이크 올레꾼의 길신제-순천시 송광면 망향각에서 ⓒ 서정일
순천시 송광면 곡천삼거리에는 주암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긴 마을들을 위한 망향각이 건립돼 있다. 지난 1991년 5월 댐 건설로 인해 26개 마을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댐이라는 특성상 물이 마를 날이 거의 없기에 이제는 영원히 찾아갈 수 없는 마을이 된 셈이다.
필자는 앞으로 1년 동안 바이크로 전남 동부지역의 길을 따라가면서 '눈에는 보이지만 마음에서 사라져가는 마을'들을 찾아가 무엇이 그 마을의 가치인가를 주민들과 함께 찾아보고 발견해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 바이크 올레꾼 길신제-주암호 수변에서 ⓒ 서정일
그에 앞서 지난 1월 18일, 필자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망향각에서, 주암댐 수변에서, 다랑 논길에서, 새롭게 길을 내고 있는 곳에서 길신제를 지냈다. 시작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길과 마을이 눈과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고 싶었다.
그저 미신적 행위이며 요식적이기는 하지만 '길은 왜 새롭게 뚫리고 마을은 왜 변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 자신에게 되묻는 자문자답의 형식이었다. 새롭게 길이 뚫리면 소통의 폭이 더 넓어질까? 마을을 변형하면 그 만큼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일까? 행여 길을 새로 내고 마을을 변형하면 그 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가장 행복한 삶과 가장 행복한 마을이란 태어나서 일생동안 그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삶이며 그런 삶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이 갖춰진 마을이라는 말이 있다.
▲ 바이크 올레꾼 길신제-송광면 산척마을에서 ⓒ 서정일
옛말이지만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어찌 보면 그것이 더욱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가 사람이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필자가 잘 알고 또 돌아보고자 하는 전라도 지방, 특히 조계산을 중심으로 제석산 징광산으로 이어지다가 여자만으로 흐르는 땅줄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는 그나마 살아있다고 볼 수 있어 다소나마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 희망이란 인위적이며 특정 목적을 위해 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마을의 형태가 인간 삶의 그것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며 공동체적 성격의 마을 운영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바이크 올레꾼 길신제-새로 조성하고 있는 도로앞에서 ⓒ 서정일
그럼 옛말에 있듯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평생 마을 밖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되며 그 사람들의 생활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단정 짓기는 어려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몇 가지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반면, 외지에서 그 마을에 들어 온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상 그들이 바라는 이상과 현실은 많은 괴리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가는 미래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그 미래가 바로 그 마을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마을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며 그것을 좀 더 증폭시키고 발전시켜 그 혜택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누려가자는 뜻일 것으로 풀이된다. 그 풀이에 동참하고 증폭시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협조하는 것이 필자의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여행>이다.
▲ 바이크 올레꾼 길신제-산사앞에서 ⓒ 서정일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부르짖고 있고 많은 단체가 마을 가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정예화 된 교육이나 더 나아가 마을을 인위적으로 바꾸고 주민들을 뜻에 맞게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변질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가장 기초적인 마을과 마을 주민들을 살펴보고 깊이 있게 얘기해 보려는 단계가 생략된 주민 계도나 마을 만들기는 기형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이 연재를 하는 과정에서 뜻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비록 지금은 작게, 홀로, 글을 통해서 일을 진행하려는 초기 단계지만 <바이크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여행>이라는 연재를 통해 그 의미가 전달되고 확산돼 뜻있는 이들의 동참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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