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ha 간척지, 조성면 제방길 달려볼만하다
남성적인 직선도로에 드넓은 평야와 다도해길
▲ 전라남도 동남쪽 고흥군 초입에 있는 조성면 방조제 길 ⓒ 서정일
전라남도 남동쪽 끝자락에는 바다를 향해 엄지발가락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인구 약 8만 명의 고흥군이 있다. 자칫했으면 섬이었을 이 땅을 보성군 벌교읍과 조성면이 양쪽에서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때 벌교와 조성 갯가는 간척을 했는데 특히, 조성쪽 2000ha에 이르는 광활한 평야는 바이크 올레꾼이 한번쯤 들러 봐도 좋은 곳이다.
이 길의 특징은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스럽게 나 있는 약 5킬로미터의 직선 제방길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듯 나 있는 아스팔트 도로다. 갈대라는 자연이 있고 시원스럽게 뚫린 제방길이 자연을 벗하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백제의 멸망앞에 눈물섞인 우물물을 마셨을 마지막 백제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 고흥군 초입, 조성면과 득량면 사이에 있는 간척지는 약 2,000ha에 이르고 있다 ⓒ 서정일
벌교역에서 출발할 경우 보성쪽 2번 도로를 타고 약 10킬로미터 정도 가면 조성면과의 경계선인 열가재라는 고개가 나오는데 그 고개를 넘으면 곧바로 주유소가 나오고 그 다음 비보호 좌회전에서 고흥쪽으로 난 77번 도로를 타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인 방조제길을 만날 수 있다.
고흥이라는 이정표를 놓치지 말고 계속 77번 도로를 따라서 약 7킬로미터 진행하다 보면 고흥군 대서면 남정마을앞에 만들어 놓은 큰 돌 이정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5킬로미터의 직선주로인 제방길이다. 좌측으로는 득량만이며 우측으로는 갈대가 무성한 큰 호수다.
불과 60여 년 전. 지금 두 바퀴로 달리고 있는 이곳은 바다였고 그 바다 위를 자신이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수상스키를 탄 기분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공사 도중 숨진 사람들도 많고 아름다웠다는 득량만, 조성면 앞바다가 밋밋할 수도 있는 평야로 변했던 것은 그와는 별개의 또 다른 역사다.
▲ 방조제에는 넓은 갈대밭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 서정일
제방길은 중간쯤 수문이 있고 그것을 넘어서면 또 다시 직선코스 제방길이다. 그리고 그 끝머리에 가면 갈대밭 생태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작은 순천만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전라남도 동쪽 해안가는 유독 갈대밭들이 잘 발달돼 있다. 보성에서부터 여수에 이르는 해안길에서는 어김없이 갈대밭을 만나게 된다.
이곳 갈대밭공원에서는 잠시 바이크를 멈추고 걸어보기를 권한다. 득량만 바다를 보고 싶으면 건너편 제방위에 올라가 편하게 다가오는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고 다시 내려와 갈대를 보면서 낭만을 즐기려면 갈대밭 사이를 거닐어 봐도 좋다.
멋진 사진으로 여행의 기록을 남기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것을 주문한다. 다양한 사진 소재가 준비돼 있고 찍는 요령에 따라 이국적인 풍경이 담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나 간식을 준비했다면 이곳 벤치에서 혹은 바다를 바라보는 제방에서 펼쳐놓기를 바란다. 물론 겨울이라서 돗자리 펴기엔 좀 곤란한 부분이 많겠지만...
▲ 방조제 약 5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은 모두 직선도로다 ⓒ 서정일
그리고 득량면 해평리까지 진행하면 직선 제방길은 끝이다. 여기서 우회전하고 3킬로미터 정도 가다가 조성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다시 우회전하면 지금부터는 조성평야를 달려보는 코스다. 마을과는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도 아니기에 들판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면서 차분하게 달려보자.
이 들판길을 달리다가 좀 더 마을 쪽으로 선회해서 진행하면 몇 개의 마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전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인근 산줄기 끝자락에 해당되는 마을이었고 배가 닿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특별한 점은 이 마을에는 백제가 패망하면서 흩어져있던 마지막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망명을 떠나기 전에 마시고 담아갔다는 조국의 마지막 물인 우물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보존해 지금까지 말끔한 상태로 남아있는데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조성면 대전마을에는 특별한 우물 하나가 있는데 백제 폐망과 함께 마지막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망명하기 전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떠난 곳이다 ⓒ 서정일
바이크 여행자들에게 이 길을 권한다. 바다가 있고 자연이 있으며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함이 있는 반면 역사의 아픈 과거도 숨어있던 길이다. 조성과 득량 벌판은 누군가에게는 드라이브 코스로 누군가에게는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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