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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자전거 도로? 제발 그냥 나둬라

[주장] 4대강에 이어 이젠 DMZ까지... 자연보호가 우선

등록|2010.01.21 16:10 수정|2010.01.21 16:10
DMZ를 '개발'하여 자전거 도로를 만든단다. 주무부서에서는 '개발'이란 용어를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주요 TV방송사에서는 '개발'이란 용어를 썼다.

정부는 강원도 화천에서 접경권 광역개발을 위한 발진대회를 열고 핵심사업으로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인천 강화까지 연결하는 대규모 자전거도로 일명 'DMZ 평화자전거누리길'(500km)을 조성하기로 했단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개발'이란 용어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용산 참사'도 이 개발 때문에 생겼고, 썩어가는 호수도, 사라져가는 갯벌도, 오염된 강물도 이 개발 때문에 생겼다.

60, 70, 80년대에는 '개발'이란 좋은 의미의 용어였다. 그것은 불편한 것을 편안하게 하고, 캄캄한 곳에 전깃불이 들어오게 하고, 아픈 다리를 끄는 대신 편안히 앉아감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제는 개발이라면 좋은 의미보다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뭔가 음흉한 담합이 도사리는 것 같은, 또 다른 대형사고를 예감하는, 또는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는 권리를 박탈해 가는 느낌으로 바뀌어 버렸다. 

왜 그렇게 바뀌었나? 그것은 1) 필요 없는 개발을 했기 때문에 2) 절대 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 특권층을 배 불리기 위하여 3)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였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을 오르다 보면 왜 이 중턱까지 콘크리트 포장을 해놨나 의문을 가질 만한 곳이 수두룩하다. 그것은 유복하지만 게으른 사람들이 걷지 않고도 맑은 산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상이었지 결코 장애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즉 일반 대중에는 필요 없는 개발을 했던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 중 첫째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중화학 공업단지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린 벨트'라는 것을 설정하여 난개발을 막고, 산림녹화를 통해 국민이 맑은 산소를 마시며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그린벨트가 그 후 야금야금 무너져 지금은 어디까지가 그린 벨트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바로 온 국민의 이익을 건설업체, 그리고 땅 주인을 배 불리기 위해 희생한 것이다.

개발이라면 무조건 속전속결이 좋은 것으로 여겨왔다. 부작용은 '대아'를 위해 희생되어야 할 소아로 여겨왔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좋은 것은 참여하는 건설업체뿐이다. 이제 개발될 곳은 웬만큼 다 되었다. 때문에 무리한 개발은 부작용이 개발의 이익보다 더 커진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이것은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한 개인의 치적 욕심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이해 때문에 기초조사도 안 된 상태에서 삽질과 굴삭기로 파헤치고 있다.

스위스는 개발로 파괴된 실개천을 복원하기 위해 미터 당 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 부쳐야 하는가? DMZ 개발은 안 된다. 보존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좋다. 자전거족들도 인류의 일원으로 환경의 가치를 누릴 자유가 있다. 그러나 보존이 우선이어야 한다. 동식물 조류의 흐름이 사람들의 동선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동식물 학자, 조류학자, 생태학자가 설계를 주도해야지 국토관리부, 도로전문가가 주도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고 수천, 수만 명이 자전거를 몰고 다니면 천연의 환경은 금방 오염된다. 이런 행위는 우리 후손들의 행복을 갉아먹으며 우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얼마 전 TV에서 세계 최고의 트렉킹 코스라는 뉴질랜드의 밀포드라는 곳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필자도 5년 전 그곳을 풀코스 도보로 다녀 왔는데 인상적인 것은 설악산 지구만한 곳을 하루에 200명 이상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때문에 3개월 전에 입장 예약을 해야 했다. 이유인즉 그 이상 입장시키면 자연이 인간이 내뿜는 탄소 등 기타 배설물, 발자국 등을 소화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경내에 휴게소, 식당 등은 물론 흔적도 없었다.

또 입장 등산객은 입장 전 반드시 신발 밑을 씻어 외부의 식물 씨앗 등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하면 등산 한 번 하겠다는데 왜 이리 불편하게 하느냐고 화염병을 던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호할 가치 있는 자연은 이렇게라도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DMZ도 이 정도 이상은 해야 환경유산으로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그 이외의 국토에 대해서도 이제 개발금지법을 만들어 "이 산은 더 이상 포장하지 말고 흙으로 놔둘 것" "이 못은 메우지 말 것" "이 숲은 베지 말 것" "도로 확장 금지 지역" 등등을 정해야 한다.

지금은 보존과 복원이 대세다. 개발과 사업은 저리 가라! 나폴레옹이 말했던가? "자연적이 아닌 것은 모두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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