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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내 비번이 가장 흔한 비밀번호라고?

[공모- 비밀번호] 당신의 비밀번호는 몇 위인가요

등록|2010.01.23 14:29 수정|2010.01.23 14:29

▲ 인기있는 비밀번호들 ⓒ Newyork Times

여느 때처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깜짝 놀랄 만한 제목의 뉴스를 발견했다. 바로 '가장 흔한 인터넷 비밀번호는 123456'.

2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밀번호가 바로 '123456'이라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는 '12345'라는 비밀번호가 가장 많이 쓰였는데 10여 년 전보다 불과 숫자 하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해커가 소프트웨어 회사로부터 훔쳐낸 3200만여 개의 비밀번호 중 '123456'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12345'와 '123456789'가 뒤를 이었다.

당당히 1위에 오른 '123456'은 3200만여 개의 비밀번호 중 1%를 차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1%라는 숫자가 적을 수 있지만, 다시 말하면 무려 32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숫자가 아닌 비밀번호로는 'password'가 가장 많이 쓰였다. 한글로 쓴다면 '비밀번호'가 곧 비밀번호인 셈이다. 'iloveyou'나 'rockyou' 도 자주 쓰인단다. 불후의 명곡 'We will rock you'를 부른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하늘에서 기뻐할 듯하다.

이밖에도 재미있는 비밀번호들이 많다. '123456'을 거꾸로 한 '654321', 조금 더 치밀하게(?) 숫자와 문자를 혼합한 'abc123', 키보드 왼쪽 측면을 차례대로 누른 'qwerty' 등도 사람들이 애용하는 비밀번호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32위에 오른 'soccer'라는 비밀번호가 반가웠다. 미국에서 축구보다 인기가 많다는 'baseball'이나 'basketball'은 비밀번호로는 인기가 없는지 순위에 들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123456'이라는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를 해킹해 달라(Hack Me)"는 뜻과 다름없다며 복잡한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비밀번호 '123456'에 '깜놀'한 까닭은?

이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은 나 역시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끔 인터넷에서 유료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는 나는 한 가지 계정(아이디)으로 정액제 요금을 내고 친구와 함께 쓰고 있다.  

친구와 나는 비밀번호를 쉽게 기억하기 위해 처음에는 '12345'로 하려고 했지만 최소 여섯 자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만들게 된 비밀번호가 바로 미국인들도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123456'이다.

물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1위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당장 친구에게 연락해 복잡한 비밀번호로 바꾸자고 했다. 물론 정액제 요금이어서 다른 누가 이용해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혹시 계정을 처음 만들 때 등록한 나의 개인정보들이 해킹되지는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123456'은 아니지만 포털사이트나 메신저에서도 단순 반복되는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기에 곧바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수많은 인터넷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비밀번호들을 어떻게 모두 기억할 것인지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비밀번호로 '통일'해 버리자니 그것은 더욱 위험해 보였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릴 때도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 오마이뉴스


가끔 들어가는 사이트에서는 단순한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아이디조차 잘 기억나지 않아 로그인 할 때마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아이디를 찾거나 임시 비밀번호를 부여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때도 많았다.

미국의 보안 전문가 제프 모스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사람들은 10년 전보다 10배나 많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기억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렇다.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은행 ATM 기계에서 돈을 찾을 때, 휴대폰으로 음성메시지를 들을 때, 심지어 현관문을 열 때 등 비밀번호와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야말로 비밀번호 '홍수' 시대에서 '123456'처럼 무식할 정도로 간단한 비밀번호들이 많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소중한 개인정보는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제프 모스는 "만약 두 명의 친구가 숲속에서 곰을 만났다면 더 빨리 뛰는 쪽이 살게 될 것"이라는 농담과 함께 "최소 12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5~6자리의 비밀번호보다는 안전하다"고 알려줬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세상은 편해진다지만 그만큼 기억해야할 것도 많아졌다. 혹시 당신의 비밀번호도 순위 안에 있을까?    
덧붙이는 글 비밀번호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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