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꽃게·새우·복어 다 죽일 것"
강화도 어민과 환경단체, 조력발전소 건설 움직임에 "환경 재앙" 강력 반발
▲ 상여 행렬22일 오전 강화도 어민들이 복어와 꽃게 등 바다 생명들의 영정을 들고 조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도균
"복어도 죽고, 다 죽는다" "어허야, 어허야"
22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내에 난데없는 꽃상여가 등장했다. 상여 행렬의 앞에 선 어민들의 손에는 망자의 영정 대신 꽃게와 새우 등 바다 생명들의 그림이 들려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강화군 조력발전소 어민대책위원회(아래 어민대책위)는 강화읍 옛 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가 각각 추진 중인 강화 조력발전소와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800여 명의 어민들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박용오 어민대책위원장은 "조력발전소 건설은 해양환경을 훼손하고 갯벌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결국 강화 앞바다는 황폐화되어, 어장은 사라지고 어민들도 생계수단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박 위원장은 "그 피해는 강화도 인근뿐만 아니라 대청도와 연평도 어장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강화도에서는 동시에 두 개의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천시는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서검도 등 4개의 섬을 길이 7.7Km의 방조제로 이어 발전용량 840㎿의 강화 조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사전환경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20일 국토해양부는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이 공동으로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을 성사시켰다. 강화도와 장봉도, 무의도를 잇는 16㎞ 길이의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사업비만 3조9000억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엄청난 환경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21일 "대규모 인공 방조제 건설을 전제로 하는 강화 조력발전소와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신재생 에너지를 빙자한 대규모 토목사업"이라며 "이로 말미암아 초래될 환경 훼손과 갯벌 축소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단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인접한 지역에 거대한 조력발전소 2개를 건설하는 예는 없다"며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들어설 강화도 남단 갯벌은 가장 잘 보존된 갯벌생태계로, 이미 정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옹진 장봉도 갯벌도 이번 조력발전소 건설로 둘로 나뉠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조력발전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좀 더 따져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인천만 조력발전소(시설용량 132만㎾ 규모)가 2017년 완공 예정인데, 오는 2030년은 되어야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추정했다.
무엇보다 어민들은 대규모 건설사업이 환경 파괴를 초래해 생계의 터전인 바다를 잃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김광춘(63, 강화군 서도면 아차도리)씨는 "강화도 근해는 꽃게와 병어, 새우, 농어, 광어가 풍부한 황금 어장"이라며 "물길을 막는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물고기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어민 황민호(49)씨도 "어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을 더 받자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내려온 삶터인 바다를 지키자는 것"이라며 "조력발전소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후 어민들은 강화군청 앞까지 약 700m 구간을 "조력발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 어민들 다 죽는다22일 오전 강화도 어민들이 "강화 조력 발전소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화읍내를 행진하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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