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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목놓아 울다, 왜?

등록|2010.01.23 12:46 수정|2010.01.23 12:46
막둥이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빠 손을 꼭 잡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습관은 이제 우리집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맏이인 형과 둘째인 누나가 막둥이만 아빠 손을 잡고 자는 것에 시샘하여 불문율에 한 번씩 도전하지 그 때뿐입니다. 물론 막둥이는 간혹가다가 한 번씩 큰 인심을 써듯이 양보를 합니다.

지난 목요일은 맏이와 막둥이가 할머니 집에 가 하루밤을 자고 왔습니다. 하루밤을 아빠와 자지 않았던 막둥이는 집에 오자마자 오늘은 아빠 손을 잡고 자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아빠. 오늘 아빠 손잡고 잘 거예요."
"막둥이, 아빠 손 잡고 그렇게 자고 싶어? 만날 아빠 옆에서 자잖아."
"어제는 안 잤잖아요."

"어제는 할머니 집에 가서 그렇지. 이번 주 내내 아빠 옆에서 잤는데 지겹지 않아?"
"지겹지 않아요. 아빠 손 잡고 자면 잠도 잘 와요."


그런데 형과 누나가 오늘은 자기들이 아빠 옆에서 자겠다고 합니다. 오늘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아빠 옆에서 잘 거다."
"누나는 어제 할머니 집에 안 갔으니까. 아빠 옆에서 잤잖아. 그럼 오늘은 내가 아빠 옆에서 자야지."
"너는 만날 아빠 옆에서 자다가 어제 하루 할머니 집에 가서 못잖아."
"그럼 오늘은 아빠가 가운데 자고, 형과 막둥이가 옆에서 자면 안 될까. 서헌이는 엄마 옆에서 자고."


아이들 다툼을 보다가 서운한지 중재를 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불쑥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막둥이는 왜 엄마 옆에서 안 자는 거야? 엄마 뱃속에 너 열달이나 있었고 힘들게 너를 낳았다." 

이 한 마디에 막둥이는 멍하니 서버리고 말았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막둥이는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아빠가 엄마 옆에서 자라는 말을 듣고 막둥이는 엄마 옆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둥이 엄마 옆에 살며시 누워 소리 죽여 울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막둥이 울음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아내가 몇 번이나 묻자 말했습니다.

▲ 엄마를 마음 아프게 했다고 울부짖는 막둥이 ⓒ 김동수


▲ 한참 울다가 마음을 추스른 후 다시는 엄마 마음을 아프게하지 않겠다고 다짐함 ⓒ 김동수


"엄마 미안해요. 엄마 말 안 들어서 죄송해요."
"뭐가 미안하고 뭐가 죄송해. 괜찮아."
"엄마 뱃속에 열달이나 있었고 힘들게 나를 낳아주셨는데 엄마 말 안들어서 미안해요."
"우리 막둥이 다 컸네. 엄마 마음도 알고."
"엄마 사랑해요. 앞으로 엄마한테 잘 할게요."

막둥이 울음에 온 가족이 함께 웃다가 울었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이나 있다고 나왔고, 진자리 마른 자리 가려서 키워주었다는 말을 듣고 울어버린 열 살 된 막둥이의 엄마 사랑에 온 가족이 감동한 것입니다. 긴 겨울밤 온 가족이 한 방에서 함께 잠을 자면서 가족 사랑을 느낀 참 좋은 하루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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