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든 대안 달거리대이다. 테두리 박음질을 해서 아이들이 만든 것보다 편평하고 각이 잡힌다. ⓒ 김아영
나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달거리를 하면서 생리통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없었다. 생리 시작 전에 아랫배의 묵직한 통증으로 고통스러워 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운동 부족으로 인해 척추가 약해져서인지 요통도 찾아왔다. 그 뿐이랴, 시험과 달거리가 겹치기라도 하면 생리통 약을 구세주처럼 몸에 지녀야만 했다.
그러던 중, 대안 달거리대를 만났다. 대학 축제를 기획하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심하던 중 '피자매 연대(http://www.bloodsisters.or.kr/)'에서 하는 대안달거리대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곧장 피자매 연대의 홈페이지로 달려가 달거리대 만들기에 심취했다. 엄청난 기교와 현란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은 복잡한 모양이지만 싸이트에 올려져 있는 도안을 다운받아 친절한 무료 동영상 대로 만드니 어려울 것이 없었다.
많은 여성들이 '깨끗하고 새하얀' 생리대를 쓰면서 달거리 중의 찝찝한 느낌을 떨치려고 애쓰지만 사실은 그 하얀색은 온갖 화학 처리의 결과물이란 것을 잊고 있다. 또한 옷에 혈흔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방수처리가 된 일회용 생리대를 쓰지만 그로 인해 각종 피부염이나 질염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만들기 쉬워요 빨기도 쉬워요
▲ 대안 달거리대 접은 모양가지고 다닐때에도 이렇게 예쁘게 접어서 파우치에 가지고 다니면 편리하다. 사용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접어 보관하면 위생적이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 김아영
처음에는 기왕에 만든 4개의 대안달거리대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그렇게 만든 대안 달거리대는 방수처리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화장실에 가서 확인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런데 순면기모로 만든 면 달거리대의 흡수력이 일회용 패드에 비해 훨씬 좋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또한 일회용 패드의 꺼끌한 사용감에 비하여 몸에 착 달라붙는 부드러운 착용감이 마치 푹신한 속옷을 한개 더 덧대어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일회용 패드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가 있듯이 내가 만드는 대안달거리대도 나의 체형과 필요에 따라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혹자는 사용한 대안 달거리대에서 냄새가 나서 어떻게 가지고 다니냐고 의아해 하지만, 사용한 일회용 패드의 불쾌한 냄새는 혈액과 화학약품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냄새인 만큼 대안달거리대에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예쁘게 접힌 모양이 귀엽기까지 하다. 대안달거리대의 혈흔 또한 물에 담그어 놓았다가 속옷을 빨면서 오물조물 손빨래를 하면 말끔하게 빨린다. 사용전의 두려움에 비해 사용후의 번거로움은 너무나 사소해서 지레 겁먹었던 내가 부끄러웠을 정도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것도 많지만...
사실 대안 달거리대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참 웰빙 열풍이 불때 이미 상품화된 대안달거리대가 곳곳에 널렸었다. 예쁘고 깨끗해 보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구입이 망설여진다.
게다가 기성 대안달거리대는 내 몸에 꼭 맞춘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방수처리가 되게 나와서 통풍이 되지 않아 진정한 대안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융면 1마를 알뜰하게 재단한다면 중형 크기의 대안달거리대를 7~9개 만들 수 있다. 융면 1마와 중고등학교때 배운 바느질 실력만으로도 훌륭한 맞춤형 대안달거리대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대학 축제 기획을 하면서 대안 달거리대를 접하고 실제 축제때 '커플 대안달거리대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었다. 의외로 많은 커플들이 대안 달거리대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셨다. 특히 남학우들이 여자친구를 위해 대안달거리대를 만들면서 여성들의 생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함께 건강한 달거리 나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초등학생도 만들어요 대안달거리대
▲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어요생리를 하는 아이들은 물론 생리를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은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초등학생도 뚝딱 만들 수 있는 대안달거리대~ 참, 쉽죠잉 ⓒ 김아영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안달거리대를 자주 권한다. 자리를 만들어 거창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이야기가 나오면 나의 경험을 들어가며 건강을 위해 대안달거리대를 사용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내 주변의 주된 여성이 '초등학생'들이다. 게다가 5, 6학년 정도면 많은 아이들이 초경을 경험하여 달거리에 대해 인식할 때이다. 내 친구와 이웃들에게 대안달거리대를 권하듯 초등학생들에게 대안달거리대를 소개해주니 너도나도 만들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대안달거리대를 만들어보았다. 물론 남학생들도 참여했다. 누나나 엄마를 준다면서 바늘을 이리저리 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대안 달거리대에 거부감없이 이해하고 바느질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니 어쩌면 '생리'라는 여성의 신체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쾌감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안 달거리대를 만든면서 서로의 신체변화에 대해 이해하는 이 자리가 진짜 성교육과 소통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생리통으로 고통받는 여성, 여자친구의 생리통이 걱정되는 남성, 딸의 초경을 축하하고 싶은 부모님 모두에게 대안달거리대를 적극 권한다. 대안달거리대 사용은 생태와 환경을 살리고 내 몸을 사랑하는 작은 실천이다. 초등학생도 만든다, 대안달거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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