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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는 최신형 휴대폰이라고?

알지 못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 모 없는 게 똑같아요

등록|2010.01.24 09:37 수정|2010.01.24 09:37
김행복씨는 5년간 쓰던 정든 핸드폰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김행복씨는 소문난 구두쇠인데, 다른 사람들은 2년이면 잘 쓴다고 하는 핸드폰을 5년 동안 쓸 정도이니 구두쇠도 보통 구두쇠가 아닌겁니다. 그의 구형 핸드폰은 살 때만 해도 국내 최고의 CF스타가 광고하는 최신형 핸드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원시인이라고 놀려대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김행복씨는 전화기는 상대방과 통화만 잘 되면 되는 것이고, 배터리만 여분으로 두면 10년도 쓸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자신있게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는 새 핸드폰을 사려고 핸드폰 가게에 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핸드폰들은 정말 멋지고, 가지고 싶은 것들 뿐입니다. 김행복씨는 핸드폰 판매사원에게 핸드폰을 하나 골라주기를 청했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핸드폰을 미리 선택해서 바로 고르지만 김행복씨는 핸드폰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눈치빠른 판매원은 김행복씨를 단번에 파악하고, 그곳에서 가장 비싸고 기능이 많은 핸드폰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핸드폰을 파는 것은 무척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참에 비싸다고 해서 그저 가지고 싶은 맘으로만 위안을 삼기에 판매실적이 떨어지는 이 최신형 핸드폰을 이 무식해보이는 김행복씨에게 팔아 실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김행복씨는 판매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좀 튼튼하고, 오래쓰고, 통화 잘 되는 폰 있나요?"

판매원은 드디어 자신이 가진 최고의 언변으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팔려고 하는 핸드폰을 들고 설명을 시작합니다.

"요즘 나오는 폰들 중에서 이 핸드폰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디카 기능과 인터넷 기능은 기본이구요, 전화번호는 2000개까지 저장이 가능하고, 얇고, 뭐시기뭐시기.... 기능만 해도 100개가 넘습니다 대단하죠? 하하하하"

이렇게 설명하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참 판매원은 아는 것도 많다고 김행복씨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설명은 해주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김행복씨는 판매원에게 딱 한마디로 갈음합니다.

 " 저기요. 암튼 이거 튼튼하고, 오래쓰고, 통화 잘 되는 것 맞지요?"

판매원은 20분동안 설명했는데, 여전히 통화품질에 목매고 있는 김행복씨를 보면서 허탈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대답합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최고랍니다. 보증합니다"

김행복씨는 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 최신형 핸드폰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집에 와서 설명서도 읽지 않고 핸드폰에 밧데리 끼우고 전원을 켜서 1번에 사랑하는 부인의 전화번호를 단축번호로 저장하고, 몇몇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후 들고 다닙니다.

"아싸! 나도 최신형 폰 생겼다."

그리고는 부인과 가족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최신형 폰을 샀다고 자랑합니다. 사람들은 부러워합니다. 모처럼 기분 한 번 내봅니다.

김행복씨는 출근할 때마다 스케줄 기록에 필요한 다이어리와, 구형 카메라, 노트북, 카세트, 소설책을 들고 나갑니다. 사람들과 약속은 다이어리에 적고, 카메라로 건물을 촬영합니다. 노트북으로는 간단한 정보를 찾고, 버스 안에서 카세트를 듣고, 소설책을 읽습니다. 그는 20분간 그 점원이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한 그 기능이 지금 그가 무겁게 들고 다니는 그 필수품의 기능과 맘먹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전화기는 역시 통화품질이 최고야! 멋지다" 라고 행복해 하면서 전화기를 바라봅니다.  전화기를 잘 산 것 같습니다.  김행복씨는 앞으로 이 전화기를 10년간 쓰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아무래도 지금 기세로 보아 10년을 넘기는 것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핸드폰의 첨단 기능은 김행복씨에게 영원히 사용되지 않기에 기능이 퇴화되어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걸고 받고 하는것으로만 사용하는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요.

암튼 김행복씨는 이름대로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는 출근길의 그 물건들이 무거워 고민이 됩니다.

"아! 누가 이런 거 한번에 활용할 수 있는 기계 안 만드나? 아 무거워......" 

사람들에게 사회복지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거 아니에요?"

10년이 지나도,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가 나오고,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이 융통성 있는 시절에도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만큼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인간의 욕구는 매슬로우라는 학자가 5가지로 나누어 놨습니다. 의,식,주, 성의 1차 욕구부터,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말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분류이고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변하며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수백 수천가지의 욕구가 발생이 됩니다.

인간의 욕구는 해결이 되어야만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삶의 의미를 찾게됩니다. 그리고 욕구가 해결이 되어야만 사회적인 순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는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동시에 존재하게 되며 이것은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자선의 의미가 아닌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삶의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간은 가진 것의 다소 유무, 성별, 인종, 소속에 관계 없이 행복해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 각 나라의 헌법 첫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인간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우리는 사회복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으로만 정의되면, 복지의 범주 역시 좁아지게 마련이며, 그렇게 되면 다른 다양한 계층이 가진 다양한 욕구는 해결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회복지는 마치 최신형 핸드폰과 같습니다. 최신형 핸드폰의 다양한 기능은 인간의 욕구에 따라 변화된 것이며, 집약되어온 첨단의 기능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욕구의 주체인 인간이 그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식이 부족하면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 제도는 있으나 사용하지 못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움직이게 됩니다. 이 안에서 불만과 한계가 표출되고 이로 인하여 각종 사회문제가 파생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이론이나 제도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만족도도 높아지고, 사회문제를 예방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의 이론과 제도를 명확하게 알고 적극 활용하게 되면 이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환원되게 됩니다. 그러기에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 재고는 필수입니다. 이제 사회복지가 얼마나 광범위한 것인지 인식하게 되셨지요? 앞으로도 무궁무진합니다.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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