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 수다의 강자 '아줌마' 컴백
스키장에서 돌아올 땐 지쳐 잠만 자는 새침 도도한 '걸 쓰리'
▲ 추워서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ㅎㅅㅎ ⓒ 이슬비
강추위가 한 차례 지나갔다. 날씨도 풀렸다. 겨울을 그냥 그렇게 보내기에는 왠지 아쉽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여행이다. 방에 콕 박혀 지내는 '방콕'보다 놀거나 여행하는 것이 몇 배 좋다.
당초 아빠께서도 같이 가시기로 했다. 그런데 허리를 다치셔서 같이 갈 수 없었다. 아빠가 못 가신다고 하자 예슬이도 가기 싫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집에선 나 혼자 갔다. 대신 내가 두 사람 몫까지 더 재미있게 놀아야했다.
들판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하얗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동이 터 오르려고 했다. 창밖은 아침의 색과 저녁의 색이 조화를 이뤄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나와 혜미, 한솔이 언니는 차 안에서 수다를 떨었다. 차가 무주에 도착할 때까지 2시간도 넘게 수다를 떨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아줌마' 같았다. 나도 벌써 아줌마가 다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다로 채웠다.
무주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엄청 추웠다.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줄 알았는데 추웠다. 겨울이어서 그렇겠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추운 것 같았다.
▲ S자 스킬~!!! ⓒ 이슬비
나는 보드를 빌리며 다짐했다. 오늘은 꼭 폼나게 보드를 타고 스키장을 자유자재로 휘몰아치고 다닐 것이라고. 사실 나는 보드를 지난 겨울에 처음 타봤다. 그 전에는 스키만 탔는데, 작년부터 스키가 조금은 시시해졌다. 그래서 보드를 탔었는데 엉덩방아를 많이도 찧었다. 그래서 이번에 타는 보드가 내게는 두 번째 타보는 것이다.
스키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전쟁을 피해 도망가는 피난민들의 집합소 같았다. 우리는 보드를 들고 곤도라를 타고 중급 코스로 곧장 올라갔다. 보드를 잘 타는 한솔이 언니는 뒤로 타는 법을 익힌다고 했다.
보드의 초보라 할 수 있는 나와 혜미는 S자로 속도를 높여 타는 법을 완전히 익히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는 끄덕하면 넘어졌다. 아마도 수십 번은 넘어졌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눈이 많이 녹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한 번 제대로 넘어졌다.
그곳에서는 잘 타는 사람들도 넘어지기 일쑤였다. 한 번은 어찌나 세게 넘어졌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남의 눈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나와 혜미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한동안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나와 혜미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계속 같이 다녔다. 거기서 혜미의 친척 언니와 오빠도 만났다. 그 언니와 오빠는 나와도 만난 적 있었다. 우리는 보드가 처음이라는 그 언니와 오빠들 앞에서 타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뭐... 나도 어지간한 것은 할 줄 알기 때문에 가르쳐 주는데 지장이 없었다. 그 언니와 오빠는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난 것 같았다. 한 번 가르쳐주면 바로바로 터득했다. 이렇게 같이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나와 한솔이 언니, 혜미, 삼촌 그리고 그 언니와 오빠는 처음부터 같이 온 것처럼 보드를 함께 즐겼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아침 일찍 와서 보드를 타기 시작했는데도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치 시계 초바늘이 째깍 째깍 가듯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갔다. 해 기우는 것을 보니 아픈 줄 몰랐던 몸도 여기저기 아파왔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장비를 반납하러 갔다. 옷에는 얼음이 달라붙어 있었다. 몸도 여기저기 쑤셨다. 보드를 타고 놀 때는 전혀 몰랐었다. 이제 그만 탄다고 생각하니 몸이 나른해지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바지를 걷어보니 멍도 여기저기 크게 들어있다. 엉덩이는 엎어지느라 멍들고, 팔과 손바닥은 넘어지면서 지탱하느라 멍들고, 관절은 또 에고고고... 발목은 보드를 타면서 브레이크를 자주 잡다보니 곳곳이 쑤셔왔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만 같았다.
▲ 단체로 얼어서 찰칵 휴ㅅ휴 ⓒ 이슬비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는 쓰러져 내리 잤다. 새벽에 스키장에 갈 때는 '아줌마' 같았는데 돌아올 때 보니 우리는 말 한 마디 없는 새침 도도한 '청춘 걸 쓰리'였다. 잠시 아줌마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을 뿐이었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벌써부터 온몸이 쑤셔온다. 집에까지 다시 데려다 준 삼촌한테 겨우 "고맙다"는 인사만 남긴 채 몸을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소중한 몸이...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을지, 또 일어나더라도 분명 아파서 악부터 지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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