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값만 대략 4천만원, 꼭 이래야 할까요
아이티 지원열풍 속 초호화 화환잔치 '눈살'
▲ 화환들이 늘어선 행사장 입구가 오히려 비좁게 느껴진다. ⓒ 진민용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초대형 지진으로 수십만 명의 희생자와 수백만의 난민이 발생했고, 전 세계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속속 급파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60여개국에 생방송으로 모금을 독려했고, 국내에서도 각 기관별 또는 방송사별로 모금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종종 벌어집니다. 그 한 사례를 오늘 지적하려고 합니다. 지난 19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아이티 지진이 지난 12일 발생했으니 꼭 일주일만에 열린 행사였군요.
어떤 행사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습니다만 부산시장을 비롯해 교육감, 시의회의장, 그리고 상공회의소장 등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큰 행사였습니다. 지인의 지인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갔던 자리에서 눈에 띄는 건 규모만큼이나 입구에 꽉 들어찬 화환들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화환 가격을 조회해 보니 3단은 약 10만원 전후고, 좀 더 화려한 4단은 약 15만원에서 20만원까지 하며, 귀한 꽃들로만 장식한 고급화환은 무려 3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 800여명의 인원들이 모였던 행사장 ⓒ 진민용
제가 갔던 행사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호텔의 메인룸이고 참석인원이 800여명에 이르렀으며, 입구부터 늘어선 화환들의 개수를 대략 세어보니 약 200개 정도가 됐습니다. 개당 10만원으로 계산했을때 2천만원이고 20만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4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입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행사가 끝나면 이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들인데 말입니다.
이 날도 TV 등에서는 아이티 참사를 지원하자는 내용의 방송이 쉴 새 없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현실은 현실이겠지요. 화환을 보낸 이들이 아이티를 외면한 채 낭비만 했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또 이 행사에 초청하는 초청장은 이미 한 달 전에 제 손에 들어왔기에 그 당시로서는 보내주는 화환을 "불우이웃을 위해 화환을 받지 않습니다. 쌀이나 돈으로 주세요"라고 하기에는 머쓱한 면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사 일주일전에 터진 아이티 참사를 생각한다면 초청장을 보낸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아이티 지원'을 이유로 화환을 금한다는 연락을 할 수는 있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호텔에서 행사가 있었던 바로 그 날 장유건강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렸는데, 김해시 보건소 김진삼 소장은 이 날 개소식때 축하화환 대신 쌀을 받았고, 약 10kg 44포대(110만원 가량)을 면사무소에 전달했습니다.
앞서 호텔 행사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한 액수였지만 그 마음과 의미는 훨씬 커 보였습니다. 같은 날 열린 두 곳의 행사를 바라보면서 굳이 아이티 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이름값'을 하고 싶고, 생색을 내고 싶은 욕심으로 비취는 화환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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