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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쪽 같은 검찰은 어디로 사라졌나

등록|2010.01.26 15:39 수정|2010.01.26 15:39
대나무와 칼을 상징하는 깃발이 아깝구나. 올곧은 대나무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변하고 정의의 칼은 권력자의 마구잡이 작두로 탈바꿈했는가. 건국 이래 검찰이 제 모습을 찾았을 때가 있었냐마는 지난 참여정부 때만은 그래도 최고 권력자와 맞짱 뜨려는 기개는 있었는데, 지금의 꼬락서니는 권력자의 잔치 집에 빌어먹으러 온 개의 형상이다.

BBK 사건 수사 검사들이 줄줄이 승진, 영전되는 것에 감동받았는지, 기를 쓰고 산 권력에 기대어 아부하는 꼴이 가관이다. 힘없는 국민들을 얼마나 또 죄인으로 만들어야 그대들이 바라는 출세를 위한 밑받침이 되겠는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몰아내려는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무리한 기소를 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좀 자중해야 마땅하거늘, MBC 피디수첩 사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사건,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미네르바 사건, 촛불집회 사건 등 현 정권의 눈 밖에 난 사건들은 마구잡이 기소를 하는 모양새를 보고, 글쓴이는 '묻지마 기소'라는 새 낱말을 검찰에 바치고 싶다.

그런데 현 정권과 관련된 다음 사건은 천하태평세월 속에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MB대통령의 강남 도곡동 땅 차명소유의혹은 왜 덮어두는지, 천신일 세종나모 그룹회장의 특별당비 30억 대납 의혹은 어찌 되었는지,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의혹사건은 1년 넘게 진전이 없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학동마을' 그림로비사건은 본인 소환 절차도 밟을 생각을 않는다.

미 쇠고기 광우병 논란을 일으킨 MBC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하기 위해 개인의 전자우편까지 뒤지던 그 집요함은 어디로 갔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 백금시계까지 들추어내던 치사하게 치밀한 수사력은 또 무엇하고 있는지?

피디수첩 제작진 무죄선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사건 무죄선고 등에 심기가 불편해진 검찰총장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법원의 판결을 보고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말없는 국민이라고 함부로 국민을 팔아서야.  정권에 아부하여 마구잡이로 기소하는 검찰을 보고 국민들은 더 많이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까?

삼성재벌이 관련된 X파일을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폭로하자 떡값 검사의 혐의가 있는 검사들은 묻어놓고 노회찬씨를 기소하는 후안무치의 짓을 벌린 것이 검찰 아닌가. 이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명명백백해진 진실이 되었는데, 떡값 받은 검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떡 먹고 살찐 검사님 양심고백 듣고 싶다만 지금의 검찰, 기대를 접는다.

다행히 법원은 노회찬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는 떡값 받은 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허위였다면 허위사실유포죄로 김 변호사를 기소해야 마땅한 것이로되 검찰 쪽에서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부끄러워서인가 아니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두려워서인가.

정권과 관련된 시국사건들이 잇달아 무죄선고가 되고 있다. 검찰은 이제라도 법원의 선고이유를 잘 읽어보고 만에 하나라도 사건을 기소하는 데 무리가 없었는지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이제라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이웃 일본 검찰이 부럽다. 현 집권정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간사장을 조사하는 것을 보면. 우리 검찰도 깃발이 상징하는 것처럼 올곧은 대쪽 같이 사회정의를 칼처럼 세우는 대한민국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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