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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직원'이 말하는 KBS 수신료 위탁징수

KBS 수신료 140% 인상 논란을 관통하는 사정

등록|2010.01.27 15:57 수정|2010.01.27 15:57
"편법" 한전 위탁수수료가 "합법" 수신료의 2배보다 많아

국회 이용경 의원실(창조한국당)이 KBS로부터 받은 수신료 위탁 수수료율 및 위탁 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시청자가 한 해에 수신료로 납부하는 금액은 5~6천억원에 달하는데(2006년 5344억원, 2007년 5412억원, 2008년 5500억원, 2009년 5578억원(예상)) 여기서 KBS가 97%, EBS가 3%를 가져간다. 하지만 EBS보다 갑절이나 더 많은 수신료(?) 수익을 올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전력이다. 2008년 KBS가 한전에 지급한 위탁 수수료는 326억원.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같은 해 EBS에 지원하는 금액(153억 28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방송법 어디에도 한전이 수신료를 위탁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지 않으니 사실상 "편법이 합법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셈이다.

한전직원이 말하는 KBS 수신료 위탁징수

한국전력은 준조세 성격의 공과금 징수에 수신료만 추가하고 한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두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전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한전 관계자에게 속사정을 들어봤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으로서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반갑지 않은 눈치다. 국회에서는 위탁 수수료를 정상화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고 국정감사 때도 연례행사처럼 한전 고위인사가 불려가 한전이 KBS 수신료를 위탁 징수하는 데 대해서 비판한다. 특히 "너네 거나 잘하라고 해라. KBS시청료 거둬주지 말고" 식 얘기를 들을 때면 한전 사원들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전 내에서도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영업비, 관리비, 마케팅비 하나 안 들이는 독점인 데다, 전기회사에서 돈 받아주는 것도 다 해주니" KBS만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이라는 말이다. 정부는 1994년 10월부터 수신료 징수를 한전에 위탁,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병과해 징수하기 시작했다. 통합징수에 따라 이전 55% 수준이던 징수율이 현재는 90%대로 올라섰다.

게다가 양사는 감사 주체도 다르다. 한전은 지식경제위원회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KBS는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 위원회 감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분야도 다르고 콘텐츠도 다른데 "요금징수만" 한전이 하다 보니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땅히 KBS가 자체 징수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할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치 17년 동안 싼 값에 월세를 살면서 돈을 많이 모았지만 '내집 마련'은 안중에도 없는 구두쇠와 같다. 특히 국민 세금을 받고 회사를 운영하는 공영방송으로서 난시청 가구, 실직자, 신용파산자 등의 소외계층이나 태안 등의 재난지역에 대해서 적절한 조사활동이나 면제조치를 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김승수 교수는 1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KBS 수신료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오히려 난시청 지역에서는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유선방송 시청료를 납부하는 이중 부담을 한다"고 지적했다.

"TV 100대 퍼포먼스", 시청자들의 '심상치 않은' 저항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의 "수신료 거부운동" 움직임이 자연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 1월 초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KBS 수신료 거부운동' 동참을 호소한 이후 '진실을알리는시민(진알시)'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여성시민광장' 등 네티즌 커뮤니티는 수신료 인상에 저항하는 시민 뜻을 알리기 위해 2월 1일 'TV 수거 캠페인'을 벌인다. 조계사 앞마당에 100대의 TV를 모아놓고 비디오아트 조형물을 만들기로 했다. "한 곳만 바라보는 TV는 싫어요"라는 주제의 90초 짜리 동영상을 틀어놓는가 하면(민주언론시민연합 제작), 100대의 TV가 3층 높이의 콜로세움에 전시돼 한 쪽을 바라보는 형태의 체험관을 만든다고 한다. 2월 1일 미디어데이를 일주일 가량 남겨 놓은 현재까지 TV 50대 가량이 확보됐다. 앞으로 50대가 더 확보돼야 "백남준 비디오아트"가 완성된다. 동참을 원하는 시민들은 오는 29일까지 진알시에 연락해 TV 수거를 요청하거나, 진알시 홈페이지(www.jinalsi.net)에서 신청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는 TV 수신료의 정의를 명확히 정리했다. "공영방송사로서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국가나 정치적 영향력,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필요한 재원"(98 헌재70)이다. 방점은 언론의 정치적인 자유와 성역없는 감시에 찍혀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국영방송인 BBC가 광고를 받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광고주나 다른 상업적 압력으로 인해 프로그램이나 편성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KBS는 "정부라는 '실질적인' 광고주에게 1조원의 광고를 얻는 대신 시종 일관 청와대만 바라보는 '땡이뉴스'(땡 치면 "이명박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로, 30년 전 땡전뉴스의 재현)만 하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 "2010 수신료 거부운동"을 주도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이것이 KBS 수신료 인상을 관통하는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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