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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경찰, '4대강 살리기' 스님 폭행

지관 스님 열흘 가까이 입원 중... 불교계, 대책위 꾸려 전면 대응

등록|2010.01.27 12:36 수정|2010.01.27 17:02

▲ 술 취한 경찰들에게 폭행당한 지관 스님이 27일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해 있다. ⓒ 권박효원


만취한 경관이 한밤중에 사찰에서 스님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군다가 피해자는 '불교계 4대강운하개발사업 저지 특별위원장'이자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지관 스님. 불교계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스님을 노린 것 아니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폭행이 일어난 지 열흘이 다 되어가지만, 27일 오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만난 지관 스님은 아직도 얼굴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스님은 안경이 깨지고 뺨이 3~4㎝ 찢어져 일곱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다른 부상은 없지만 사건 이후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경찰은 초기 진술에서 쌍방 폭행을 주장했다가,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다. 지관 스님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이렇게 할 수 있냐"면서도 "그래도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어 용서하기로 했다"면서 고소를 취하할 뜻을 밝혔다.

한밤중에 나타난 경찰... "중놈의 XX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8일. 김포 용화사 주지인 지관 스님은 이날 밤 10시 방범용으로 기르던 개가 짖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갔다. 용화사 경내지 입구에서 남자 두 명을 발견하고 불빛을 비추면서 "누구시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일단 사찰로 돌아왔지만 밤 12시에 또 개가 짖기 시작했고, 도둑이 아닌지 걱정한 지관 스님은 다시 나가 "거기 누구냐"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자 사찰 입구에 있던 남자들은 "중놈의 XX가 왜 밤중에 고함을 지르고 지랄이냐"고 답했다.

이에 지관 스님이 쫓아가 "왜 밤중에 여기에 있냐"고 추궁하자, 이들은 주먹으로 스님의 얼굴을 때렸다. 가해자인 의왕경찰서 소속 김아무개 경사와 경기경찰청 전투경찰대 소속 이아무개 경사는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들은 초기 진술에서 "부부동반 술자리를 마치고 다함께 산책을 갔는데 스님이 먼저 욕을 해서 시비가 붙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후 조계종 총무원 등 불교계가 이에 항의하자, 태도를 바꾸고 잘못을 시인하는 각서를 쓰기로 했다.

지관 스님은 "나 개인으로서는 종교인의 마음으로 용서할 생각인데, 일단 각서를 보고 조계종단과 상의해서 고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부상은 전치 2주 수준이라서, 사태만 마무리되면 이번 주 중에 퇴원할 예정이다.

불교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이 종단 차원에서 대책팀을 구성했고, 불교환경연대·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8개 불교단체도 '지관 스님 폭행사건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불교계에서는 "4대강살리기 운동에 대한 탄압일 뿐더러 기독교정권의 불교 모욕"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야에 경찰들이 지관 스님이 있는 용화사를 일부러 찾아간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현 정부 들어 기관원들의 사찰 출입이 잦아지고 권위주의를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통치행태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와 관련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관 스님은 "가해자가 경찰이라는 것을 알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부상에도 불구하고 지관 스님은 4대강살리기운동을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그는 "4대강사업은 불교계 전체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서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면서 "2~3월에 4대강 유역 사찰 및 강 순례, 방생법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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