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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국정원 직원 조계사 출입금지 조치

불교계 "안기부로 회귀, 국정원장 참회하라"... 행사 중단 압력 논란 확산

등록|2010.01.29 12:39 수정|2010.01.30 18:01
[3신 : 30일 오후 5시 15분]

"국가 정보기관 개입은 종교단체 고유의 활동 저해... 심각한 유감"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누리꾼들의 행사가 국정원의 압력으로 무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불교계가 원세훈 국정원장의 참회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한불교 조계종은 국정원 직원의 조계사 경내 출입을 일절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조계종은 30일 '국가기관의 조계사 경내 행사장소 대여 취소 요청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정원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원담 조계종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계사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장소 대여 불허의 배경과 상황에 대해 우리 종단은 현재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담 대변인은 이어 "행사장소 대여 불허와 관련, 국가 정보기관이 개입한 것은 종교단체 고유의 활동을 저해한 것"이라며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해당기관 직원에 대해서는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조계사 경내에 일절 출입을 금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해당 기관의 자숙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불교계단체들도 국정원장의 참회와 관계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교계단체들은 '국정원장의 참회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통해 "오는 31일부터 조계사에서 예정됐던 '진실을 알리는 시민'의 '사랑의 라면 탑 쌓기' 행사가 국정원의 개입으로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과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또 "국정원 직원이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 스님의 평양방문 등을 거론하며 해당 행사가 정치적이고, 단체의 성격이 진보적이라는 등 조계사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 종교기관까지 사찰하고 감시했던 안기부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압력은 현행법 위반"... 원세훈 원장, 왜 이러나?

정치권도 국정원의 압력 의혹에 대해 위법성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국정원이 시민단체가 경건한 사찰 경내에서 불우이웃을 돕겠다며 벌이는 행사에까지 간섭하고 취소 종용 협박을 해대는 것이 바로 현 정권의 천박한 검은 얼굴"이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국정원이 가한 협박이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법 제11조 1항은 "국정원은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노당은 "오로지 정권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현행법까지 위반하며 사찰과 협박의 칼날을 휘두른 것은 이명박 정권이 경찰국가, 독재국가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대학생과 전교조에 이어 시민들의 자발적 행사까지 감시하고 막아서는 정권의 탄압은 더 이상 이해도 용납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정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무리한 행보를 거듭해 과거 안기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지난해 9월 시민단체에 대한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석연 법제처장으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정원은 또 광주의 설치미술 <삽질 공화국> 철거를 압박해 원성을 샀고, 결국 원세훈 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최근에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이 조계사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행사를 막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진실을 알리는 시민, 촛불나누기 등 누리꾼들은 31일부터 8일간 조계사에서 '사랑의 라면탑 쌓기' 행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누리꾼들은 또 행사 둘째 날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국정원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행사', '반 MB집회'라며 조계사측에 행사를 위한 장소제공 약속을 취소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샀다. 조계사에서 이미 약속된 행사를 취소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신 : 29일 저녁 7시 20분]

국정원 직원 "조계사서 반 MB집회 하면 되겠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 행사를 막기 위해 조계사를 상대로 압력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진보성향의 누리꾼 모임인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 촛불나누기, 소울드레서는 오는 31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마당에서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는 제목의 행사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지난 28일 조계사측으로부터 '장소 제공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들 모임은 행사 기간 중 TV 모니터 등으로 탑을 쌓는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전에 행사 장소 제공을 약속했던 조계사가 갑자기 방침을 바꾸자, 진알시는 "국정원과 KBS의 압력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진알시는 조계사를 담당하는 국정원 권아무개씨의 명함을 근거로 제시하며 "KBS와 국정원이 조계사측과 접촉·대화를 했다는 것은 조계사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법보신문>에 따르면,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8일 오전 국정원 직원이 직접 조계사를 찾아왔으며 조계사 고위층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하는 시기에 조계사에서 반 MB집회를 하면 되겠느냐'며 행사 장소 제공에 대한 부정적인 어조를 강하게 비췄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반 MB집회'로 간주했다는 것.

"종단에 누가 될까 싶어 서둘러 행사 취소"

▲ 지난해 9월 2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부근에 종교차별 사례를 담은 전시물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 권우성


조계사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행사를 취소하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기관원'이라는 상대의 신분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태도였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조계사 고위층 스님도 29일 "총무원장 스님까지 거론을 하니 혹시라도 종단에 누가 될까 싶어 서둘러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고불총림 유나 지선 스님은 "장로 이명박 정권의 출범이후 공권력의 불교 홀대나 탄압이 독재정권 당시 법난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국정원의 조계사에 대한 압력행사는 정권의 비호나, 적어도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법보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27일 만취 경찰들이 지관스님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 "공권력에 의한 불교 홀대와 탄압이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신 : 29일 낮 12시 39분]

"'KBS 수신료 거부' 불교계 관여하면 엄청난 파장"

▲ 시민모임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과 누리꾼 모임 여성삼국(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 여성시민광장 촛불나누기 등이 지난해 12월 6일 조계사에서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는 제목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열고 있다. ⓒ 최경준


진보적 성향의 누리꾼들이 주최하는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 행사가 장소 제공을 약속한 조계사측의 일방적 불허 통보로 무기한 연기됐다. 행사 주최 측은 "국정원과 KBS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KBS측은 조계사쪽 전화를 걸어 "이번 행사에 불교계가 관여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면서 사실상 '압력'을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의 모임인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 촛불나누기, 소울드레서 등은 31일부터 조계사에서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라는 제목의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누리꾼들로부터 라면 1000박스를 기증받아 탑을 쌓는 것이다.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에 불교계 관여하면 엄청난 파장?"

논란이 된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는 행사 두 번째 날 진행될 예정이었다. 누리꾼들이 기부한 TV 모니터와 KBS 수신기로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 작품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행사에 사용된 TV 모니터와 KBS수신기를 팔아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진알시 등은 지난 28일 오후 조계사측으로부터 '장소제공 협조를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진알시는 조계사측이 갑작스럽게 장소제공 약속을 취소한 것에 대해 "'KBS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를 막기 위해 KBS와 국정원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알시는 그 근거로 조계사 측을 통해 입수한 이아무개 KBS 대외팀장의 연락처와 조계사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권아무개씨의 명함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은정씨는 "조계사 주지스님과 KBS, 국정원 직원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KBS와 국정원이 조계사측과의 접촉과 대화가 있었다는 것은 조계사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아무개 KBS 대외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조계사에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지스님이 아닌 총무과 직원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진알시 등) 시민단체의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다만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에) 조계사, 조계종, 불교계가 관련됐는지, KBS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염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계사측과의 통화에서) '이번 행사에 불교계가 관여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있어날 것이다. 이를(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직원인 권씨와도 전화 연결을 시도하였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진알시 등 행사 주최 측과 조계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조계사 앞마당에서 '제 1회 사랑을 담그다'라는 행사를 통해 김장을 담가,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줬다. 이번 라면 1000박스 탑 쌓기 행사도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준비됐고, 사전에 조계사 측과 장소제공 등의 협조 약속이 있었다.

진알시는 "2회 행사는 전달될 물건이 라면으로 바뀌었을 뿐 그 취지는 동일하다"며 "이런 좋은 취지의 누리꾼 행사조차도 국정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권력기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통제와 탄압의 가장 큰 원인은 행사 중 하루를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로 할당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어떤 단체도 아닌 누리꾼들의 자발적 커뮤니티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단한 수신료 거부운동마저도 국가기관의 사찰대상이라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알시 등은 향후 장소 섭외가 확정되는 대로 행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김새롬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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