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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강국' 무시한 국무총리

등록|2010.02.08 11:59 수정|2010.02.08 11:59
정운찬 국무총리는 총리 후보 시절부터 세종시로의 행정 부처 이전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개진해 정치권은 물론 충청도민의 이단아로서 지탄의 표적이 돼 왔다. 그러나 정 총리는 국무총리로 임명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무현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9부 2처 2청'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시법 원안을 완전히 백지화 하고 교육 과학 중심 경제 도시를 내용으로 한 전혀 다른 개념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세종시법 원안은 한 마디로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 국가의 균형 발전, 그리고 지방 노동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나날이 황폐해져가는 지방의 공동화 현상 완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국책 사업이다. 일개 도시 면적에 불과한 수도권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천만 명이 모여 사는 곳은 '멕시코시티' 말고는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가 없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의 행정 부처 이전 반대 이유는 모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행정 부처를 서울과 세종시로 분할했을 때 매년 수 조원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 부처가 떨어져 있으면 국가 위기 상황 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군색(窘塞)한 변명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17일 대전․ 충남 여성 단체 간담회 석상에서 '행정 부처를 옮기면 나라가 거덜 날 수도 있다'고  엄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솔직히 국무총리는 수도권의 기득권층과 고급 공무원들의 이익 대변자를 스스로 자처한 것은 아닐까.

결국 정운찬 국무총리는 IT 강국의 총리답지 않게 아날로그 사고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 작년 한국 IT 수출은 1210억 달러로 전체 수출 3635억 달러의 3분의 1을 점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망과 인터넷 평균 속도는 세계 최고다. 특히 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시공(時空)을 초월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보낼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국가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주무 장관들이 굳이 얼굴을 맞대고 모일 필요가 없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화상 회의, 화상 전화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충분히 더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20세기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문화가 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IT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의 장소를 이동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보고하는데 무엇이 그리도 비효율적이며 국력 낭비를 가져온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IT 강국을 자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무총리와 정부 여당이 행정 부처 이전에 대해 비효율성과 국력 낭비 운운하며 수정안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그들만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또 다른 음모일 뿐이다.

이런 까닭에 국무총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서민 경제를 챙기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 서는 일이다. 청년 실업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고 청년들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꿈과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안 된 채 지금처럼 실업자가 넘쳐 나는 한,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된 '경제 살리기'도 국민들에겐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따라서 국무총리와 정부 여당은 일자리 부족이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고 국가 불안의 요인임을 직시하고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이끌어 낼 보다 실효성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종시가 수정안대로 추진된다면 또 다른 지역 역차별로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더 많은 비효율성과 국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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